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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문재인 정부 2년] 촛불로 외친 국민 요구는 어디에?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
-정권 출범 2년…대기업의 불공정 관행 등 ‘공정사회’ 요원·‘을’ 싸움된 소득주도성장
-정부, 개혁 입법 추진, 재정 확대 등 ‘공정사회’ 구현 위한 적극적 정책 노력 펼쳐야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2017년 5월10일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알리며 모든 국민의 축복과 기대 속에서 문재인 정권이 공식 출범했다. 지난 정부의 국 정농단 사태로 인한 촉발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변화에 대한 요구를 한 몸에 받은 채 출범한 현 정권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여전히 팍팍하고, 불공정· 불공평한 사회적 관행 해소는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범 당시 국민에게 했던 그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정리해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그의 비선 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자 국민은 그해 10월 말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는 일반 국민의 그런 사회를 만들고 제배 불리기에 정신이 없었던 사회 지도층·권력층을 향한 분노 폭발이기도 했다.

 

총 23회, 누적인원 1,800만명.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하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은 촛불에 담겨 수개월 동안 전국을 들 끓게 했고, 광장에 촛불이 밝혀진지 5개월째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정권 교체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두 달 후인 5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5월10일 문재인 정권이 공식 출범했다.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약식으로 치러진 취임식에서 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은 ‘이제 나라냐’고 물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다”며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 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이 약속했던 세상은 얼마 나 가까워졌을까? 일부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국민이 이를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수출 6,000억 달러 달성 등 나라 경제는 성장했지만 국민의 소득은 늘지 않았고, 오히려 소득 상·하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재벌 대기업의 경제 장악, 불공정 관행은 해소되지 않은 채 사회적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현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야심차게 내세운 소득주도성장과 주 52시간제는 사회적 합의 부족 및 각계각층의 반발로 인한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고용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실업률은 높아졌다.

 

특히,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청년층의 취업은 그야말로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추구했고 추진했던 정책의 성과와 향후 방향 및 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문재인 정부 2년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문재인 정부 2주년 정책 컨퍼 런스-2년의 변화, 3년의 희망’이 열렸다. 컨퍼런스 ‘국민성장’ 세션에 참석한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꼽았다.

 

 

이 차관은 “이 정부 출범 전후해서 국민은 ‘국가나 경제 전체 는 성장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아니면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다”면서 “이에 대해 문 정부는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 로 바꿔보겠다, 그다음에 혁신적 포용국가로의 발전으로 나아가보겠다고 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중심 경제’에 대해서는 “일자리에 대한 중요도를 더 높이고, 국민 삶의 질 이나 생활 속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혁신은 세계 경제의 통합과 경쟁 심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결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한 나라의 경제를 국경 내에서만 아무리 얘기해봐야 소용없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혁신을 통해서 국제적 관점에서 혹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개인, 기업, 정부가 있지 않으면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규제 측면에서의 혁신 ▲벤처 창업 측면에서의 혁신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신산업의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해 기업소유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아주 적은 지분을 갖고 대기업 오너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수단이었던 ‘순환출자고리’ 수가 작년에 5개로 줄었다”면서 “기술 탈취나 부당한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실태조사를 해보니 하도급·유통·가맹 부분에서 각각 90% 내외의 개선 응답률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대주주 권한 남용 완화와 소액주주 보호 ▲불공정한 경쟁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적극적 경영권 행사 ▲전속거래 강요 금지 ▲3배 손해배상제 도입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적용 등을 ‘공정 경쟁의 기반 마련’의 성과로 제시했다.
 

