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은 평화롭다. 푸른 초원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되새김질하는 소를 보고 있으면 자연과 인간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소 한 마리의 평화로운 표정 뒤에는 생각보다 거대한 세계가 숨어 있다. 세계의 육우 시장은 거대한 산업이고, 중국은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최근 중국 고비사막 주변의 육우 산업을 들여다본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 덕분에 연중 강우량이 증가해 사막 가까운 땅에 풀을 키우고, 소를 키운다는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입국이다. 2025년에도 약 280만t의 쇠고기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그런 중국이 “남의 소”에만 의존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사막화 방지와 초지 복원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23년에만 438만ha의 황폐 초지를 복원했고, 대규모 녹화사업을 통해 사막화된 땅을 되살리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북부 초원 가운데 건강하거나 준 건강 상태인 초지가 약 1억8000만ha에 이른다는 발표도 나왔다.
여기에 육우를 얹었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사막을 푸르게 만들고, 풀을 키우고, 그 풀을 소에게 먹여 고기를 얻는다. 황무지를 식량 생산기지로 바꾸는 셈이다.
중국은 좋은 혈통의 앵거스와 시멘탈 같은 육우를 들여와 중국 토종 황우의 유전능력을 개량하고 있다. 특히 시멘탈은 육질뿐 아니라 번식용 유전자 개량에 활용되고 있다.
한때 중국 농촌에서 소는 밭을 가는 일꾼이었다. 이제는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 등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비싼 쇠고기 대신 닭고기 같은 상대적으로 싼 단백질을 찾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5년 중국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보다 2.5% 줄었다. 끝없이 늘 것 같던 중국의 쇠고기 수입이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솟값이 떨어지니 농민들도 울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정부는 국내 육우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시 소를 키우라고 한다. 2026년부터는 일정 물량을 넘어서는 쇠고기 수입에 55%의 관세를 매기는 조치까지 시행했다. 세계 최대 쇠고기 수입국이 수입을 줄이고 자국 소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에 소가 많아지는 것이 정말 지구에 좋은 일일까? 초지를 살려 소를 방목하는 방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소에게 먹일 사료다.
자연의 풀만 먹고 사는 소라면 인간이 먹지 못하는 풀을 고기로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수수와 콩을 대량으로 재배해 소에게 먹이고, 그 소를 다시 사람의 식탁에 올린다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사람과 가축이 먹을 곡물을 놓고 경쟁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는 또 트림을 한다. 이 평범한 생리현상이 기후변화 시대에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반추동물의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다. 소를 많이 키울수록 사료, 물, 토지, 분뇨 처리와 함께 온실가스 문제도 따라온다.
중국의 고민은 그래서 우리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축산업에 맞지 않는, 연평균 강수량이 대체로 1250㎜ 안팎에 이른다. 거기에다 산지가 대부분으로 호주나 몽골처럼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소 떼를 풀어놓을 수 없다. 결국 우리 소는 상당 부분 축사와 사료에 의존한다. 소에게 먹일 사료를 생산하거나 수입해야 하고, 좁은 국토에서 가축분뇨를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꼭 이렇게 많은 소를 먹어야 할까?” 기후 위기 시대의 진짜 질문은 “소를 몇 마리 더 키울 것인가”가 아니다.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쇠고기를 먹는 식탁을 우리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중국이 사막에서 소를 키우는 동안 우리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소를 가장 소 답게 키우는 우리나라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식탁에서 쇠고기를 줄이는 대신, 새로운 친환경적 먹을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자연을 훼손하는 축산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축산이 경쟁력을 가지고 오래갈 것은 자명한 이치다.
중국의 전체 소 사육 기반은 이미 1억 마리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세계가 중국처럼 각자의 쇠고기 자급률을 높이겠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브라질은 더 많은 목초지를 필요로 하고, 미국은 더 많은 사료를 생산하고, 중국은 더 많은 초지와 사료를 확보하고, 우리나라는 더 많은 수입 사료를 들여와야 한다.
소고기 한 점을 둘러싸고 세계의 토지와 물과 곡물이 움직이고 환경은 훼손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소를 어떻게 더 키울 것인가’만큼이나 ‘소를 얼마나 덜 키울 것인가’도 중요한 질문이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