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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감시자 역할로 투명사회 만든다

대주회계법인 서학수 대표 [1]

 

기업이 부채를 숨기고 순이익을 과대 포장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큰 손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업의 재무제표상 과실과 무리한 자금조달 등을 미리 예측하고 허위이익을 적발해 분식회계를 막아 내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자본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는 서학수 대주회계법인 대표를 만났다.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회 국민신고대상에서는 자본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잘해낸 공로로 대주회계법인 서학수 대표가 ‘국민포장’을 받았다. 국민신문고대상은 반부패·청렴문화 확산에 기여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서 대표가 몸담고 있는 대주회계법인은 1988년 3월 대주합동회계사무소로 출발해 1995년 3월 회계법인으로 설립됐다. 우리나라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데 컨설팅, 회계 및 감사, 세무분야에 약 52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현재 모여 있다. 서학수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곧 바로 회계사를 시작해 20년이 넘는 동안 회계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오고 있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는 그는 2010년 네오세미테크 회계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분식회계 사건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젊은 패기로 똘똘 뭉쳐있던 그는 당시 네오세미테크의 회계감사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발견하고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했었다.

 

당시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는 서 대표의 감사의견을 토대로 해당 기업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한때 시가총액이 4000억 원대에 이르렀던 네오세미테크는 이로 인해 코스닥에서 퇴출됐고 7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의 큰 손해로 이어졌다.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 회장은 “공인회계사로서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성을 지켜낸 서학수 대표의 사례는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회계투명성 제고에 공인회계사가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엔론사태’


“2005년 미국이 회계주권을 포기하게 된 것은 ‘엔론사태’가 터진 게 원인입니다. 그 사태로 인해 세계1위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은 문을 닫게 되고요. 당시 아더앤더슨은 전 세계 모든 회계법인을 단일법인으로 만들었죠. 우리나라 안진회계법인과도 조인을 해서 브랜치를 맺었는데 적자가 많이 났어요."

 

"하지만 아더앤더슨이 워낙에 많은 이익이 내다보니까 안진회계법인의 몇 백 명이 되는 직원들의 급여를 아더앤더슨이 대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국내 기업들은 한국 회계법인이 아니라 미국 회계기준에 의해서 감사보수를 다시 냈어요. 그러나 엔론사태 이후 미국에서 내부회계 관리제도가 생겼고 미국이 회계기준을 포기하면서 국제 영미계 회계기준에서 대륙계 회계기준으로 기준이 바뀌게 되죠."

 

"국내도 2011년도 접어들면서 이러한 대륙계 회계기준을 전면 도입하게 됩니다. 당시 미국정부가 기존의 회계기준을 전부 동결시키고 더 이상 의견서 발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 일로 인해 미국은 결국 다른 나라 회계기준을 따라가게 됐습니다. 그런 일이 만약에 한국에서 터졌다면 미국보다 파장이 더 컸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용호 게이트


그에게 있어 ‘이용호 게이트’는 잊지 못할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된다. 1993년 회계사가 된 그가 낸 의견으로 인해 국내 회계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어음수표 전수조사를 했는데 부도가 나도 상장에서 퇴출시키지 않았다.


이용호 게이트는 바로 이런 허점을 이용한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좋은 회사를 사서 그 회사를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거액을 편취하는 새로운 기법이었던 것이다. 기업이 망해야 돈을 버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멀쩡한 회사를 무너뜨려 부도가 나면 거금을 버는 이 수법은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그 당시 부도가 나면 상장폐지 대신 관리대상으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200~300억 원 정도 부도를 냈던 삼이인더스는 유상증자해서 어음수표를 회수하면 주식이 300억 원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해당주식이 보호예수에 걸려 팔 수가 없었죠. 이용호 게이트는 사채 업자에게 150억을 빌려서 돈을 떼먹어도 주식이 보호예수에 걸려있기 때문에 날라 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던 겁니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씨는 멀쩡하던 가구회사 하나를 부도냈고 그런 다음에는 그 기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고 어음수표를 회수했어요. 황당한 사건이었죠.”


당시 그 회계를 맡았던 서 대표는 삼이인더스와 가구회사는 퇴출시켜야만 했다. 그 일로 죽이겠다는 협박도 수도 없이 받았다. 그 일이 있는 후에도 서 대표와 이씨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서울 구치소에 있는 이씨는 구치소에서도 PDA폰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적정을 받는지’ 꼭 사람을 시켜서 저에게 실사를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대부분의 회계법인은 이씨와 관련된 기업에 대해서는 실사를 거절했어요. 금감원에서 오죽하면 거절하는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회계자체를 못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했겠어요."

 

"그런데도 회계법인들은 차라기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되니까 관련된 기업들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죠. 회계법인이 배정이 안 되면 기업의 상장이 폐지될 상황이 됐으니까요. 그래서 관련회사의 직원들이 회계법인을 찾아다니면서 사정을 했는데 그래도 맡아주는 회계법인이 없다보니까 결국 제가 맡아야 했죠. 덕분에 저는 많은 회사를 실사하게 됐고요.”


