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AI 협력 선언, 양국 증시에 긍정적 신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최근 급격한 주가 변동의 원인으로 지적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 신속히 보완책을 마련하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삼성과 하이닉스에 대해 두 배의 레버리지 상품을 개발했는데, 외환 유출을 줄이는 효과와 주식 시장의 불안정을 심화시켰다는 양론이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시장 불안정을 해소하는 과감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해외에서 한국 상품을 갖고 만든 레버리지 상품이 있었고, 이에 투자자 보호 측면이나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 증권에 투자한 것이 1천400억 달러이며 그 중 개인 투자가 400억 달러였으나 올해는 6월까지 개인 투자가 28억 달러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삼전닉스 레버리지의 효과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외신들은 한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레버리지 상품에 의해 커졌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았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또 최소 매수 단위를 기존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신규 상장 잠정 중단하고 관련 상품 광고도 금지하는 등을 마련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도 증시 불안정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야당의 주장대로 더 극약 처방을 검토해야 할지 모르겠다. 외환 유출 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한국 증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삼전닉스 상품보다는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했어야 했다고 본다. 한쪽의 불을 끈다는 게 다른 산의 불길을 더 키우는 꼴이 된 셈은 아닌지 지금부터 시장의 흐름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한국 증시 종목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증시가 삼전닉스에 빨려 들어가면 다른 주식들은 어떻게 되는가. 증시는 자본조달 창구의 기능이 있다. 한국 경제는 조선, 원전, 방산, 배터리 등 많은 제조업과 더불어 요즘 한류로 주목받으며 기운이 살아나는 화장품, 식품, 관광 산업에도 골고루 자본이 공급돼야 한다.
미국 증시에도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있다는데, 미국 증시가 태평양이면 한국 증시가 커졌다고는 해도 미국 증시에 비할 바가 아니지 않은가. 변동성을 키우는 태풍의 눈이 된다면 한국 증시는 감당 못 한다.
삼전닉스 상품은 미국 정부와 미국 증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 종목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반도체는 미국 빅테크들이 안 사주고 중국과 일본 반도체를 구입하거나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거나 하면 곤두박질할 게 뻔하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변동성을 일으키는 증권 상품이라니 참으로 단견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증시 특성, 새삼 생각해 보기
주식 시장은 일반 상품 시장, 서비스 시장, 부동산 시장과 확실히 다른 특성이 있다. 그 첫 번째 특성은 기본적으로 ‘버블’이란 점이다. 인간의 욕망과 희망, 기대, 정확할 수 없는 예측 등이 투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들도 버블이 어느 정도 끼어 있기 마련이지만 증시는 유독 그런 특성이 강하다.
무엇보다 증시에서는 투자할 돈을 빌려준다. 도박장에서 도박장 주인이 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다. 자신의 여윳돈만 굴러도 버블이 생기는 판에 빌려서 투자할 수 있는 증시는 항상 버블로 부풀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대 증시에는 각종 투자상품이 계속 개발돼 투자자를 유혹한다. 이번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도 그런 상품이다. 여러 가지 주식 상품이 만들어지면 그것이 버블을 또 키운다.
두 번째 특성은 큰손이 시장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만들고 조정하기도 하는 시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큰손들이 사고파는 시점을 선택하고 종목 갈아타기를 하면서 돈을 벌게 돼 있는 구조라고 할까. 어지간한 개인 고수가 아니고서는 큰손들의 투자 행동을 올라타기가 어렵다. 즉 증시는 큰손들과 극소수의 개인 고수들이 돈을 버는 시장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특성을 가진 증시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면 큰손이나 개미들이나 모두 웃음꽃이 핀다. 그런데 갑자기 변동성이 높아졌다. 이번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나오기 전부터 AI 거품론이 심심찮게 거론되던 시점에 딱 맞추어 삼전닉스 상품이 돌출된 것이다.
큰손들은 변동성이 높아지거나 너무 고점이라는 인식이 오면, 저점에서 샀던 우량주를 서서히 팔아치움으로써 차익을 실현해 간다. 그러는 한편, 풍부한 자금력으로 그 우량주를 떨어지는 대로 속속 사들이면서 그 우량주가 바닥을 볼 때까지 사들인다. 한동안 하락 시기가 지나 반등 추세로 돌아서면 적절히 사고팔면서 단타 이익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큰손은 언제나 돈을 벌게 돼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개미들은 이런 과정에서 대부분 눈물을 삼킨다. 왜냐하면 개미들은 사고파는 시점을 적절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아는 때가 있다고 해도 자금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파도타기도 못 하고 종목 갈아타기를 할 여유가 없다. 개미들은 또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나, 버블이 꺼지는 하락 장세에서 마음이 불안하여 냉정한 행동을 하지 못해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정부는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정책을 펴야
지금 세계 증시는 변동성 요인이 너무나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어쩌면 그보다 더 크게 전쟁이 번질지도 모르는 이란 전쟁까지 터진 상황이다. 이란 전쟁은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 국가들에겐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를 한국은 잘 넘기는 편이라고 자평하고 있는데, 물가가 급히 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
미-중 대결이 장기화되고 심화되는 구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몽니와 중국의 희토류 광물 맞대응도 우리나라는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너무 커진 점도 변동성의 에너지를 축적시켰다. 그나마 반도체 호기로 숨을 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삼전닉스 레버리지 사태는 ‘날벼락’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 증시 띄우기는 그만두고 증시 안정화 정책에 주력하기를 바란다. 변동성 잠재 요인을 생각하면 증시 띄우기는 애초 기획부터 불안한 출발이었고,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허가는 ‘악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증시 규모가 무한히 커지는 것이 아니다. 신규 진입자들이 줄어들면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사실 그때부터 버블이 꺼지는 신호탄이다. 전 국민이 주식 인구에 편입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미국에 유달리 노숙자들이 많은 것은 전 국민이 주식 투자자로 뛰어들었다가 거덜 나고 모기지대출 이자에 멍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절대로 미국인들처럼 금융에 평생 인질로 잡혀 살아가는 부채 구조를 쫓아가서는 안 된다.
금융은 까딱 잘못 풀어놓으면 정부도 국민도 모두 마수에 걸려 꼼짝 못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연 지나친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보기 바란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묶인 돈이 주식으로 가서 산업 자금으로 활용되도록 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자산을 너무 급하게 주식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결국 금융계의 탐욕과 큰손들의 돈벌이에 희생양이 되는 방향으로 등 떠미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샌프란시스코 한미 AI 협력 선언, 양국 증시에 장기적 호재 될 것
청와대는 지난 7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AI 분야 기업들이 참여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9천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약 건수와 금액 규모도 중요하다. 하지만 양국의 기업들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AI의 튼튼한 미래를 전망케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는 현재 AI 산업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증시 쪽에서는 빅테크들이 플랫폼 중심이어서 확장성에 힘이 달린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한국 AI 기업들은 피지컬 분야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해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마냥 정부 지원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증시와 금융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이런 차에 이번 샌프란시스코 한미 AI 기업들이 협력을 선언하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보장을 서는 모습은 양국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은 틀림없다.
1990년대 IT산업 생태계 태동기에서도 그랬지만 특정 몇몇 기업들만 앞장서 가지고는 추동력과 확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현재의 AI 혁명은 파급력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데다 미-중 간 AI 기술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IT와 인터넷 확산기에 비해 복잡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미 AI 기업들이 함께 힘을 합쳐 AI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한미 AI 협력 선언은 양국 증시의 장기적 성장성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