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하던 A군(16)은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허리 디스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도중 갑자기 주저앉으면서 걷지도 못하는 하반신 마비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A군은 의료진들의 긴급 검사로 흉추를 침범한 종양에 의해 척수가 압박되어 하반신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A군의 주치의였던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은선 교수(사진)는 유기적인 협진을 통해 응급 감압수술과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 악성버킷림프종(Burkitt Lymphoma) 4기 진단을 내렸다.
유 교수는 ”다약제 병합 항암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리툭시맙)로 두 차례 관해유도요법을 시행했는데 1차 반응 평가에서 종양이 약 80% 이상 감소했다"면서 "하반신 마비 증상에서도 회복되어 거의 정상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이 아침저녁으로 A군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호전되는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등의 통합적인 집중 케어(intensive care)을 통해 A군의 상태는 점점 호전돼 갔다. A군은 추가적인 항암치료 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할 예정에 있다.
청소년, 남성에게 흔해…1주일 만에 급속도로 악화되기도
A군에게 나타난 악성림프종은 림프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림프계는 세균, 바이러스 등과 싸워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중 림프구가 악성으로 전환하여 증식한다. 버킷림프종은 B-림프구에서 발생하는 악성림프종인데 소아청소년 100만 명당 약 27명꼴로 발생한다.
10세 전후부터 청소년기에 증가하며 성인과 다르게 처음부터 실질 장기의 침범이 흔하고 종양의 성장이 빨라 급속하게 골수, 혈관, 중추신경계까지 퍼져 나간다. 골수침범이 처음부터 흔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고등급 유형이 많아 강력하고 복합적인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지만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완치율은 높다.
종양의 발생 부위와 부위에 따라 임상 증상 달라
버킷림프종은 복부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복부덩어리, 복통, 구토 및 장중첩증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골수를 침범하면 빈혈, 출혈이 나타날 수 있고 중추신경계에 침범된 경우에는 신경마비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은선 교수는 “악성림프종은 혈행성으로 급속히 퍼져나가므로 전신적인 강력한 병합요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초기에 신속하고 정확한 인지와 치료가 중요하고 의심 증상이 있으면 지체 없이 전문적인 진단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