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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본 쉬나르(Yvon Shouinard) 그는 왜 새 건물을 짓지 않을까?

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의 억만장자

"사람이 많은 곳에서 높은 임대료를 내기 보다는 그 돈으로 낡은 건물을 개조해서 아름다운 명소로 만드는 쪽을 선택한다." 미국의 3대 아웃도어 기업 중 하나인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븐 쉬나르.’ 연매출 8천억 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창업주인 그는 부동산과 상권의 탐욕에서 벗어나 새 건물 짓기를 거부한다. 빈 공간만 있으면 건물을 지어대는 요즘 세상에 1970년대부터 낡은 건물을 개조해 직영매 장을 만들어온 그의 건축물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 편집자 주 - 

 

 

고객과 직접 대면하기 위한 장소로써의 매장


현재 80대 후반인 이본 쉬나르는 2016년에 출간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이란 그의 자서전에서, 파타고니아가 소매업에 진출하게 된, 즉 '직영매장을 가지게 된 몇 가지 역 사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60대~1970년대에 아웃도어 전문시장은 장비 위주여서 그런 물건을 광고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가야만 했다. 그래서 의류를 팔아보기로 한 매장 주인들은 팔릴 가능성이 있는 제품만 쏙쏙 골라서 소규모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가지 라인 전부를 내놓고 판매하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고, 그저 유행하는 옷을 위주로 해서 팔았다." 

 

"당시에는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이란 개념이 없었다. 〔머천 다이징은 기업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특정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인 장소, 시간, 가격 그리고 수량으로 제공하는 일. 연애로 말하면 사랑을 쟁취하는 것처럼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기술혁신시대의 기업경영에 있어서 머천다이징은 어떤 의미에서 지상명령이다〕 그저 물건을 쌓아두는 게 전시의 전부였다. 개어 놓은 옷은 하나도 없었고, 우리(파타고니아) 옷은 다른 브랜드와 섞여 팔리고 있었으며 우리의 속옷은 대형 종이박스에 넣어져 바닥에서 그냥 놓여 있었다." 

 

"옷을 사는 사람들 역시 혼잡한 매장 분위기에서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여서 우리의 ‘안전한’ 녹색이나 푸른색에서 벗어난 색상의 옷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혼란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고객과 직접 연계할, 즉 우리의 판촉 아이디어와 새로운 상품을 시도해 볼만 한 장소가 필요했다." 

 


자동차정비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샌프란시스코 매장

 

"버클리(Berkeley,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동쪽 연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는 당시 전문 아웃도어 업계의 중심지였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에 매장을 열 곳이 있는지 알아봤다. 그곳에서 우리 옷이 통한다면 미국 전역에서도 통할 것으로 봤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노스비치(North beach)에서 마음에 드는 건물을 발견했다. 1924년 지어진 자동차정비소 건물이었다. 자연조명이 훌륭했고 뒤에 정원이 있었다."
 

"인근에 있던 내 친구들은 극구 말렸다. 전용주차장이 없고 쇼핑 지역과도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들이 찾아와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래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높은 임대료를 내기보다는 그 돈이면 이 낡은 건물을 개조해서 아름다운 명소로 만드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받침과 선반은 직접 디자인했다. 대부분의 옷을 걸지 않고 접어서 진열했고, 우리만의 색채 조합을 개발해 눈에 띄는 느낌을 만들었다. 벽에는 카탈로그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걸었다." 

 

건물 밖에 걸린 원형 시계와 TV형 간판

 

 

필자가 구글에 들어가 매장을 찾아보니 설명한 대로였다. 정면에서 볼 때 6개 기둥을 세우고 삼각형 지붕을 얹은 2층짜리 전형적인 공장건물이었다. 어떻게 개조를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건물 외관은 브라운과 자색을 섞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1~2층 중간에 둥근 시계와 산악 사진이 들어있는 대형 TV 크기의 돌출간판을 측면으로 걸어 놓았다. 재생 건물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모습은 서부 영화에서 본 거리의 건물 형태여서 낯설지 않았다. 쉬나르는 이 매장건물을 파타고니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매장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구글에 소개된 이 매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노브 비치에 위치한 우리 매장은 어부들의 선창(船艙, 부두), 메이슨 요새와 프레시디오(요새) 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천장과 자연 채광이 많이 들어오는데, 자동차정비업소의 모든 장비를 치우고 아름답게 개조해서 파타고니아에서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설원(雪原) 스포츠, 등산, 산길 런닝, 산악 자전거, 낚시, 요가와 이 도시에서 모든 것이 모험인 여행 등에 필요한 의류를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습니다. 오십시오. 산으로, 해변으로 공항으로 가시는 여러분이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회색 벽돌 외장의 단층 건물, 시애틀 파타고니아 매장


