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계·언론계·시민사회·국회, 공영방송 정상화·통합미디어법·오보구제 등 개혁 과제 논의
- 정치-미디어 종속·대결·분열 구조 진단...시민 참여 기반 민주적 미디어정책 필요성 제기
- 공영미디어 회복·정부광고 개편·자율규제 강화·표현의 자유 보장 등 구조적 개혁요구 확산
급변하는 신기술 환경 속에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와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언론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댔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시기 언론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치·미디어 간 유착과 갈등을 타파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을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정치권 "구시대 언론 구조 혁파…사회적 합의와 입법으로 언론개혁 완수해야
김현 의원은 축사에서 “언론개혁은 국회와 언론계, 현업 종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필수”라고 밝혔고, 노종면 의원은 “구시대적 언론 구조와의 결별”을 강조하며 오보 피해구제 제도 마련을 시급 과제로 제시했다.
이정헌 의원은 “방송법 개정의 현장 안착 및 신문법·언론중재법 등 후속 입법의 완수가 필요하다”고, 이해민 의원은 “역대 정부의 언론정책을 엄정히 평가하고 미래지향적 미디어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훈기 의원은 “언론개혁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대개혁 과제”로 규정했고, 이부영 전국시국회의 고문은 “방송법·신문법 등 분절된 법제를 아울러 ‘통합미디어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정부, 법제화로 복원적 회복 추진해야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회대개혁으로서의 언론개혁’ 발제에서 한국 미디어정치의 40년 변화 분석과 함께 향후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채교수는 미디어정치를 관습적·비관습적 정치로 구분하며, 1980년대의 정치종속적 구조, 1990년대의 정치-언론 간 거래적 공존, 노무현 정부 시기의 예외적 대결 구도를 짚었다.
채 교수는 “기술·자본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정책의 중심부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는 순응→거래→대결→연대→강탈로 급진화됐다”고 평가했다. 비관습적 미디어정치는 시민 참여와 기술 변화에 따라 대체·증식되며 3~4단계의 ‘미디어화’로 진화했지만, 극우적 동원과 정치적 분열도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정부는 ‘미디어 분열 가속기’였으며, 극우 비관습 미디어가 관습 정치에 흡수되면서 기존 권위가 흔들리게 됐지만, 이재명정부 1년은 방송3법 추진과 허위정보 징벌배상 논의 등 ‘복원적 회복’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미디어정치의 위기 극복을 위해 민주주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기존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접소통 미디어정치의 제도화, 통합미디어법 제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숙의 과정, 언론장악 재발 방지를 위한 후견주의적 구조 차단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시민 미디어정치 제도를 구축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숙의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적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권언유착 기자실 폐지·정부광고 개편…시민이 언론 자정의 칼 쥐어야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은 ‘언론개혁의 실행 주체’ 발표에서 언론개혁은 언론인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함께 추진해야 할 사회적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21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둘러싼 언론계의 강한 반발은 ‘언론개혁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으며, 당시 기자단체들이 약속했던 ‘통합형 자율규제기구’가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점도 비판했다.
오 전 논설실장은 조선일보·한국경제의 ‘쿠팡 노조 술판’ 오보, 조선일보의 ‘건설노조 간부 유서 대필’ 오보, 동아일보의 ‘대장동 그분’ 보도 등 최근 수년간 반복된 중대 오보 사례를 언급하며 "언론의 자정 능력이 사실상 상실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 자유가 국민 모두의 것인만큼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자의 사실 보도를 지키는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기자가 부당한 편향 지시를 거부하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그 예시로 2024년 공영방송 장악 논란 당시 결성된 'MBC 지키기 시민모임'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시민사회의 조직적 대응과 참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 전 논설실장은 시민사회의 조직적 대응 확대와 함께 구체적인 미디어 개혁 과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정보 독점과 권언유착의 온상이 된 권력기관 기자실의 폐지이며, 둘째는 연간 1조 원이 넘는 정부광고의 집행 기준을 전면 개편해 특정 언론에 세금이 집중되는 독점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비자 주권 언론’이며, 언론이 잃어버린 자정의 칼을 이제는 시민이 직접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자유 보장 위해 국보법 철폐 및 과거 정권 탄압 책임 규명해야
정일용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핵심이 언론 자유의 실질적 향유에 있으며, 언론개혁의 궁극적 목표 역시 언론 자유 보장이라고 강조하며, 첫 번째 과제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박정희 정권의 민족일보 사건과 전두환 정권의 언론인 강제 해직 및 언론사 통폐합을 언급하며 과거 정권의 언론 탄압 책임을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 정보의 주인은 국민이므로 국민을 대신해 공무원에게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기자의 정당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역설했다.
