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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물가상승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라

【권두칼럼】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는 자신을 포함한 경제학자들과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지속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대치하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자신과 견해를 같이하는 인플레이션 낙관론자들은 지금까지 틀린 주장을 한 셈이었다면서, 그래서 지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말하려고 해도,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쳐도 아무도 자기 말을 믿지 않는 양치기소년의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의 인플레이션을 논할 때 썼던 틀을 다르게 짜는 방법을 제시했다. 지
금 당장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술적 용어를 써서 죄송하지만, 디스콤볼뷰레이션(discombobulation, 혼란스러운 상태)과 수요(需要)에 관한 문제로 보자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 경제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빠르게 소비를 한다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초과 수요가 생겨 그만큼 가격이 높아진다는 게 인플레이션이다. 

 

미 연준이나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그런 이야기에 아주 많은 진실이 담겨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기준 금리를 올려 물가를 낮추려고 해 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 현상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그런 초과수요의 문제라기보다 코로나 펜데믹과 전쟁처럼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들이었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지난 30년 지구촌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이 저물가 저금리, 저에너지 비용 등 정말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제를 붕괴시킬 만한 파괴력을 지닌 코로나 팬데믹이 왔고, 전쟁 이전부터 곡물,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이 서서히 오르더니 전쟁이 발발하자 웅크리고 있던 물가상승 압력이 풍선처럼 터져 버린 것이다.


우선, 고객 서비스가 대면서비스에서 재화 서비스로 급격하게 바뀌고 공급 망을 지나치게 강조하니 운송비용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들썩이던 국제 농산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전쟁과 함께 일제히 치솟았다.  미국의 경우 원격 재택근무가 급증하자 생활공간에 대한 수요가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의 주요 국가는 위기 대응을 위한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
했지만, 이렇게 풀린 돈은 실물부문의 생산성과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높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정책적으로 풀었던 돈이 엉뚱하게 집값을 올렸다는 말이다. 금융이 주택시장의 질서와 변동을 좌지우지하는 이 같은 ‘주택의 금융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진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실물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고, 국가부채가 1,000조원에 달할 만큼 재정적으로 돈을 풀고 또 풀었다.

 

그러자 집값이 고공 행진을 하는 건 너무 당연했다. 실제로 2021년 말 주택담보대출액은 거의 국가부채액인 1,000조 원에 가까웠다. 이는 10년 전 463조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였다.

 

하지만 이자 부담액은 10년 전 23조원에서 2021년 26조원으로 12% 증가에 그쳤다. 10년간의 소득 상승분을 감안해 보면 가계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이자 부담은 그 이전보다 낮은 수
준이었을 것이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차입비용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집을 사겠다는 욕구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를 흔히 말하는 특정 세력의 탐욕이나 영끌족의 ‘비이성적인 과열’로만 치부하기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부모 집에 얹혀 살다가 무주택자가 된 필자는 저금리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과 성격이 다르긴 했지만 2년 전, 3%대의 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아 경기도 김포에 있는 임대아파트에 들어갔는데 재수 없게도 금리 폭탄의 날벼락을 맞고 있다. 

 

고정금리가 아닌 터여서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겠다면서 내리 6번의 금리인상을 발표할 때마다 내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

 

가난한 게 죄이고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하니 할 말은 없지만, 도대체 집값이나 물가를 올리는데 1도 책임이 없는 내가, 어째서 물가를 내리기 위한 희생양이 돼야 하는 건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은행장은 금리를 올리면서 국민의 고통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신 내년 초 5%의 고물가, 성장률은 1%대....이런 게 “수출, 내수 동반부진 탓”이라는 교과서 같은 말만 하고, “내년 하반기에 가서 점진적으로 회복이 될 것”이라는 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국은행장이 제시하는 통계가 어떻게 나왔건 그의 예측을 믿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통계를 앞세워 지나온 시간은 정확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이 아닌 이상,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내년이 되면 모르되, 지금으로써는 그런 전망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국민이 왜 고통을 참아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부동산 개발 이익 1조원 운운이 사실이라면, 지나친 개발 수익이 집값을 올렸던 건 아닌지 밝혀 달라. 그런 집값을, 물가를 잡기 위해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생활하는 나와 같은 서민에게 책임을 돌리지 마시라.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해 2021년 다른 경제학자들과 함께 가격 변동이 심한 음식과 에너지 가격을 배제하고, 추가로 중고차 가격같이 펜데믹에 민감한 상품을 제외한 기준 상품 가격을 살펴봄으로써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에 대비해 보려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펜데믹에 영향을 받은 상품 목록이 정말이지 워낙 많아서 ‘올바른’ 가격 지수를 찾는 일을 태반은 포기하고, 임금을 기본적인 인플레이션의 지표(指標)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물가는 수요가 초과하면 급격하게 오르는 경향이 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때 마지못해 그것도 어쩌다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 번 올라간 물가는 웬만해서는 안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임금은 다르다. 임금상승률은 고실업상태에서도 거의 떨어지지 않는데 이는 고용주가 임금을 삭감하면 직원의 사기와 생산성에 피해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라 했다.


임금을 올려주고 물가가 안정적일 때 국민은 정부를 지지한다. 최근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데는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물가를 잡는다면서 금리를 올려 국민들에게 고통만 전가하지 말고, 물가를 올리고 있는 근본 원인-천문학적 부동산 개발 이익과 같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거품-을 찾아내고, 저물가, 저금리, 저 에너지 비용으로 물가상승의 폭탄을 안고 있었던 지난날의 사고방식을 180도 바꿔야 한다.


물가를 올려온 원인 가운데 하나인 혼란을 초래한 상황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실상 주(週) 단위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운운이나 해괴한 펜데믹 핑계를 대지 말고, 적정 물가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1년 5개월 뒤인 2024년 4월 10일,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냉혹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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