샌프란시스코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그는 시애틀을 또 다른 재생 건물매장을 낼 수 있는 적소라고 생각했다. 시애틀 타코마 지역의 의류 중개상들의 19개 매장에서 우리 제품을 판매하는 양이 우리 회사의 본부 겸 첫 매장인 벤투라 매장 보다 적었다. 〔벤투라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눈을 크게 뜨지 않고는 찾기가 어렵다는 소박하고 담백한 빛바랜 살구색의 네모난 단층 건물이 있다. 이곳이 파타고니아 본부이고 매장이다.

 

건물 벽 상단에는 GREAT PACIFIC IRON WORKS라는 회사 간판이 새겨져 있고, 그 밑에 patagonia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 70년대 당시 쉬나르는 이곳에서 직접 암벽 등반용 피톤과 햄머를 만들었는데 그가 만든 장비는 요세미티 등반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었다. 나중에 의류 제품도 팔았다.〔필자 주〕 하지만 그는 매출을 뒷받침할 200만 명의 충분한 ‘사용자’, 즉 그런 규모의 인구면 충분하리라 판단했다. 구글에 소개된 시애틀 매장 건물 사진을 보니, 대형 빌딩 옆에 회색빛 벽돌 외장을 한 단층 건물로 유리창이 예쁜 재생 건물인 듯 했다. 이런 소개가 있었다.  


「우리의 시애틀 파타고니아 매장은 역사적인 벨타운 (Belltown)인근에 위치해 있고, 시애틀의 유명한 공공 재래 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과 해안가와 부두로부터 2블록 떨어져 있는데, 전 가족을 위한 다양한 파타고니아 의류와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매장에 들르시면 모르는 게 없고, 환경적으로 접근하는 30년 동안 지역 발전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는 직원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각국에서 온 등반가들의 집합처, 알프스 샤모니의 재생 건물 매장


시애틀에 매장을 연 뒤 파타고니아는 세계로 진출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1960년 알프스에서 등반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던 쉬나르는 스넬 벌판의 진흙 속에서 캠핑을 하고 바내셔널에서 맥주를 마시며, 샤모니 주변의 프랑스 알프스에서 오래 머물렀었다. 샤모니는 프랑스인 못지 않게 독일,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 영국, 미국의 등반가와 스키어가 모이는 알프스에서 가장 국제적인 도시였다. 

 

그는 그곳이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선보이고 다양한 유럽 고객과 직접 유대를 형성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곳에 세계 각국의 진성 스키어와 등반가의 집합소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였다. 또한 그곳이 빙하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몽블랑 터널을 지나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트럭의 통행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의 중심지가 되기를 바랐다.  


1986년, 파타고니아 소매부문을 맡고 있던 말린다는 사업부장 겸 CEO였던 로저 맥디비트 가 휴가차 샤모니에 갔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낡은 건물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 했다. 그는  딱 일주일 만에 전화를 걸어와 딱 좋은 건물을 찾아서 임대계약을 했다고 했다. 특급 우편으로 도착한 현지 건물 사진을 본 말린다는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1950년대의 유럽 모던 양식이네....”

 

그녀는 오렌지색 루버 장식을 걷어내고 구조가 드러나게 한 뒤 인근에 있는 오래된 샤모니 건물의 사진을 보면서 전통적인 테두리 장식을 덧붙였다. 못말리는 열성을 가진 말린다는 “우리가 어떤 건물을 사용하고 있건 그 건물은 주변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해야 하고 다음 백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처럼 복구할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지 않은 현대적인 나라나 (우리나라도 해당될 것 같다), 단기 임대밖에 할 수 없는 곳에서는 심미적인 가치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을 때는 예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철학가보다 더 철학적인 쉬나르의 건축 철학

 

"우리의 의류 디자인 철학은 건물을 비롯한 다른 제품의 디자인 철학과 다른 바가 없었다. 그는 새로운 매장이나 사무용 건물을 만들 때 미학, 기능, 의무를 최적화 하기 위해 지침을 정했다."
 