혁신적 포용국가 추구
 

혁신과 관련해 ‘공정 경쟁’과 함께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혁신 창업’이다. 이 차관은 “이전 정부에서도 정책 노력이 많이 있었지만,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창업 그 자체에 서 창업 기업의 ‘스케일업’ 혹은 성장, 이어서 IPO, M&A 쪽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그 결과 기업 평가 1조원을 의미 하는 유니콘 기업이나 매출 1,000억원의 벤처, 1조원 벤처 투자 등 벤처 펀드 조성액, 투자금 회수 규모, 신설법인 수 등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당장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갈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용성 강화 측면에서는 ▲정책 수단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이 예산이나 세제, 정책금융 조달 등에서 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 ▲청년·여성·신중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 및 기초생활보장제와 근로장려제(EITC)의 확대 ▲기초연 금·실업급여 등 안전망 강화 등이 성과로 꼽혔다.

 

이 차관은 “취약계층이 일자리 여건은 개선됐지만, 일자리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다만, 상용직 증가라는 고용의 질 개선은 나타나고 있다”면서 “명목임금이 2~3%에서 작년에 5% 정도로 늘었고, 가계소득도 증가했지만, 가구 단위별로 5 분위 배율이 상당히 높아지는 등 분배 악화가 지표로 보이고 있다. 가구 분화 현상으로 1인 가구가 증가했고, 고령 가구, 그중에서도 무직 가구 및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안정화, 물가 안정, 근로시간 단축 등의 성과도 있었다. 이 차관은 “국민생활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데, 가계부채로 상당 기간 몸살을 앓아왔지만, 가계신용증가율이 2015~2016년 약 14% 정도로 빠르게 늘던 것이 이 정부 들어 2017년에는 10% 아래로 떨어져 8% 수준을 보였고, 작년에는 5.8%까지 안정화됐다”며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급등세를 보였던 주택시장은 9.13 대책 이후 안정된 상태를 유지 중이고, 물가도 올해 1~4월 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것을 디플레이션 조짐이라고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며 하반기 정도에는 1%대 중반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 모아져야

 

이호승 차관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과제 및 정책 방향에 대 해 “경기 측면에서 수출과 투자 활력 재고가 필요하고,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산업혁신, 분배 상황의 어려움, 삶의 질 미흡에 대한 부분 등이 정부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 라면서도 “좀 더 중장기적으로 ‘당장 올해 성장률이 2.6%냐 2.5%냐’하는 문제보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논의나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중국, 북한, 지방을 예로 들며 우리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 차관은 “미국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아주 빠른 기술변화가 기존 산업·기업 생태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 다음에 어떤 산업·기업들 이 신 성장 부문으로 유입돼 커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며 “‘FANG’이라고 하는 ICT 분야의 거대기업이 시총 상단을 점령하다시피 했고, 과거 방식의 기본 오프라인 유통기업들 은 대표기업에서 탈락하거나 망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우리 인구구조 변화를 거의 정확하게 20년 앞서고 있다. 따라서 어떤 정책적 노력을 하고, 지역이 어떻게 소멸하는 위기를 맞고, 일자리는 어떤 분야에서 생겨나고 없어지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고 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기술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됐고, 가격에서의 경쟁력 상실 등 산업경쟁력에서의 충돌이 조선과 자동차를 넘어 최근에는 전기·전자, 단순 제조업에 대한 수출 부문에서도 나타나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을 통해서는 “대전 이남지방으로 가면 수도권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한국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상당한 위기감 을 느끼게 된다. 인구 고령화 문제도 지방이 훨씬 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달성을 통한 제재 국면 해제를 전제 로 “사실상 섬과 같은 위치에서 북한 문제가 해결되는 대륙으로 에너지나 물류, 여러가지 서비스 수요 등이 연결되면서 가질 수 있는 경제적인 큰 변화의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전히 공평하지 못한 분배
 

경제 규모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해 선진국 대열로 올라선 한국이지만, 나라 안 현실을 살고 있는 국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힘겹다. 열심히 일하 지만, 소득은 제자리. 이 차관의 말처럼 정부는 여러 정책 추진의 결과로 성과가 있었다고 하고, 나라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어느 대기업 매출이 최고치를 찍었다는 보 도가 연일 계속되지만 먼 나라 이야기라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 해 “궁극적으로 분배가 아직도 공정하지 못하고 공평하지 못 하다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내 총생산 성장률에 비해 국민총소득 성장률이 낮다. 또한 국민 총소득이 증가했어도 궁극적으로 내가 쓸 수 있는 돈인 가계 소득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 즉, 성장 과질이 실제로 가계로 돌아오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가 됐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결국은 구조의 문제라 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앞서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한 G7과의 비교에서 2017년 기준 한국은 G7에 비해서 실질 평균 임금이 81% 수준이었고, 연간 근로 시간은 120%였으며 사회복지지출은 10.3%p 부족, 청년실업 률은 1.1%p 높았다.