분식회계를 발견


서 대표는 코스닥 상장 태양광 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외부감사를 맡았을 때 겉보기에 완벽한 듯했던 재무제표를 감사하던 중 300억 원 가량의 매출에 원가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담당자에게 캐묻자 인천공장 기계장치를 팔고 매출로 잡았다는 겁니다. 유형자산을 처분한 것을 매출로 잡아 부풀린 것이죠. 그래서 공장을 실사한 결과 12건에 달하는 분식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분식 투성인 재무제표에 대해 당연히 ‘의견 거절’ 판정을 내려야 했죠. 제가 감사의견을 ‘거절’로 내면서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8월 상장 폐지돼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입니다.”


분식회계를 밝혀낸 공로로 서 대표는 제3회 국민신문고대상 ‘국민포장’을 수상하게 됐다. 그러나 7천여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가 큰 손실을 봤기 때문에 상을 받은 사실이 기쁘기보다 착잡한 심정이었다고 서 대표는 전했다.


“아마도 초기단계에서 잡아내지 못했더라면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당시 감사의견을 거절한 것을 저는 잘한 선택으로 생각합니다.”

 

관련회사 측의 회유


일이 생긴 후 관련회사 측의 회유가 많았다. 또 주가 상승을 기대해 쌈짓돈을 투자했던 소액주주 7천 여 명의 협박 이메일과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왔다. 회계법인은 3년 이상 이사(상장법인)을 주책임자로 맡으면 안 된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서 대표가 그 회사를 맡게 됐다. 당시 네오세미테크는 녹색성장기업 1호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표창 받은 회사였다. 수주 액만 해도 5조 원 정도로 실상은 ‘엔론사태’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서 대표는 이 회사의 샘플조사를 통해 분식회계를 알아냈다.


 

"10개 중 몇 개 뽑아보면 분식회계를 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95% 신뢰수준 안에 들어온다는 얘기죠. 열개 중 한 개가 빠지면 문제가 안 되지만 다섯 개가 빠지면 중대한 분식회계로 보이는 거거든요. 그런데 당시 그 회사는 샘플 중에 열 개의 지적사항이 나왔어요.”


이로 인해 서 대표는 엄청난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에 있는 호텔에 스위트룸을 잡아놓고 만나자고 했다가 안 갔더니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심적 부담을 주기도 했다. 이래저래 집에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경북 안동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있는 거였다. 그러는 중에도 금감원의 암묵적인 협박은 계속됐다.


300억 원 매출에 원가 제로가 확실한데도 원가가 제로인 게 있을 수 없으니 감사보고서를 내라는 거였다. 당시 회사 대표는 기술력을 동원해서 업그레이드 한 새로운 제품이라고 잡아뗐다. 잡스에 버금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녹색성장기업 1호라는 걸 강조했다.


“말일에 주주총회가 있으면 일주일 전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이 회사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연보고서를 공시하고 회사 대표에게는 의견 거절을 공시하라고 했는데 오전 9시에 장을 여니까 공시가 안 돼 있는 겁니다. 부랴부랴 거래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거래중지를 시켰는데도 거래가 계속됐고요. 한 시간 동안 무려 200억 원이나 거래가 된 겁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다 팔아버린 것이죠. 이후 의견공시를 하고 나니까 그때부터 대주주 협박이 사라지더라고요.”


문제는 7천여 명의 소액주주였다. 연대까지 결성한 소액주주들은 대주회계법인으로 전화를 걸어 수도 없이 협박을 했다. 그러다 급기야는 소액주주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기물파손을 하는 등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을 동원해 쫒아내고 나서 기물파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물린 후에야 잠잠해졌다.

 

그런 다음에도 소액주주들은 대주회계법인에 한꺼번에 찾아와 대표이사 실을 점거하고 3명(대표이사, 실장, 사업본부장)을 붙잡은 다음에 그걸 빌미로 서 대표를 협박했다.


“제가 그랬죠. 나는 이제 사표를 쓸 테니까 알아서 하시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소액주주들이 다섯 가지 혐의로 저를 고소했더라고요. 그 일로 서부경찰서 지능수사대에서 나가 일주일간 조사를 받았죠. 아마도 분식회계로 인해 회계사가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은 건 첫 번째였을 겁니다.”

유상증자 자주 하는 회사 조심해야


서 대표는 네오세미테크와 같은 부실회사에 잘못 투자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재무제표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매출과 자산이 급증하는 회사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기업의 매출이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이때는 매출을 부풀렸는지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꾸준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데도 회사채 발행과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계속 모으는 기업 또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회사의 현금흐름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므로 ‘흑자도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 대표는 기업의 고유사업과 관련 없는 신규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회사도 부실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투자를 할 때는 기업 측에서 강조하는 성장성에 현혹되기보다는 재무제표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실적이 탄탄한 기업인지 확인한 뒤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Apri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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