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후 우리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 등록 2026.08.15 17: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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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81주년을 맞았다. 문득 남북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이후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통일의 꿈은 이제 망상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통일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통일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일듯하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이미 그 질문에 대한 오래된 답이 있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선포된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독립을 통해 민족이 자주적으로 발전하고 인류의 평등과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독립선언서는 조선의 독립이 “인류 평등의 대의를 밝히며 민족의 자존과 자유로운 발전을 이루는 길이며, 나아가 동양의 평화와 세계평화, 인류 행복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독립은 목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출발점이었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는 1776년 7월 4일 채택됐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선언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립한 나라가 어떤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하는가를 함께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선언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권리 가운데 생명(Life), 자유(Liberty), 행복 추구(the pursuit of Happiness)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존재하며,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통치받는 사람들의 동의에서 나온다고 선언했다.

 

즉 단순한 독립선언이 아니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국가의 이상을 먼저 세운 선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독립선언에서 말한 이상대로 곧바로 완성된 나라가 되지는 못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선언한 나라에 노예제가 존재했다. 결국 미국은 약 70만 명(추산)이 죽은 남북전쟁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다시 마주했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은 게티스버그에서 그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그는 미국을 “자유 속에서 잉태되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헌신한 새로운 나라”라고 규정하면서, 남북전쟁을 바로 그러한 나라가 과연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쟁에서 죽어간 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미국이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이루어야 하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거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오늘의 대한민국은 광복이후 여야로, 진보와 보수로, 세대와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자체는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 역시 나라가 온전한 것 같지는 않지만 국민이 공유하는 큰 국가적 비전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민 공동의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적 차이는 정책의 차이를 넘어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증오로 변하고, 서로가 자기 진영의 이익만이 옳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따라서 광복 81주년을 맞은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도 좋지만 먼저 ‘통일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자유와 법치가 살아 있으며, 국민 누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지 않는, 서로의 상처와 기억을 끌어안고 하나의 공동체를 만든다는 국가적 비전이 나와야 한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국가적 비전이 국민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면 주변 4대 강국도 통일한국을 단순히 자기들의 이해관계만으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비전이 분명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통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지 세계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오늘 광복 81주년을 맞은 우리에게 1919년의 독립선언이 던지는 질문이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가장 큰 숙제일지 모른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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