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가 끝났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청이 내 삶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잘 모르겠다. 선거철이면 각종 공약과 구호가 넘쳐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구청장이 누구인지, 구의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한 후보는 전직 구청장 시절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주민의 대다수가 자신의 구정에 만족하는 조사가 나왔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들으며 고개가 갸우뚱해졌었다.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만족했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구청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에 만족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특별히 불만이 없다는 의미일까?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구청에 대해 만족이나 불만족을 말할 만한 경험이 많지 않다. 도로가 정비되고 공원이 관리되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구청의 성과인지 서울시의 사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복지정책, 주차, 재개발, 골목상권 지원 같은 일들이 지방정부의 영역이라는 사실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지방자치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고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광역의회 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더욱 그렇다. 선거 때 명함을 받았던 기억은 있지만 그들이 어떤 조례를 만들고 어떤 예산을 심의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주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방의회는 시민의 가장 가까운 대의기관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정치 공간이 되어버렸다.
오래전 독일의 지방자치를 취재하러 갔던 기억이 있다. 독일 남부 울름시에서 만난 한 지방의원은 전문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는 지역의 빵집 사장이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빵을 만들었고, 6시가 되면 가게 앞에 갓 구운 빵을 사기 위해 주민들이 줄을 섰다.
그는 자신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그를 정치인이기 전에 이웃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만드는 빵을 먹었고, 거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으며, 지역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한국과 독일의 제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때 느꼈던 것은 정치가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매일 장사를 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세금을 내고, 거래처와 씨름하며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지역경제의 현실을 이해하는 교과서였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어느 구청장 지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다른 거창한 일을 하려 하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고용해 급여를 주는 자영업자나 사업자를 매일 한 명씩 만나보고 그들을 업어주라”고. 카페 사장, 식당 주인, 세탁소 운영자, 작은 제조업체 대표, 동네 빵집 사장님 등등 자영업자까지 직원을 고용해 월급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애국자니까 말이다.
직원 월급날이 다가올 때의 부담감, 매출이 줄어도 임대료는 나가고, 전기요금과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어드는 것을, 그리고 사업이 안 되어 밤잠을 설칠 때의 심정을, 직원 한 명을 채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 결심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
지역경제도 결국은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노력 위에 서 있다. 남들은 대기업을 말하지만, 지역에는 이들이 고용하는 연봉 3천만 원도 못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므로 지방자치의 본질은 거창한 정치가 아니다. 주민의 삶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가고, 어르신들이 편하게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가게 문을 열 수 있도록 돕고 사업자들이 의욕을 갖게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게 하는 일이다.
주민들이 구청의 존재를 실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방정부가 아직 주민들의 삶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번 지방정부에서는 고쳐지려나?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