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전력난, '서해안 해저 송전망'과 '민간 자본'으로

  • 등록 2026.06.09 19: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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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이 밀집된 호남권은 계통 포화와 출력제어가 반복되어 타 지역으로의 전력 송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9일 오전 국회에서 '성공적인 서해안 해저 송전망 구축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정호 위원장은 AI·반도체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기존의 재정과 공기업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할 핵심 전략사업으로 규정하고 신속한 구축과 재원 마련을 약속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안도걸 위원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속도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송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확보의 필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민간 투자 활성화와 함께 법·제도 정비, 예산 확보에 국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송전망 확충, 한전 단독 체제 한계 넘을 해법은 BT 모델


김진일 EY 한영 상무는 ‘2030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는 2GW 규모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사업이 수도권 전력 병목 현상을 해소할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이 전력 공급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며 "전력비가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최대 30%를 차지할 만큼 전력 안정성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1단계 송전망 구축만으로 생산유발 5조7000억원, 고용창출 8000억원, 세수증대 2700억원이 예상되며, 운영 단계에서는 8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간접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데이터센터 건설 효과가 62조원, 반도체 산업은 89조원에 달한다"며 "운영 효과 또한 각각 8조원과 7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호남권의 전력 자급률(130% 이상)이 수도권(60% 중반)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서해안 해저 송전망이 완공되면 전력 공급 병목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총 8GW 규모의 송전망이 구축되면 호남에 정체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이 가속화되고 수도권의 전력 부족도 일부 해결되어, 최대 159조 원에 달하는 산업적 효과와 함께 국가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강조했다.

 

◇한전 중심 송전망 확충은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


황우곤 한국자산매입 대외정책부문 사장은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초대형 첨단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나, 전력공급은 서남부 지역의 태양광·풍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송전망 부족으로 심각한 출력 제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황 사장은 한국전력의 재무적 한계도 문제로 꼽았다. 한전은 전력공급을 단독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 부채가 2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채 발행 한도 제한으로 신규 재원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2038년까지 국가 전력망 확충에 약 72조8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하지만, 기존의 한전 단독 조달 방식으로는 사실상 감당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인허가 지연과 실무 역량의 한계까지 겹치며 전통적인 한전 중심의 송전망 확충 방식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황 사장은 “이제는 한전 단독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BT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T(Build-Transfer, 건설 후 이전) 방식은 민간이 자본을 투입해 송전망을 건설하고, 완공 후 한전에 소유권과 운영권을 이전하는 구조다.

 

그는 “민간은 자본력과 시공 속도를 제공하고, 공공부문은 보안과 운영을 100% 책임지는 방식으로 우회적 민영화 우려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송전망은 국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민간이 유지보수나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BT 방식 도입이 한전의 재무 구조 개선과 민간의 안정적 투자를 보장해 금융 안정망을 강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며, AI 시대 전력망 확충을 위해 자본의 지능적 배분과 함께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 및 사전 확정 정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전력난 해소, 해저 송전망과 민간 참여가 해법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서성태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 과장,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조관희 현대건설 인프라개발팀 팀장, 이유수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진일 EY한영 상무, 황우곤 한국자산매입 대외정책부문 사장이 함께 했다.

 

조홍종 교수는 “남·서해안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에 비해 송전 방식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을 지적했다. 이유수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 없이 한전의 적자 해소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BT 모델의 투자비 부담과 요금 규제로 인한 부채 문제를 경고하며 기흠 활용 등 대안 검토을 제안했다.

 

그는 전력망 문제를 단기·장기 과제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며 실시간 모니터링 및 기술 제어를 통한 효율 향상이라는 단·장기 관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혜택과 비용 부담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핵심 가제로 꼽았다.

 

조관희 팀장은 한전 독점 체제에서 민간 참여가 제한돼 왔지만, 최근 법 개정을 통해 BT(Build-Transfer) 방식이 도입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BT 방식은 초기 민간 부담을 줄여주지만, 결국 한전이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발전소 구조조정 등 근본적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며 "민간 참여 범위를 명확히 하고, 공기 단축과 지역 참여 확대 등 실질적 역할을 부여, 정책의 예측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력기본계획 등에 민간 참여 확대 방향이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스크 분배 기준 명확해야 사업자 참여 가능 


에너지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공기업 중심의 한계를 지적한 박진표 변호사는 "전력 공급 체계가 분산형으로 전환되는 만큼 민간 참여는 불가피하다”며 "향후 송전망 입찰 방식 도입 시 기존 계통과의 연계성, 사업자의 수행 능력, 주민 수용성, 적정 가격 책정 등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등에서 반복되는 주민 갈등과 불가항력 규정의 모호성에 대해서는 “리스크 분배 기준을 명확히 해야 사업자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동해안 송전 사업에서 보상체계 불명확으로 소송이 발생한 사례를 언급한 뒤 “민간 참여 확대가 효과를 내려면 제도적 기반을 먼저 완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력망 확충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수용성’을 지목한 서성태 과장은 정부가 지산지소형 전력수급 체계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해저송전망은 지상 송전선로보다 주민 반발이 적고 수용성이 커 지난해 관련 전략이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송전망 건설만으로 산업 발전을 이끌기는 부족하며 도로, 용수 등 복합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한전의 한계를 보완할 민간 참여 제도를 통해 3년 내 역량을 입증하고 정부·한전과의 협력으로 건설 효율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좌장은 송전망 구축 해결이 전력 문제의 핵심이자 유일한 해법임을 강조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협력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전력망의 신속한 건설과 효율적인 공급·배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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