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국의 컨테이너 해운사인 HMM가 운영하는 파나마 선적(船籍)의 HMM Namu에서 폭발과 화재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했다.
한국 선박에서의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발적이라기보다 전쟁으로 고착된 불안정성이 드러난 사례에 가깝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는 오래전부터 국제 정치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지만, 최근의 양상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 군사 기술의 변화와 비대칭 전력의 확산이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이란 공습을 통해 이란 내부 봉기나 정권의 붕괴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은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호르무즈 해협이 전략적 지렛대임을 재확인했다.
이란은 이 해협을 통제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국제 사회, 특히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했다. 특히 ‘무기의 민주화’는 결정적이었다. 과거에는 군사적 우위가 곧 경제력과 기술력의 함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인기, 즉 드론이 그 공식을 깨고 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기관총이 전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던 순간과도 유사하다. 적은 비용으로 상대의 고가 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다. 러시아의 기갑 전력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위협이었지만, 저가 드론은 그 위상을 흔들어 놓았다. 수천 달러 수준의 드론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전차를 파괴했다.
전쟁의 지속 기간 역시 이 같은 비대칭 전력에 의해 연장되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큰 인명 및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전쟁은 더 이상 단기간에 끝나는 ‘결정적 충돌’이 아니라, 비용과 소모전을 누가 더 견디느냐의 문제로 변하고 있다.
이란 역시 같은 논리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자국이 생산하는 드론 전력은 가격 대비 효율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는다. 고가의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동원하지 않고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나 주변 군사 시설에 지속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도발을 넘어,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기능한다. 해상 보험료 상승, 운송 지연, 유가 변동 등 연쇄적인 효과를 통해 세계 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 작전을 통해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나 전통적인 군사력이 강력하다 해도 값싸고 분산된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군사 개입이 확대될수록 긴장이 고조됨으로써 이란은 자신들이 가진 비대칭 전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승리’의 기준 자체가 불분명해지는 새로운 유형의 충돌을 의미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힘의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하느냐다. 이란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언어기술을 통한 위협과 전략적 요충지를 활용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무기를 통해 그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 강대국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명확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무장 드론의 단순성과 저렴한 가격을 고려할 때,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 지브롤터 해협, 뉴욕 영공, 한반도 상공 등 세계의 모든 전략적인 요충지는 이제 그러한 무기를 만들 능력과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할 의지가 있는 적대 세력의 공격에 취약해졌다.
이것이 과장된 경고일까? 종말론적 정권이나 살인적인 게릴라 집단, 예를 들어 1960~70년대 냉전 시기 서독에서 활동한 도시 게릴라 바더-마인호프 조직.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주,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를 떠올려 보시라. 그들이 2,000달러짜리 무장 드론을 가졌다면 어떤 짓을 저질렀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날 기술의 대중화가 파괴의 일상화가 되며 안개에 휩싸인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단순히 지정학적 갈등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형태의 실존적 위협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