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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0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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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비과세, 코인은 22%”…가상자산 과세 형평성 논란 재점화


- 무형자산 분류 탓에 손실 이월공제 불가...과세 인프라 미비도 도마
- “주식·코인 경계 흐려지는데…전문가들 ‘중장기 세제 정비 필요’”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국회와 학계에서 과세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인프라 준비는 미흡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는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된 사안이라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의 형평성과 과세 체계, 국세청 인프라 준비 수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은 인사말에서 “국세청의 과세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폐지했는데 가상자산만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을 자산 형성 도구로서 활용하는 청년들이 있을 텐데, 과세를 함으로써 이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것은 아닐지”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좋은 의견이 모이면 조세소위원장으로서 잘 반영해 입법 과정에서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주식과 유사하게 거래되는 가상자산...무형자산으로 분류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시행되며 양도·대여분(시세차익)이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세율 20%, 지방소득세 2%를 합해 총 22%의 과세율이 적용된다. 현행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는 불가능하다.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논의는 2020년 입법 이후 세 차례 시행이 유예됐다. 유예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핵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토론 참석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반면 주식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는 2024년 12월 논란 끝에 폐지됐다.

 

한국 세법과 회계 기준에서 주식은 일반적으로 ‘금융자산’, 가상자산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차이는 이번 토론회의 핵심 배경이기도 하다. 가상자산은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현금이나 금융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무형자산으로 해석된다.  

 

반면 주식은 법적으로 명확한 금융상품이다. 세법에서도 주식은 양도소득 체계에 들어간다. 다만 한국은 정책적으로 일반 개인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거의 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 학계 측은 “실질적으로 주식과 유사하게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따로 빼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 여전히 모호한 가상자산 성격, 형평성 논란 초래

 

이날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은 현재 가상자산 과세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현행 세법은 가상자산을 국제회계기준(IFRS)상 ‘무형자산’으로 해석해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경우 손실 이월공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상자산과 주식은 이용자 수와 거래 구조, 수익 목적이 거의 유사한데 과세 체계는 완전히 다르다”며 “가상자산 과세는 양도소득 체계로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실제 순이익이 아니라 이익 구간만 떼어 과세하는 방식”이라며 “손실이 발생하면 반영해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국세청의 과세 인프라 미비도 지적했다. 오 회장은 “스테이킹·에어드롭 등 다양한 소득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며 “어떤 시장은 잡을 수 있고 어떤 시장은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규제를 피할 방법을 찾게 된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심태섭 서울시립대 교수는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자체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최근 가상자산 상당수를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현재 과세당국의 기타소득 과세 방식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과세 인프라에 대해서는 “암호화자산보고체계(CARF)도 아직 국제 공조가 완전히 갖춰진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CARF는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추적 시스템으로 정확하게 과세 대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기용 국립 인천대 명예교수는 과세 형평성과 인프라 부족 문제를 동시에 제기했다. 그는 “주식과 금 거래는 사실상 비과세인데 가상자산만 과세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며 “과세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회계상 무형자산이라고 해서 반드시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국 상당수는 양도소득 체계로 과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투자소득세가 유예·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만 먼저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헌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적 안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시행하기로 한 세제를 반복적으로 유예하는 것은 조세국가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법 기술적 보완은 시행 이후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투세가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역시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무 현장의 우려도 제기됐다. 정성철 법무법인 에스엘파트너스 회계사는 “업비트·빗썸 등 국내 거래소 자료는 확보 가능하겠지만 탈중앙화거래소(DEX)나 해외 거래는 포착이 어려울 수 있다”며 “과세 대상과 비대상이 혼재되면 납세 불평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과세 인프라 구축 위해 관련 고시 예정

 

정부는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역시 과세하는 것이 맞다”며 “과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할 경우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과장은 “법인은 이미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해 법인세를 내고 있지만 개인은 과세하지 않고 있다”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제도 도입으로 제도권 편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과세 역시 제도권 편입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세 인프라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해외 가상자산 신고제와 국제 정보교환 체계를 준비하고 있으며, 국세청도 5대 거래소와 여섯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며 관련 고시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집·관리 시스템도 일정 부분 준비돼 있어 과세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과장은 기타소득 분류와 관련해서도 “가상자산의 성격을 특정 자산군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포괄적인 기타소득 체계가 적절하다”며 “양도소득으로 갈 경우 오히려 더 높은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세제와 과세 인프라 논의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문성 회장은 “향후 증권사 플랫폼에서 주식과 가상자산이 함께 거래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시장 변화에 맞는 과세 체계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교수 역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시장 여건과 과세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며 “가상자산 과세 역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정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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