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전 대표는 AI·로봇·자율주행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10만호 규모의 ‘모델시티’를 새만금 등에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개별 규제 완화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을 실제 도시에서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는 대규모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주관으로 열린 ‘로봇 강국, 대한민국 Next Move’ 토론회에서 “로봇 산업과 자율주행 산업, 각종 AI 산업에 대해 완전한 특구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AI와 피지컬 AI,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정책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AI와 피지컬 AI, 로봇 분야의 정보과잉으로 기업의 현실 파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표 기업들이 현황과 개선 방향을 직접 공유하는 것이 당의 정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혁신당이 미래지향적이고 선명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주영 의원은 AI와 로봇 등 신산업을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 먹거리’로 규정하며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고 희망과 한계는 무엇인지, 국가가 나서서 도와야 할 것과 한발 물러나야 할 것은 무엇인지 가감 없는 토론을 통해 좋은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로봇과 첨단산업 육성이 활발한 화성특례시를 언급하며 향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최근 중국에서 열린 세계로봇컨퍼런스(WRC) 2026을 직접 참관한 경험을 소개하며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중국 전시회에서 탁구를 치거나 돌려차기를 하고 커피를 만드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발열과 외부 센서 의존 등 기술적인 한계도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로봇의 손을 잡아보면 얼마나 뜨거운지 느낄 수 있다”며 액추에이터 등의 발열로 장시간 가동이 쉽지 않은 로봇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탁구를 치는 로봇도 사례로 들었다. 로봇 자체 센서만으로 작동하기보다 주변에 고속 카메라가 설치된 통제된 환경에서 높은 성능을 내는 경우가 있었다며 화려한 시연과 실제 범용 환경에서의 기술 수준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초 CES 등에서 확인했던 기술 수준과 비교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국내 산업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기술력 못지않게 국내의 각종 규제가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 동탄을 사례로 들며 자율주행차와 로봇 도입에 대한 주민과 사업자들의 수요가 높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을 비롯한 교통 규제와 배달로봇의 엘리베이터 이용 문제 등 실제 생활공간에 적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달로봇의 경우 엘리베이터 버튼을 무선으로 작동하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혼잡한 시간대에 사람과 로봇이 어떻게 엘리베이터를 함께 이용할 것인지 등 사회적 합의와 운영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러한 규제들이 여러 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에 걸쳐 있어 개별 법률을 하나씩 개정하는 방식으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며 국회 차원의 전략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규제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AI·로봇·자율주행 분야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 별도의 ‘모델시티’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후보지로는 새만금을 거론했다. 새만금과 같이 새로운 활용 방안이 필요한 지역에 다른 곳에서는 하기 어려운 첨단산업 실증을 집중적으로 허용하면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전 대표는 “새만금 정도 되는 땅에 대한민국이 작정하고 자율주행과 AI, 로봇에 대한 규제를 다 풀어내는 투자를 한다면 로봇이나 자율주행 산업이 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0만호 규모의 도시를 조성하고 로봇산업 클러스터와 일자리를 함께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자율주행차 운행을 폭넓게 허용하고 도시 설계 단계부터 사람용 엘리베이터와 별도로 로봇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등 기존 도시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제도를 실험하자는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맞춰 자동차보험 제도를 재검토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제조사의 책임으로 발생할 경우 기존 운전자 중심의 보험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제조사가 직접 책임을 부담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등을 실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안전을 이유로 도입된 각종 규제 역시 기술 변화와 실제 효과를 고려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규제 완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개별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별도의 모델시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문제를 국회에서 하나씩 논의하기를 기다리다가는 상임위 간에 계류하면서 단 하나도 개정하지 못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 로봇 산업과 AI 산업, 자율주행 산업의 미래도 간소화된 법규 체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제조업이 아직 살아 있는 동안 제조업이 죽지 않고 버텨나가고 더 고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과학기술과 AI 산업 발전에 있어 색다르고 좀 더 과감한 아이디어를 내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주영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천하람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해 최서호 현대자동차그룹 전무, 전혜정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 연구위원,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 이윤행 AIDIN ROBOTICS 대표, 강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