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회성 이벤트 아니라 지속적인 시민숙의 구조 속에서 다뤄져야"
- "감축을 미룰수록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피해 더욱 커져"
- 국회가 더 이상 입법을 지연시키지 말고 조속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서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31년 이후의 탄소 감축 목표를 법제화해야 하며, 시민대표단은 전 세계 평균 이상의 적극적인 감축안을 지지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는 "이번 공론화가 국회 주도의 첫 기후 대응 사례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다만, 법적 구속력 부재와 촉박한 일정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 기후 입법 공론화 중요, 그러나 법적 구속력 없는 점은 한계
토론회 첫 발제에 나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번 공론화가 헌재 판결 이후 국회가 추진한 첫 기후 입법 사례로서 큰 의미가 있지만, 정치적 일정으로 숙의 시간이 부족했던 점은 "국회 책임"이라고 짚었다.
또한 시민·미래세대 대표단 대다수가 초기부터 적극적인 감축을 지지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없었던 것은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을 통해 시민들이 명확한 판단을 내린 "숙의민주주의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공론화는 정부 정책 결정을 목적으로 했던 2017년 신고리(5·6호기) 공론화와 사례와 달리 국회의 입법을 직접 목표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민대표단 330명 외에 10~14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미래세대대표단 40명을 별도로 운영해 세대 간 형평성을 강화했다. 또 KBS 본사와 지역방송국을 연결한 분산형 숙의 방식이 도입됐으며, 온라인 학습 자료와 Q&A 시스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가학습을 지원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 수준이 세계 평균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대표단 모두에서 증가했다. 특히 미래세대대표단에서는 과반 이상이 국제 평균보다 "높은 감축 수준"을 지지했다.
서 대표는 "이번 공론화는 국회 주도의 첫 기후 공론화로서 시민참여형 기후 거버넌스와 청소년·미래세대 대표성 확대를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해갈등에 대한 숙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장기적 정책 의제를 다루는 사회적 공론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됐지만 공론화 결과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발의된 일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대표단의 숙의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서 대표는 “기후특위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한다면 시민숙의 결과와 반하는 법안은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회 차원의 상설 공론화 기구 설치 필요성을 제안했다. 기후위기와 같이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시민숙의 구조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 ‘기후위기 대응 강화’ 위한 조속한 입법 필요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헌재 판결 취지에 따른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이 공론화 결과를 부정하며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무관심과 기후특위의 구조적 한계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감축을 지지한 공론화 결과는 숙의를 거친 정당한 사회적 합의"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거나 헌재 판결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며 결과를 흔드려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 활동가는 "이번 공론화가 여당과 산업계가 참여해 설계된 정당한 절차"임을 강조하며, 현재의 절차적 문제 제기를 결과를 부정하려는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특히 감축 목표 완화가 가능한 국민의힘의 개정안은 헌재 결정과 공론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이는 입법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산업계가 배출 전망치를 부풀려 감축 목표를 낮추려 한다고도 비판했다. 정부의 불분명한 신호가 포스코 같은 기업의 투자 지연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그는, 한국의 높은 탄소집약도를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근거로 적극적인 감축이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더 유리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감축 지연이 미래 세대의 소득 감소와 취약계층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초기 감축 비중을 높인 '오목형 감축 경로'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그는 "2035년 65%에서 2045년 95%에 이르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함께,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공론화와 실제 정책 결정 과정의 연계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이선미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팀장은 "이번 공론화는 헌재가 정한 짧은 법 개정 시한 속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래세대대표단을 신설하고 시민대표단 참여 연령을 15세로 낮추는 등 청소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한 점이 긍정적으로 꼽았다.
이 팀장은 “대한민국의 감축 목표는 세계 평균보다 높아야 하고, 초기에는 더 적극적으로 감축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확인됐다”며 “특히 기후정책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산업 노동자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숙의민주주의 과정이 실제 시민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번 공론화를 시민숙의형 거버넌스의 중요한 선례로 평가했다.
이 팀장은 기후시민의회 설치를 통한 공론장 활성화와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존중과 공론화의 완결성을 위해 실질적인 입법 반영과 사후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초기부터 강력한 감축 목표 설정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국회의 엄격한 이행 점검을 주문했다.
◇ 기후위기 피해, 미래세대와 취약계층에 집중돼
남성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공론화 과정이 자칫 결정 취지와 어긋날까 우려했으나, 실제 결과가 헌재 취지보다 더 적극적인 감축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법 개정 시한 경과로 법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재차 헌법소원이 제기되지 않도록 정교한 입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탄소예산의 한계를 고려하면 감축을 미룰수록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또한 기후소송 이후 기준을 강화한 독일과 네덜란드 사례처럼 한국 역시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는 사례로 남아야 한다며, 국회가 더 이상 입법을 지연시키지 말고 조속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주거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 부족’ 지적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공론화위원회 자문단)은 자문단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세대와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오히려 과소 대표되었음에도 적극적 감축 결과가 나온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산업계가 공동체 목표보다 개별 어려움만 강조하면서 정작 건물·주거 부문의 탄소중립 실현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 논의가 뒤처진 점을 비판했다.
최 소장은 "기후 위기가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 되었다"며 "주거 부문의 그린리모델링 예산 부족과 민간 주택 규제 미비 등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축물에 대한 유럽식 규제 등 부문별 세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목표 자체 부재한 상황에서 기본 원칙 논의?
윤지로 클리프 대표는 “공론화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사전에 고민하지 않은 채 공론화를 진행한 것 자체가 순서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환경·기후 정책에서 종종 해외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각국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은 매우 다르다”며 “단순히 해외에서 시행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도입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한국 공론화가 기본 원칙을 다룬 포괄적 성격이었다는 분석과 함께, 입법 연계에 성공한 영국·아일랜드와 달리 이해관계자의 영향으로 권고안이 폐기된 프랑스의 사례를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의 입법화 사례를 들어 결과 활용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홍보 부족과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공론화의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점을 지적했다.
◇ 정부, 공론화 결과 무겁게 받아들여
이상헌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과장은 "국회 기후특위 의원들이 공론화의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이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초기 단계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에 부합하는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회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고 조속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플랜1.5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