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190여 개 4년제 대학 중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있는 대학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인 영향이 크지만, 국립대학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정부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안정된 미래를 담보하는 경우의 수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립대학의 미래가 불투명한 전환의 시대에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버넌스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의 경영 전략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자구노력 등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는 주체가 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비영리조직은 다양한 관점에서 분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기부형과 사업형 두 개로 범주화할 수 있는데, 기부형은 기부 외에 회비 및 공적자금으로부터의 지원 및 보조금 등으로 자금조달이 이루어지며, 사업형은 생산하는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한다.
그리고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자금제공자가 이사를 선출하는 경우 상호형이라고 하고 자금제공자와는 관계없이 조직 내부에서 자기 영속적으로 이사를 선출하는 경우가 기업형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비영리조직은 ‘기부·상호형’, ‘사업·상호형’, ‘기업형’, ‘사업·기업형’ 네 개로 분류된다. 전형적인 비영리조직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재단은 기부금에 의해 설립되어 재단 내부에서 자주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므로 ‘기부·기업형’으로 분류되며, 우리나라 학교법인 이사회 또한 ‘기부·기업형’에 가깝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설립 후에도 거버넌스가 주체가 되어 기부금 등 외부 재원의 유입이 이루어지지만, 설립자 등의 재산 출연으로 설립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설립 후에는 거버넌스가 외부 재원 확보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주로 회비(대학은 수업료)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미국과 영국 대학의 거버넌스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거버넌스는 다음 호에서 다루고자 한다.
◇ 미국
거버넌스를 대학 외 이해관계자가 담당하는 것을 아마추어 지배(layman control)라고 하는데, 미국의 비영리조직이나 유럽협동조합의 거버넌스에서 중요한 원칙이다. 이 원칙에는 고등교육이 공공의 목적에 기여하는 존재로서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를 사회가 판단해야 한다는 관점이 들어있다. 대학을 교수 집단에 맡겨두면 독선적이고 폐쇄적이기 쉬우므로 학교 외부의 여론을 대학의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대학 밖의 관여는 대학 자치와 관련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낳기도 하지만, 오히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대학의 이사회가 외부의 대학 자치 침해를 막아주는 방파제 내지 완충 역할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대학 거버넌스의 특징으로는 대학의 핵심적인 세 개의 영역, 즉 ‘경영’, ‘교학’, ‘감독’에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은 중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교육·연구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배치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는 것이며, ‘교학’은 교육·연구를 실시하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필요한 조건을 요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감독’은 대학의 설치 이념, 이해관계자의 시점에서 ‘경영’과 ‘교학’이 적절하게 기능하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사명이다.
미국 대학 이사회(Board of Trustee)는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으로 기부된 재산을 운용하는 신탁으로서 성격이 강하다. 막대한 기본재산(endowment)의 운용 수입을 대학 운영에 충당하는 미국의 사립대학 이사회의 역할은 명확하며 대학 행정과는 구분되는 거버넌스를 담당한다. 대학의 거버넌스가 주로 외부 인사로 구성되므로 대학 자치와의 관계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교원 인사, 커리큘럼의 편성, 학위 수여 등 자치에 관련되는 중요한 안건은 사실상 총장 산하의 대학조직에 위임하고 있다.
신규이사의 임명은 이사회가 결정하므로 영속성이 있는 조직이다. 이사는 공익 대표, 교원, 학생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사 수는 대학마다 차이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거버넌스 조직은 1650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법인인 Harvard Corporation이다. 총장, 재무관(Treasurer)과 대학 외부 전문가 등 7명에서 13명으로 구성되는 이 조직은 대학의 학술, 재정, 시설 설비 등에 신탁 상의 책임을 지고 있으며, 기본재산의 관리 외에 총장의 지명, 장기 전략, 정책, 대규모 투자계획을 책정한다. 또한 예산, 투자, 학비를 승인하며 각종 프로그램을 총장, 부총장, 학부장과 폭넓게 협의한다. 학술, 재정 등 일상적인 행정은 총장 이하의 대학 행정조직에 위임한다.
하버드대학은 또 하나의 거버넌스 조직으로 감독위원회(Board of Overseers)가 있어 대학원과 학부, 연구소 등의 평가를 담당한다. 이 위원회는 Harvard Corporation 위원, 대학 임직원 이외에 하버드대학 학위를 가진 자 중에서 30명을 선출한다. 이 두 개의 조직이 통상 하버드대학 이사회의 역할을 담당한다.
스탠퍼드대학은 대학 자체가 캘리포니아주법 하에서 법인격을 가지며 내국세입청의 세액공제 대상 단체 지정을 받고 있다. 총장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 전문가이며 최대 38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는 Harvard Corporation처럼 기본재산과 스탠퍼드대학의 모든 재산 관리, 총장의 지명, 예산 및 투자계획의 책정 등을 담당한다.
프린스턴대학은 이사 정원이 졸업생 13명을 포함하여 23~40명이며 임기는 4년이다. 그리고 보스턴대학은 40명의 이사가 재적하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는 졸업생이며 임기는 1~3년이지만 통산하여 14년을 초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의 비교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대학 이사회에는 두 가지 점에서 특징이 있다. 첫째, 이사회의 의사결정·집행·감독 기능에 관한 역할 분담이다. 미국 대학에서 이사회는 Guardians(수호자)라고 불리는데,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대학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여 교직원이나 정부에 대한 체크와 균형 기능을 수행한다.
