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과 물가 3% 이내 관리를 골자로 한 하반기 경제 안정 대책을 추진한다. 정부는 체납 세금 징수를 강화해 재정을 확보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부채 탕감을 확대해 민생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가짜뉴스 대응 시스템 구축도 핵심 과제로 수행한다.
이 대통령은 15일(어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부처 업무보고'에서 재정경제부, 국가데이터처, 금융위원회, 기획예산처의 업무를 보고받고 경제·금융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책 신속 마련
이 대통령은 이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보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초의 제도 도입이나 이런 것들이 가끔씩 부작용 측면 때문에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들이 없을 순 없는데, 그런 건 신중하게 하도록 하라"며 "반드시 필요한 조치는 저항이 있더라도 신속하게 도입하고, 그중에 논란이 있는 부분은 신중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레버리지 ETF 보완책 마련을 주문하면서도 "돌덩이가 돼 버린 건 골라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저항 때문에, 그래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최근에 많이 당하고 계신 것 같던데..."라며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직접 언급했다. 이에 이 원장은 "시장 관리자로서 그 책임을 달게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이후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재 시장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지난 10일 "F4(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회의에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서 보완 필요성이 있으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정상화와 선진화를 핵심 국가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며 "선진국 가운데 이렇게 부동산에 매달리는 나라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용 자원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자원 배분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자본시장 관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한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편입이 불발된 점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증시가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상승세를 보였는데 선진국 지수에 편입됐다면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정책 뒷받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비정상을 정상으로...담합·체납 과감히 바로잡아야
재정경제부 업무보고에서는 시장 질서 확립과 체납 징수 강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굳어진 일이 너무 많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대표적인 사례로 정유업계를 언급하며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 석유제품 가격은 미리 올리고, 국제유가가 내릴 때는 가격을 잘 내리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이런 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몇의 이익 때문에 국민 경제 전체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방치돼 왔다"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체납 세금 문제를 지적하며 "국세와 세외수입 체납액이 백수십조 원에 이른다"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한시적으로 인력을 늘려서라도 체납 징수와 시장질서 확립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생산적인 공공 일자리는 늘릴수록 좋고, 일이 마무리되면 인력을 조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업무보고에서 국세뿐 아니라 세외수입까지 관리하는 '통합 재정수입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6월 30일 경찰 과태료 체납자들에게 국세청이 관리한다는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자 하루 12억 원 수준이던 납부액이 38억 원으로 늘어 경찰청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물가 3% 이내 관리...역대 최대 할인행사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7~8월 역대 최대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농할상품권 발행 규모를 월 200억 원대로 확대해 11월까지 매달 발행한다.
또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하반기 동안 동결하고, 등유와 LPG를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수급 가구에는 겨울철 지원금을 14만7000원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 3대 메가프로젝트·청년 투자 확대
정부는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반도체특별법에 국유지 수의계약 허용과 국유재산 사용료·대부료 감면 규정을 담고, 전력망 구축과 산업단지 개발 등 공공기관 투자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늘어난 세수는 청년 전주기 지원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랜드마크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기획예산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의무지출 10% 감축을 골자로 한 재정혁신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청년의 재교육과 일경험 확대, 주거안정,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적극적 복지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또 내국세와 연동되던 교육교부금을 경제 상황 및 학령인구 변동에 맞춰 개편하고, 기초연금은 저소득 노인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고용보험기금은 무급휴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건강보험은 지역 필수의료 보상 체계와 연계하여 추진한다.
◇ 부정부패 신고, 직업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대통령은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근절 방안을 언급하며 공익신고 활성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직업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국가 환수 금액의 약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전문적인 신고 행위를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부정 수급에 대한 경각심 부족을 지적하며 참여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고의적인 부정수급 기업에 대해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거나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하는 수준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단순 실수일 경우는 시정기회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가짜뉴스, 적대·갈등 키워...팩트에 기반해 반론하는 시스템 구축해야
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는 AI 기반 팩트체크 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가짜뉴스가 공동체를 파괴할 정도로 적대와 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영향력이 큰 허위정보를 즉시 분석하고, 팩트에 기반해 반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연평부대 방문 시 사용한 총기 관련 언론 보도를 언급한 뒤 "17만 명에게 보급된 총기를 마치 대통령만 사용하는 최신 장비처럼 보도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즉각적인 팩트 체크가 가능했다면 그런 허위 보도는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것은 거대 언론사 하나의 문제기도 하지만, 유튜브라든지 온 동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며 "데이터처의 역할이 그런 사회 질서 훼손에 대응하는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은 "내년 중 AI 기반 팩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데이터처를 "대한민국 데이터 최고책임자(CDO)로 규정하며 국가 데이터를 총괄하는 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도한 연간 2천만 건이 넘는 민원에 인공지능 대응으로 사실 여부를 판별해 대응하면 국민 불안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빚 때문에 인생 망치는 일 없어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부채 탕감 정책 확대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파산과 면책을 통해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이 제도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며 "몇천만 원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취업도 못 하고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도덕적 해이 우려와 관련해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누가 몇천만 원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기를 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 젊은 이성 옆자리 앉히는 문화 이제 없어져야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며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 조직문화 개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술 먹고 노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젊은 이성을 옆자리에 앉히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이성을 노리갯감처럼 취급하는 생각 자체가 인격 모독"이라며 "그런 문화는 이제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여성 소방관이 음주 회식 자리에서 남성 상사 옆자리에 앉도록 강요받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뒤 숨진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는 청와대가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교육부 업무보고에 가장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참석자는 연령과 직업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중 인터넷 생중계 댓글도 직접 확인하며 "국민 의견을 잘 기록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해 달라"고 관계 부처 등에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