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요청했더니 신상·피해내용 노출...개인정보위, 구글 정조준

  • 등록 2026.09.11 15: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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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구글에 불법 촬영물 삭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제출한 개인정보와 피해 내용이 외부 사이트에 공개된 사건과 관련해 구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자의 이름과 연락처뿐 아니라 피해 영상 주소와 구체적인 피해 내용까지 노출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구글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7일 구글에 관련 자료 제출을 공식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국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피해지원 기관 등이 구글에 제출한 불법 촬영물 삭제 요청 정보가 구글과 협업해 온 해외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노출된 자료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직장, 연락처 등 개인 식별정보와 함께 삭제를 요청한 피해 영상의 인터넷 주소, 구체적인 피해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관이 구글에 보낸 삭제 협조 요청 정보도 외부에 공개됐다.

 

개인정보위는 우선 구글이 외부 사이트 운영기관에 넘긴 개인정보의 규모와 항목, 제공 기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구글이 피해자들의 삭제 요청 정보를 해당 기관에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정보 노출이 발생한 구체적인 경위도 조사한다. 담당자의 인적 과실인지, 시스템 오류 등 기술적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 개인정보가 구글에서 외부 사이트로 전달되고 공개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살펴볼 예정이다.

 

조사의 핵심은 구글의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이 적법했는지 여부다.

 

개인정보위는 구글이 외부 사이트 운영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적법한 근거를 갖추고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피해와 관련된 민감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하면서 피해자에게 동의를 받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긴급하게 삭제하거나 차단해야 할 정보가 발견되면 구글과 해당 사이트 운영기관에 즉각적인 시정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피해 정보가 외부에 공개된 사실을 확인한 뒤 삭제와 접속 차단 조치에 나섰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 25일 정보 노출 사실을 파악한 뒤 구글과 해당 사이트 측에 관련 자료 삭제를 요구했다. 이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개인 식별정보가 노출된 15건을 포함한 관련 정보 200여 건을 삭제하거나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구글도 정보 노출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구글은 지난 9일 아만다 스토리 ‘신뢰·안전, 규제, 투명성·리스크’ 부문 부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의도치 않은 정보 노출로 피해자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내부 업무 처리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와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제3자 연구 데이터베이스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확인된 뒤에는 해당 사이트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 노출된 고지문과 관련 정보를 서버에서 영구 삭제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접수되는 삭제 요청 정보가 다시 외부로 전달되지 않도록 관련 절차도 중단했다. 구글은 국내에서 접수되는 모든 신규 법적 삭제 요청에 대해 해당 사이트로 고지문을 전송하는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과거 전송한 국내 법적 삭제 요청 관련 고지문도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구글이 삭제 요청 정보를 외부 기관에 제공한 법적 근거와 피해자 동의 여부, 정보 노출 경위 등을 확인한 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특히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삭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신원과 피해 내용이 외부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구글의 개인정보 처리와 보호조치가 적절했는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임수민 기자 lsm89@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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