 

김 교수는 “공정경제를 이루는 일은 경쟁 과정을 공평하게 하고 결과를 공감하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며, 약자가 일어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공정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돌리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라며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서 대기업에 의한, 재벌구조에 대한 기본 틀이 과거에 비해서 바뀌었느냐,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 감시 역량과 관련해 갑을관계 해소 역시 전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의 순환출자고리가 2016년 94개에서 2018년 5개로 줄고 주주권 행사 강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적 행사 등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대기업 집단으로 경제적 이익이 집중되도록 하는 구조를 깨지는 못했다는 것.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기업, 재벌 총수들이 얻는 이익 대비 과징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공정경제, 시작도 안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일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동훈 씨가 동훈 씨 개인 회사인 ‘APD(에이플러스디)’를 통해 대림산업과 구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호 텔사업에 ‘글래드(GLAD)’란 명칭의 브랜드를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은데 대해 사익편취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13억원을 부과,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APD는 오라관광으로부터 사용료 및 마케팅 분담금 명목으로 총 매출의 2~2.9%를 수수료로 챙겨왔는데,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지급된 수수료는 31억원에 달한다. 당시 계약으로는 2026년 9월까지 총 253억원이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될 계획이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 등으로 과징금 401억원이 부과됐는데, 흔히 말하는 ‘빅3’가 이런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면서 “결국은 불법을 저지르고 내는 과징금이 비해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들은 학습 효과에 의해서 앞으로도 과징금을 내고 이런 행태를 반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해서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들 제도가 국민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이기는 하지만, 모든 경제활동의 이익이 대기업 집단에 집중되는 구조를 깨지 못한 채 제도를 도입하는 ‘시기적 완급’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지난 2년간 체질 개선 노력을 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쪽의 강력한 반발은 경제 심리를 얼어붙게 했고, 경제적 부담은 대기업 협력업체나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몫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익은 또 다시 대기업 집단의 것이었다.

 

공정경제 확립을 위한 법 개정이 더딘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이는 대기업이 협 력업체에 대한 임률 단가를 통제하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임대료나 마케팅 비용을 떠안게 되는 부당한 갑을관계로 인한 수탈구조 때문인데, 이 구조를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최저임금제를 적용시킴으로서 그 손실을 이들이 떠안는 결과가 됐다”며 “근본적으로는 갑을관계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갑을관계가 수탈구조를 가져왔고, 결국 기업 살해까지 가게 된다”고 역설했다.

 

공정·정의로운 사회 구현 위한 개혁 타이밍 놓쳐
 

정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공정경제,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지도 못한 이유에 대해 임원혁 KDI 국제 정책대학원 처장은 ‘실기(失期)’를 원인으로 꼽았다.

 

임 처장 은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의 소망이 담긴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정부인 만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담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회를 많이 놓쳤다고 생각한다” 면서 “출범 초기, 힘이 있을 때 개혁을 추진했어야 했지만, 제도 개혁보다는 상징성 있는 행사와 기업의 자정 노력에 너무 의존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과 같은 것은 국회에서 통과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미뤄두고,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 위주로 해보자고 했으나, 실제로 한 것을 보면 대통령령 이하의 조치들을 취해서 추진할 수 있는 개혁에 대해서도 미온적이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개혁 입법의 통과가 무산되더라도 최소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할 명분을 축적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을 간과했는지 아니면 이해를 못 했는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처장은 또 최근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 개혁 의지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는 것을 언급하며 “촛불 혁명의 정신을 따르자면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3가지 경제정책 틀 중에서 공정 경제를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보는데, 실제로는 소득주도성장 쪽에 신경을 썼다. 그것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소모적 논쟁으로 개혁의 추진력이 약화됐고, 공정경제과 성장정책의 차별성도 감소됐다”고 덧붙였다.