1) 꼭 필요하지 않다면 새로운 건물을 짓지 않는다. 가장 책임감 있는 행동은 기존 건물, 중고 자재, 중고 가구를 사는 것이다.  

 

2) 역사가 있거나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는다. 모든 구조변화는 건물의 역사적 진실성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전의 세입자들에 의한 잘못된 개선을 바로잡고 인위적으로 덮어씌운 현대적 외관을 벗겨내 이웃들에게 선물이 되는 건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과거의 것을 이용하는 복고가 불가능하다면 양질의 건물을 짓는다. 건물의 미학적 수명은 물리적 자재의 수명 만큼 길어야 한다. 


4) 강철 대들보, 못, 재가공 나무, 짚단 벽과 같이 재활용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한다. 붙박이 세간들은 압착한 해바리기 외피와 농업 폐기물 등을 이용해 만든다.


5) 새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수리할 수 있고 쉽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6) 건물은 가능한 오래 지속되도록 지어야 한다.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말이다.

 
7) 각 매장은 독특해야 한다. 그 지역의 영웅, 스포츠, 역사, 자연적 특징을 반영하고 존중해야 한다. 


참으로 독특한 건축관이구나 싶어서 나는 그의 건축철학을 몇 번을 읽고 또 읽어 보았다. 틀린 말이 없었다. 그가 첫 회사를 시작한 파타고니아 철공소건물도 재생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오래된 Hobson 고기 포장 공장이었다. 그곳을 개조해 1972년에 자신의 회사로 -파타고니아 본부로 문을 연 것 이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형 창고형 카페 


필자는 어지간히 건축박람회에 가서 구경도 했고, 건축기행 등 인문건축에 대한 관심이 컸으나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쉬 나르와 같이 낡은 건물을 재활용한다는 건축철학을 가진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최근 들어 각 지자체에서 역사적인 거리와 건물을 되살리는 재생사업(regeneration)을 펼치고 있고, 도심 외곽으로 나가 보면, 빠른 시간에 지을 수 있는 조립식 판넬 공법으로 지은 대형 창고형 카페 건물이 비온 뒤 대나무 싹처럼 여기저기 쑥쑥 생기고 있다. 


이미 농협 창고라든가 공장 혹은 일반 창고 등을 수리해 공연장이나 카페 등으로 문을 여는 곳도 많이 생겼다. 일부 읍이나 읍 주변의 한옥이나 일반주택을 개조해 식당이나 카페를 여는 곳도 심심찮게 지면이나 유튜브에 보이긴 한다. 어떤 건축물이든지 당사자는 정말 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다녀본 건축물 가운데 쉬나르의 건축철학 중 7번째 항목, ‘각 매장은 독특해야 하며, 그 지역의 영웅, 스포츠, 역사, 자연적 특징을 반영하고 존중해야 하다’는 철학을 반영한 매장 건축물은 필자의 과문(寡聞)이나 게으름 탓인지 몰라도 만나기가 힘들었다.

 

집은 주인을 닮는다고 하더니. 우리나라에 쉬나르 같은 사람이 없는 탓일까? 그게 궁금했다.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의 능력을 우수한 회사의 기준으로 삼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쉬나르, 그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직영점을 소유하면서 배운 건 매장을 통해 이윤을 많이 남기고, 가격을 올리고자 함이 아니었다. 재고를 빨리 회전시키고 비싼 임대료를 낼 바에 그 돈으로 낡은 건물을 개조하는 편이 지구의 환경을 지키면서 이득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없진 않았으리라.

 

소방서 건물을 재활용하여 본사 사무실로 쓰고 있다는 회사 소개를 보면서 필자는 어디를 가서도 그 회사 제품을 믿고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알프스 샤모니 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들어가 봐야겠다는 마음이 우러나는 거였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매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MeCONOMY magazine Jun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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