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유학생과 교환방문자, 외국 언론인의 미국 체류 기간에 상한을 두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이민 규정 시행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규정 도입 과정에서 행정절차상 문제가 있었고, 특히 외국 언론인의 체류 제한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들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법원의 F. 데니스 세일러 4세 판사는 노동조합과 교육·이민 관련 단체들이 국토안보부(DH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새 체류기간 제한 규정의 시행을 잠정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결정은 새 규정이 시행될 예정이었던 15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나왔다. 법원의 명령은 미 전역에 적용되며 추가 명령이나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규정 시행이 중단된다.
논란이 된 규정의 핵심은 외국인 유학생과 교환방문자, 외국 언론인에게 적용해온 '체류자격 유지 기간'(Duration of Status·D/S) 제도를 폐지하고 비자별로 체류 가능 기간에 명확한 상한을 설정하는 것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F비자를 받은 유학생이나 J비자 교환·연수방문자 등이 학업이나 연구 등 비자 발급 목적에 맞는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 별도의 체류 연장 신청 없이 미국에 머물 수 있었다. 외국 언론인에게 발급되는 I비자 역시 취재 활동을 지속하는 동안 별도의 고정된 체류기간 상한을 적용받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안보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새 규정은 F비자와 J비자 소지자의 체류 기간을 최대 4년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F비자 유학생이 4년 안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거나 J비자 소지자가 교환·연수 프로그램을 계속해야 하는 경우 이민당국에 체류기간 연장(Extension of Stay·EOS)을 신청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국 언론인에게 적용되는 I비자의 체류기간은 최대 240일로 제한하도록 했다. 240일을 넘어 미국에서 취재 활동을 계속하려면 마찬가지로 체류 연장을 신청하고 이민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세일러 판사는 국토안보부가 이 같은 규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상 요구되는 요건을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부가 규정 변경에 따른 비용과 영향을 분석하면서 외국인 학생 등록 감소로 미국 대학 등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을 사실상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외국 언론인의 체류기간을 제한한 조치에 대해서는 더욱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세일러 판사는 국토안보부가 새로운 규칙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국가안보나 제도 악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뿐 아니라 체류기간을 제한해야 할 합리적인 설명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교육·이민 관련 단체 등은 체류기간 제한이 시행되면 유학생과 연구자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학업과 연구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학과 연구기관 입장에서도 외국인 학생과 연구자의 체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외국 언론인에 대해서는 체류 연장 여부를 이민당국이 주기적으로 심사하게 되면서 취재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정부 정책을 취재·비판하는 외국 언론인의 체류 자격이 행정부의 심사 대상이 되는 구조 자체가 언론의 독립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규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규모도 상당하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F비자 소지자는 약 160만명, J비자 소지자는 약 50만4000명, I비자 소지자는 약 2만4000명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규정을 불법이민 단속과 외국인 체류 관리 강화를 비롯한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왔다.
국토안보부는 규정 발표 당시 외국인이 특정 목적에 따라 미국에 입국한 뒤 장기간 체류하는 현행 제도가 국가안보와 제도 악용 등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체류기간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규정 발표 직후 교육계와 이민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이 시행 직전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체류 관리 강화 정책에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다만 이번 결정은 새 규정 자체를 최종적으로 무효화한 본안 판결은 아니다. 법원이 추가 명령을 내리거나 본안 소송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규정 시행을 중단하는 조치인 만큼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체류기간 제한 규정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