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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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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따라 바뀌는 전쟁···클라우제비츠와 손자에게 '현대전'을 묻다"


 

전쟁의 얼굴은 시대마다 바뀌지만 그 본질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놓고선 늘 논쟁을 벌였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끌어올린다. 드론과 미사일, 사이버 공격과 심리전이 뒤섞인 충돌 양상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전면전의 선포도, 명확한 전선도 없이 긴장이 고조되고 완화되기를 반복하는 이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의 본질이 바뀌는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표현 방식만 달라진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양과 동양의 대표적인 전쟁 사상가를 동시에 호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프로이센 출신의 군인이자 군사 이론가로 나폴레옹 전쟁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론』을 집필한 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년), 그리고 중국 춘추시대 인물로, 오 나라에서 활동한 전략가로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기원전 544~기원전 496년 추정)다.

 

일부 학자들은 『손자병법』이 손자 개인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사상이 축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시대도, 문화도 다르지만, 여전히 오늘날까지 읽히는 정치 군사적 통찰을 남겼다. 만약 이들이 지금의 이란 상황을 바라본다면 어떤 평가를 할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시선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클라우제비츠라면, 아마도 지금의 상황을 그다지 낯설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전쟁을 “정치의 연속”이라고 규정했고, 군사행동은 언제나 정치적 목적에 종속된다고 보았으니까. 이 관점에서 보면 이란을 둘러싼 최근의 긴장은 오히려 그의 이론을 정교하게 입증하는 사례에 가깝다.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군사적 행동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상대의 대응을 유도하며, 동시에 국내외 정치적 효과를 계산하는 일련의 과정은 ‘정치에 의해 통제되는 전쟁’ 그 자체다.

 

주목할 점은 ‘제한된 전쟁’이라는 개념이다. 클라우제 비츠는 모든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절대전쟁’으로 발전 하는 것은 아니며, 정치적 목적이 제한적일수록 전쟁의 강도 역시 통제된다고 보았다. 지금의 이란 사태는 바로 이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사자들은 확전을 피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다. 전쟁이지만 전쟁이 아닌 상태, 충돌이지만 파국은 아닌 상태가 유지되는 이유는 결국 정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클라우제비츠는 오늘날의 정책 결정자 들에게 경고할 것이다.

 

기술의 변화에 현혹되지 말고, 먼저 정치적 목표를 명확히 하라. 드론이든 사이버 공격이 든, 그것이 아무리 정교해 보일지라도 결국은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수단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는 아마 전쟁의 방식이 아무리 변해도, 그것을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정치라고 말할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

 

그러나 손자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한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 명제는 오늘날의 전쟁 양상에서 오히려 더 강력하게 살아난다.

 

이란을 둘러싼 긴장은 대규모 지상군 충돌 없이도 충분한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제한된 타격, 대리세력의 활용, 정보전과 심리전의 결합은 상대를 소모하고 압박하면서도 직접적인 전면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손자 스타일의 전쟁’이다.

 

손자는 전쟁을 물리적 충돌 이전의 영역에서 이미 결정되 는 것으로 보았다. 정보와 기만, 타이밍과 심리의 싸움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전쟁은 오히려 손자의 시대에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도 있다. 전장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론, 인식, 정보의 흐름 속에서 전쟁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충돌은 그 결과일 뿐이다.

 

이란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에서도 이 같은 특징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무엇이 실제 공격이고 무엇이 과장된 정보인지, 어디까지가 의도된 신호이고 어디서부터가 우발적 충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 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풀었다가 죄었다가 갈등이 반복된다. 상대의 판단을 흐리고 대응을 지연시키는 것, 그것이 곧 전쟁의 중요한 일부가 되는 것이다.

 

손자라면 이러한 상황을 두고 “형태를 드러내지 않고 세를 구축한다”는 자신의 원칙이 구현된 사례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두 사상가는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일 까?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통제해야 할 정치적 도구로 보았고, 손자는 애초에 싸움 자 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고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이 둘이 충돌하기보다 오히려 겹치고 있다.

 

◇ 이란전은 정치적으로 통제된 손자 스타일

 

현대의 분쟁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정밀하게 조절된다는 점에서 클라우제비츠 적이다. 동시에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간접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려 한다는 점에서는 손자 적이다. 즉, 우리는 지금 ‘정치적으로 통제된 손자 스타일의 전쟁’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전쟁은 계속 되지만, 그것은 과거의 전쟁처럼 폭발적으로 드러나지 않 는다.

 

대신 관리되고 조절되고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이다. 많은 이들이 드론이나 사이버 공격을 전쟁의 새로운 본질로 보지만, 두 사상가의 시선을 빌리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의 변화일 뿐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전쟁을 바라보는 방식, 즉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더 이상 전쟁이 시작되고 끝나는 명확한 순간을 갖지 못 한다. 대신 지속적인 긴장과 간헐적인 충돌이 이어지는 상태 속에 살고 있다. 앞으로는 더 할 것이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군사력의 단순한 증강이 아니다.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했듯 정치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목표에 맞게 수단을 통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손 자가 말했듯,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정보력과 전략적 유연성이 요구된다.

 

이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적 계산없는 기만은 혼란을 낳고, 전략적 유연성 없는 힘의 과시는 불필요한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 매일 뉴스로 이란전을 보면 전쟁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교묘해졌음을 알게 된다. 전쟁의 영향은 눈에 보이지 않게, 그러나 더 넓은 영역에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예외적인 사건으로 이해하려 한다. 현실은 일상 속으로 스며든 지속적인 상태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시작과 끝이 있는 사건’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태’로 받아들일 것인가? 클라우제비츠와 손자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공통된 답을 제시한다.

 

전쟁은 인간의 갈등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으며, 그 형태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마치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염병과 기근이 사라지지 않듯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을 이해하는 틀 자체를 바꾸라는 요구다.

 

그리고 그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미 시작된 전쟁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 한가운데를 지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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