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절에도 韓 공급망 연결 유지...‘커넥터’ 아세안 역할 커졌다

  • 등록 2026.09.13 12: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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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베트남 등 아세안 생산기지를 활용해 미국과 중국 모두와 경제적 연결을 확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는 아세안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공급망 비중이 중국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3일 발표한 보고서(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 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를 통해 “기존 글로벌 공급망 경로가 재구성되면서 국가 간 경제적 연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 간 직접 교역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양국을 연결하는 베트남과 인도, 멕시코 등 이른바 ‘커넥터(Connector)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이들 국가의 생산망을 활용해 미국과 중국 양쪽과의 연결을 유지하거나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미국의 최종 소비·투자로 직접 연결되는 비중은 2016년 73%에서 2022년 72.3%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간접 공급망에서는 중국의 역할이 줄고 아세안의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한국산 중간재가 제3국 생산기지를 거쳐 미국의 최종 수요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중국을 경유하는 비중은 2016년 10.7%에서 2022년 6.8%로 낮아졌다. 반면 베트남 등 아세안 5개국을 거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9%에서 8.3%로 상승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더욱 뚜렷했다. 해당 제품이 아세안 5개국을 거쳐 미국으로 연결되는 비중은 2022년 18.6%까지 상승해 중국 경유 비중인 17%를 넘어섰다.

 

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베트남에 수출한 뒤 현지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이나 중국으로 보내는 공급망도 강화됐다.

 

한국이 베트남 수출을 통해 창출한 부가가치 가운데 미국의 최종 소비·투자와 연결된 비중은 2016년 11.1%에서 2022년 18.5%로 상승했다. 중국 최종 수요와 연결된 비중도 같은 기간 7.3%에서 13.9%로 높아졌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로 범위를 좁히면 변화 폭은 더 컸다. 한국이 베트남에 수출한 해당 제품 가운데 미국 최종 수요로 연결된 비중은 2016년 12.8%에서 2022년 21%로 상승했고, 중국으로 연결된 비중도 11.2%에서 19.4%로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을 합친 비중은 24%에서 40.4%로 확대됐다.

 

미·중 간 직접적인 경제 연결은 약화됐지만 베트남 등 제3국을 경유하는 새로운 공급망이 이를 일정 부분 대체하면서 한국이 양국 시장과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 같은 공급망 재편이 2022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정선영 한은 아태경제팀장은 “2022년 이후에도 세계 교역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인공지능(AI) 공급망에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의 수출이 좋은 점을 보면 글로벌 연계가 계속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생산망 확대는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국내 기업의 생산과 수출 경로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제3국을 통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새로운 위험 요인도 커질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아세안 현지의 생산 여건이나 주요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우회 수출 조사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경우 현지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한국 기업은 물론 아세안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주요국 정책 변화나 현지 생산 여건 변화, 공급망 충격이 제3국 생산망을 통해 국내로 파급될 가능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특정 생산 거점이나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nay2507@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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