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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검은 카르텔과의 전쟁

진도 팽목항, 단원고, 세월호 이 단어를 몰랐던 그때로 되돌아갈 순 없을까? 최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분노와 두려움, 무기력과 절망을 느낀다. 세월호는 침몰하면서 이해 못할 카르텔, 산관유착, 보은 인사, 로비, 도덕불감증 등 바닷 속처럼 어두운 우리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 과거 우리의 아픈 추억 서해 훼리호 사건과 삼풍백화점 사고도 떠올리게 했다. 이런 아픈 현실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총체적 부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지난 2월 25일 안전점검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불법으로 증축한 2012년 세월호의 출범을 막았다면… 1999년 청해진해운의 인천-제주 여객선 독점 운항권을 해양수산부가 주지 않았더라면… 1986년 5공화국이 한강유람선 사업권을 세모에게 허가하지 않았더라면… 온갖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세모가 1979년 아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렇게만 했더라면 새로 옷을 사고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던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묵살한 탓에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침몰했고 세월호 분향소에는 애도를 표하는 국민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구조과정 중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 개념적인 대처,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의 비리, 선장 선원들의 직무유기, 이를 통해 드러난 민관 유착이 넝쿨처럼 딸려오면서 국민의 애도와 분노가 끓어 넘친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속속 들어나고 있는 총체적인 부실과 사회 시스템을 보면서 국민들은 깨달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21년의 시간차를 두고 있는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사건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 서해 훼리호 사건은 탑승자 362명 가운데 292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운항미숙, 구명보트 불량, 초기신고 후 늑장 등 발생부터 수습과정까지 세월호 참사와 비슷했다. 당시 정부는 성난 민심에 놀라 일제히 안전점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무색하게도 바로 그 다음해인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이어졌다.


관료집단의 부패,․ 관피아 해피아


이번 세월호 사건을 조사할수록 드러나는 것은 관피아(관료+마피아),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등 관료세계의 검은 손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이미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국가부도가 마피아처럼 변한 관료집단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고가 있기 전 이미 저축은행들, 동양증권 부도사태, 한국수력원자력 납품비리사태 등으로 관료집단의 부패와 무능은 수면위로 올라와 있는 상태다.


세월호의 참담함에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개혁의지를 표명하면서 국가개조론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했다. 대통령은 ‘관피아’의 완전한 추방, 관료사회의 적폐 해결, 공직사회의 소수 인맥 독과점과 유착의 개혁을 국가개조의 큰 그림으로 제안했다.


공정사회는 공무원이 정하는 사회라는 말이 있다. 이런 의식 때문에 관피아가 가능했다. 지난 5월 12일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각 정부 부처에서 제출 받은 4급 이상 퇴직자의 유관기관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17개 부처 중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6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는 산자부 차관을 지내다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재취업한 조환익 사장을 비롯해 차관 출신 현직 관계기관 사장도 5명이나 됐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가 42명씩을 배출하며 뒤를 이었다.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도 각각 35명, 12명의 관피아를 배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32명, 보건복지부 31명, 환경부 27명, 고용노동부 27명, 법무부 24명, 교육부 15명, 통일부 11명 등 유관기업에 재취업한 고위공직자 수는 전 부처를 통틀어 384명을 기록했다.


관피아의 현실이 드러나자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법은 공무원이 ‘퇴직 전 5년 동안’ 근무했던 부서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에는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정부 산하기관이나 국가·지방 사무를 위탁받은 민간 협회 등에는 퇴직 공무원의 취업이 가능하다. 또,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총무나 인사 등 사기업과의 업무연관성이 없는 부서에서 ‘경력세탁’을 할 때 ‘퇴직 후 2년’ 취업 제한도 피할 수 있다.


이에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퇴직관료가 5년 이상 관련 기관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퇴직관료의 재취업 감시장치 강화와 이를 위반했을 때 엄중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며 행정고시 위주의 공무원 채용방식을 바꿔 민간 인재의 공직 등용문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다”며 “독립적이고 신망받는 인사를 내세워 관피아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개혁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행정고시) 개정과 공직자윤리법(낙하산금지) 개정 가능성이 큰데 관료와 정치권의 유착도 끊도록 지속적인 감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원은 “행정고시는 공무원 집단 안의 순혈주의, 동종교배의 뿌리다. 낡아빠진 관존민비(官尊民卑) 사고에 젖어있는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는 원천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민간의 자원도 우수하다. 삼성전자의 1년 매출액이 우리나라 1년 예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행정고시 제도를 철폐하고 민간의 우수 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 10년 안에 선진국 수준의 관료 채용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행정고시 폐지를 주장했다.


소수 인맥의 독과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KS 라인’(경기고-서울대 출신 인맥)은 학맥의 대표로 이들이 관가의 고위직을 휩쓸던 때가 있었다. 해양수산부도 인맥 라인을 따라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있었다. 해양수산부의 수산분야는 부경대(옛 부산수산대), 선박분야는 한국해양대ㆍ목포해양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 후에도 인ㆍ허가권을 매개로 서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해경 해체 등 정부의 결단만으로는 부족해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담화를 통해 관피아 등 공직사회의 부패에 대해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큰 결단을 발표했다. 그리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했다. 또한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내놓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민관유착은 비단 해운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해온 고질적인 병폐”라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 내겠다.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관피아 등 권력 융합과 관료 부패의 문제는 정부의 이런 결단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이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적 통제 강화할 제도적 장치 필요


권력이 융합되면서 발생한 부패는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를 통해 극복되고 그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다. 김종욱 일본 가가와대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관료조직의 관행과 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고도의 정치적 산물로, 한번 제도화되면 아무리 불합리하더라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로의존성을 갖는다. 따라서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료조직과 격리된 독립적인 추진기구, 그리고 관료들의 자기방어적 저항과 간섭을 차단할 강력한 정치적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관료사회의 병폐는 잡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관료시스템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다시 한 번 거센 관료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도 양날의 검인 관료를 잘 활용하기 위해 정치권과 국민의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 그리고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부단히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력은 권한을 가진 자에게 주고, 그 권한이 사라지면 권력도 상실하도록 제도와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에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관료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료의 속성을 알면서도 방치한 책임은 정부는 물론 국민에게도 있다. 국민은 끊임없이 감시하고 아닌 것에 대해 분명히 NO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베르너 사세 한국학자도 “민주주의? 그거 한 번 됐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고, 계속 싸워야 한다. 독일도 민주주의 이룩한 지 60년 됐지만 계속 고치는 과정에 있다. 그게 민주주의 근본이다. 선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정권과 자본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정권이나 자본이 하는 일을 시민들이 잘 알 수 없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사람들이 정치인을 깡패라고 하는데, 똑같은 사람이다. 지금 비판하는 사람이 정권 잡으면 똑같을 거다. 그러니까 잘 봐야 한다”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태도에 대해 강조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쳤으면 반복되지 않았을 인재. 결국 대형사고 때마다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땜질만 진행했기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아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다면 나 자신이, 나의 아내가, 나의 자녀가, 나의 후손들이 아파트 붕괴사고, 비행기 사고, 지하철 사고, 원전 사고 등으로 아픔을 겪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利)가 아닌 의(義)로써 다스려야 한다.” 이 시점에서 돈을 추구하다가 무너져버린 사회 시스템에 대한 맹자의 교훈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MeCONOMY Jun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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