◇ 미디어 입법, 시민 중심 숙의 기구 거쳐야…정치권력의 언론 포획 구조 해체해야
강성남 언론정책집단 세움 공동대표(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는 한국 미디어정책의 방향이 정권 변화에 따라 진보와 퇴행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는 보수 정치와 미디어 자본의 연대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정치 종속적 미디어정치와 강압적 통제 방식이 나타났다”고 평했다.
그는 "미디어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을 구조적으로 참여시키는 민주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통합미디어법과 같은 핵심 입법은 시민을 중심에 두고 전문가·언론 종사자·이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숙의형 공론화 기구를 통해 의제와 원칙을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치권력의 언론 포획 구조를 해체하고, 시민적 감시와 참여 민주주의의 에너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구체적 실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공영방송 정상화하는 언론개혁 시급
양승동 전 KBS 사장(언론시국회의 운영위원)은 윤석열 정부 시기 공영방송 통제가 심화되며 TBS까지 탄압 대상이 되는 등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탄핵으로 중단되면서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이 열렸고, 지난해 국회가 방송 3법을 통과시켜 공영방송 이사 추천 제도와 사장 선출 과정의 공정성이 강화됐다"며 "현재도 KBS의 원상회복 과정은 파행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혐오와 허위정보가 언론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배경에는 KBS·TBS·YTN·연합뉴스TV 등 공영 언론의 위축이 있다”며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언론개혁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언론 개혁 과제로 뉴스 유통 구조 개편 제시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은 정부·여당이 추진해야 할 언론개혁 과제로 정부광고 배분 개선, 미디어 바우처 도입,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구조 개편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 주도의 개혁은 기존 주류 언론의 강한 반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시민사회와 협력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업 포털의 어뷰징 기사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성을 우선하는 공공포털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본부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강화해 민주 시민의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며 △정부 부처 기자단 폐지와 기자실 전면 개방 △언론의 자율적 팩트체크·미디어 비평 활성화를 위한 간접 지원도 핵심 과제로 제안했다.
◇ 미디어법 강행과 종편 개국이 환경 왜곡 신호탄…혐오·정치공작 집중돼
전준형 언론노조 YTN 지부장 역시 공영미디어 정상화가 현재 언론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뉴스를 보면 인권·평화·기후·환경·사회적 약자 등 공공 담론 이슈가 소외되는 추세”라며 “공영방송은 다양한 사회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 의무이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TBS 정상화를 새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지부장은 “YTN도 유진그룹에 편입된 이래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노조가 매일 피켓시위를 이어가며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유진 자본을 퇴출시키고 독립적·비가역적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사회 다원화와 시청자위원회 권한 강화를 통해 시민 통제 장치를 구체화할 것도 주문했다. 전 지부장은 “공영미디어의 관심이 줄어들어 우려스렵다”며 “언론개혁을 위해 시민의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천우 민변 미디어언론위 변호사는 보수·극우 세력이 지난 정권 이전부터 ‘비관습적 미디어 정치’에 적극 진출해 혐오 담론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호남 혐오, 일베 성장,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 강화 등이 2010년 전후로 집중됐다”며 "2009년 미디어법 강행 처리와 2011년 종편 개국으로 미디어 환경의 왜곡이 본격화됐다"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현재도 표현의 자유 침해·통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우려스렵다”며, “보수·극우 진영이 이를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과거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더 진전된 언론·표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