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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0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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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제, 인류의 운명은 하나로...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이동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는 평평해지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국경의 장벽은 낮아지고, 정보와 자본, 사람과 기술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인류를 지구촌이란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상호 연결된 세상을 넘어 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HOW 사회연구소(The HOW Institute for Society)의 설립자인 도브 세이드먼(Dov Seidman)의 말처럼 세상은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또는 “평면적인 세상”에서 “융합된 세상”으로 변했다. “융합된 세상”에서는 어느 나라건 누구건 벗어날 수 없기에 모든 나라나 우리는 함께 번영하거나 함께 몰락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평면적인 세계”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글로벌 질서에서 일정 부분 이탈할 수 있었다. 때로는 보호주의를 선택하고 지역 블록을 형성하며 독자 생존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러나 “융합된 세계”에서는 그런 선택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기후 위기, 팬데믹, 공급망 붕괴, 사이버 공격, 인공지능(AI)의 통제 문제 같은 도전들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의 실패는 곧 다른 국가의 위기로 이어지고, 한 사회의 혼란은 전 세계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있다. 이는 인터넷, 스마트폰, 광섬유, 위성, 무선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기술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임은 말할 것이 없고 지구적 규모의 도전 과제들이 우리의 운명을 더 긴밀하게 엮어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 할지라도 혼자서 해결하거나 연결망을 벗어날 수 없다. 오늘날의 위협은 훨씬 복합적이고 비대칭적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다음 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계 최강의 두 국가가 경쟁을 넘어 공통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그렇다. 물론 두 초강대국은 기술 패권, 공급망,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렇지만 AI의 통제 불능 위험, 사이버 테러, 기후 위기와 같은 초국가적 문제를 어느 한 나라가 승리했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략만으로는 누구도 안전해질 수 없다.

 

거대한 군사력과 산업 기반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이 노트북 몇 대, 최신 AI 모델, 그리고 위성 인터넷 단말기만으로도 가능해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동굴에 들어간 두 사람이 최신 생성형 AI와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용해 한 국가의 금융망을 교란하고, 전력 시스템을 공격하며, 허위 정보를 대량 확산시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시대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니다. 권력의 비대칭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그 영향은 핵무기 확산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약자로 MAD)”라는 개념이 냉전 시대에 있었다.

 

핵전쟁이 발생하면 승자도 존재할 수 없다는 공포로 인하여 초강대국들이 일정 수준 자제했다. 지금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

 

“융합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은 “나만 안전하면 된다”라고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더 이상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暴炎)은 국경을 가리지 않으며 팬데믹 바이러스는 여권 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이버 공격은 거리의 개념을 무력화한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한 국가가 통제에 실패하면 피해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

 

결국 “융합된 세계”의 핵심 과제는 경쟁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멸을 막을 최소한의 협력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다. 두 초강대국이 끝없는 적대와 제로섬 경쟁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공통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협력의 원칙을 만들어낼 것인지 이번 양국 정상은 선택해야 한다.

 

“융합된 세계”에서는 결국 함께 흥하거나, 함께 쇠락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제 우리의 운명은 하나로 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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