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관세 정책,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보급,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해 대대적인 원가구조 재편에 나섰다.
과거 협력사의 부품 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했던 원가 절감 방식에서 벗어나 부품 공용화와 차종 축소, 생산능력 조정, 인력 감축, 개발기간 단축 등 자동차 개발·생산 전반을 뜯어고치는 구조적 혁신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혼다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3조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 아래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원가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혼다는 최근 주요 협력사 회의에서 프레스·단조 부품과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관련 부품 등 3개 핵심 분야에서 30%의 비용 절감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협력사에는 소재 조달 방식을 재검토하고 2·3차 협력사가 생산하는 표준화 부품의 활용을 확대하도록 촉구했다. 가능한 범위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응하는 동시에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폭스바겐그룹은 차종과 생산능력을 동시에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는 지난 3일(현지시간) 모델 포트폴리오 50% 간소화와 5만명 규모의 인력 조정 등을 담은 '미래 계획 2030'을 승인했다.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 9%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폭스바겐은 파생 모델을 줄여 제품 구성의 복잡성을 약 75% 낮추고 경쟁력 있는 차종에 생산을 집중할 계획이다. 모델당 생산량을 늘려 비용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유럽 내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보다 50만대 이상 많다고 판단해 초과 생산능력 해소도 추진한다. 자본 운용 효율화를 위해 보유 지분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평가해 약 3분의 1을 축소할 방침이다.
스텔란티스 역시 비용 절감과 생산체계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5월 발표한 '패스트레인 2030' 전략에 따라 2028년까지 연간 60억유로(약 9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량 개발기간을 기존 최대 44개월에서 24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고 유럽 지역 생산능력을 80만대 이상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재규어 랜드로버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BBC 등에 따르면 재규어 랜드로버는 최근 사무직과 관리직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노조에 통보했다. 향후 2년간 최대 4000명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부품 공용화와 재료비 절감, 현지 조달 확대 등을 중심으로 원가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상향하고, 매출원가율을 당초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혔다.
신규 개발 차량의 제조·디자인 사양 공용화를 확대하고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등 차량 전 주기에 걸친 원가 혁신을 통해 1.5%포인트를 절감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확대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 등을 통한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부품 현지화 확대를 통해 추가로 0.5%포인트를 낮춘다는 목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자동차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생산·개발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의 원가 절감이 공급사 부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부품 공용화와 차종 축소, 공장·인력 감축, 개발기간 단축 등 구조적인 원가 혁신을 통해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