이사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의 방향성과 미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고 총장을 선임한다. 실제 집행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대학 총장이며, 총장의 집행을 이사회가 감독하고 지원하는 이사회와 총장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 학교로서의 장기적인 발전과 단기적인 과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따라 책임의 주체를 나누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둘째는 이사회의 구성이다. 미국 대학의 이사회는 ‘아마추어 지배’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직 교직원은 이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의 졸업생이나 현지 인사 등 다른 직업을 가진 자가 이사가 되며 이사는 보상이 없는 명예직인 경우가 많다.
대학 의사결정에 의해 직접 이해를 받는 교직원은 공평한 판단을 하기가 어렵고 폐쇄적이기 쉬우므로 외부의 다양한 인사가 참여하여 개인의 관심에서 분리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념이 들어 있다. 비록 개인 독지가의 출연이나 기부로 설립된 사립대학이라도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그래서 세제 우대 등 사회로부터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고 본다.
◇ 영국
영국의 대학은 설립 시기와 기관의 성격에 따라 설립 인가 절차 및 설립 형태가 다르다. 그러나 모든 대학은 독립 법인이므로 국가로부터 상대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는 모든 활동의 최고 책임 주체가 되는 관리·운영 기관이 설치되어 있다.
대학이 공익 단체로서 지위를 가지는 기관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며 공익 단체의 지위를 가지므로 세제상 각종 우대 조치를 누린다. 다만, 버킹엄대학처럼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정부 기관의 감독을 받지 않는 사립대학도 있다.
영국의 대학은 국립대학에 가깝지만, OECD가 매년 공표하는 교육 국제 비교 지표(Education at a Glance)에서는 영국의 사립대학 비율이 100%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통계적 구분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통계의 정의에 따른 것이다.
OECD는 고등교육기관을 ‘국·공립’, ‘사립’으로 구분하고 사립은 ‘공영형 사립’과 ‘독립형 사립’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 기관의 보조가 운영 재원의 50% 이상, 또는 교원 급여를 정부가 지불하는 경우”는 공영 사립기관이며, “정부 기관의 보조가 운영 재원의 50% 이상에 달하지 않으며, 교원 급여를 정부가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독립 사립기관’으로 분류한다. 위의 정의에 따르면 영국 고등교육기관의 100%가 공영형 사립에 해당한다.

일형 관리·운영 조직의 주요 거버넌스로는 형식상 최고 기관인 코트(Court),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카운슬(Council), 학사 관계의 실질적 결정 기관인 평의회(Senate)가 있다. 코트는 지방 행정 당국의 대표, 각종 관계 기관, 다른 대학, 산업계, 노동계, 학계, 카운슬 구성원, 교직원, 학생 대표, 대학 동문 등으로 구성되며, 대학 운영 전반에 관하여 종합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기능을 한다.
카운슬은 지방당국, 지역 산업계, 학생, 졸업생 대표, 저명인사 등으로 구성되며, 적어도 구성원의 반수는 교육계 외의 인사이며, 의장은 교육계 외의 인사가 맡는다. 평의회는 카운슬과 대조적으로 학교 구성원에 의한 학무 의사결정기관으로 주된 구성원은 교원이며 학생 대표가 참여하기도 한다. 교육·연구 활동의 방침, 학술의 진흥, 코스·교육 과정의 승인, 교육의 질, 수여하는 자격·학위, 시험심사 위원의 임명, 시험, 학생의 입학·편입학, 졸업 기준, 학생 규칙 등에 관한 의사결정기관이다.
대학의 교학 조직은 학무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Senate 아래에 학부, 학부 아래에 학과를 두는 3층 구조가 일반적이다. 학부(faculty)는 법학, 문학, 이학, 공학 등 기본적인 학문 영역에 따라 복수의 학과를 대학의 관리·운영 관점에서 범주화한 것이다.
학부에는 학부장(dean)을 두며, 학부장을 장으로 하여 학과장, 교수, 상급 강사, 상급 스태프로 구성되는 학부 교수회(faculty board)는 학위, 교육 과정, 시험 등 학사, 인사·승진, 재무 등에 관한 중요한 시책을 검토하는 기능을 가진 교학 상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학과(대학에 따라 department, school, division, centre, unit 등을 사용)는 각 대학에서 교육 연구 활동의 최소 단위로 교원의 기본적 조직이며,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교원의 모집 및 선발을 담당한다. 학과마다 교수, 조교수(reader/ associate professor), 강사가 배치되어 있다.
학과에는 학과장(head of department)이 있으며, 전통적으로는 교수가 학과장을 맡았지만, 최근에는 교수 이외의 직제에서 맡는 경우가 있다. 대학의 관리·운영 기구는 설립 칙허장과 칙허장에 부속된 대학 규정에 정해져 있으며, 의사결정 체제와 위원회 조직 구조는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한 유형이 있다.
대학의 관리·운영을 담당하는 주요 직책으로는 총장(Chancellor), 총장 대리(Pro-Chancellor), 부총장(Vice-Chancellor), 부총장 대리(Pro-Vice-Chancellor), 출납관(Treasurer) 외에 일상적인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Register 또는 Secretary)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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