 

혁신에 따르는 비용 수용에도 소극적
 

소득주도성장이 그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해왔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인 만큼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용복 대구대학교 교수는 현재 대부분 국민이 겪는 상황에 대해 “과거에는 생산 측면에 집중하는 정책을 구사했고, 그 논리는 구조적으로 성장이냐 분배냐 이분법에 빠지게 돼 있다. ‘선성장 후분배’, ‘파이를 먼저 키워야 나눌 수 있다’는 등의 논리가 지배하게 되고, 당연히 ‘조금만 참아라’, ‘기업에게 양보해라’라는 논리가 성립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1차적으로 노동자, 그다음에 서민들 대부분이 희생당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현 정부가 수요가 주도하는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에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성장과 분배는 상호 모순적이다’, ‘상호 트레이드오프(Trade-off, 두 개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관계) 관계에 있다’고 하는 이데올로기가 깨지기 시작했다”면서도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항상 비용과 패자가 생긴다.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했는데, 그 영향을 받는 기업들 대부분이 ‘을’이었다. 결국 정치적으로 보면 ‘을’간의 싸움이 됐고,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상호 돌봄의 경제 질서’ 필요… “시장 논리로 사회 정의 배척하지 말아야”
 

김은경 교수는 공정경제를 회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주체 간 연대성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질서를 의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사회적’이란 단순히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 인간의 삶을 ‘함께 그리고 더불어’ 살게 하자는 의미다. 그는 이를 ‘상호 돌봄의 경제 질서’라고 표현했다.

 

‘상호돌봄의 경제 질서’는 소위 ‘경제 헌법’이라고 하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한 것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창업자 일가의 지배구조 왜곡을 통한 경제 독재 공고화는 궁극적으로 그들의 부패로 이어지고, 자본권력의 부패는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없이 사는 사람들의 것을 탈취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부패에 의한 범법 행위에 대해서 는 그 처벌 시 경제적 손해가 얻는 이익보다 크도록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그들을 잡아서 벌을 주려고 하면 ‘처벌 시 다중에게 경제적 손해가 간다’는 말을 항상 한다. 그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며 무혐의 처분이나 집행유예로 풀려 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결국 시장 논리로 사회정의를 배척하는 일”이라며 “자본권력 부패나 잘못된 기업 지배구조 때문에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고, 한국 기업은 늘 그렇다는 것을 인식한 외국기업들은 오히려 이것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사회정의가 수립되지 않으면 경제정의도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 가치에 맞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체적인 취업률과 임금 지급액을 상승시켜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계좌에서 직접 공정한 액수의 대금이 중소기업에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과 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중소기업이 떠안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감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 역시 사익 편취와 동시에 부의 세습을 가능하도록 하는 세습 자본주의 의 산물이기 때문에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통해 금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정경제, 재벌개혁 문제는 시도도 되지 않았고, 부당한 갑을관계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부당 한 갑을관계는 불공정 행위에서 오는 것인 만큼 잘못했을 때는 극단적으로 상장폐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셔먼법과 같은 법들은 한두 번의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다시는 기업을 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런 측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손해 보라”

 

전용복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특히 규제 같은 경우는 정부가 나서는 순간 시장과 일종의 게임 관계, 경쟁 관계가 형성되고, 정부는 필패,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다”며 “결국은 시장을 적극 활용해서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 방법은 정부가 손해를 보더라도 소위 ‘을’들에게 협상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정에 대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재정 건전성이 개선된 것을 성과로 얘기하는데, 어쩌면 실패의 징후일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유럽통합조약(마스트리히트 조약)’은 3% 적자(재정수지 적자 비율)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만 한다고 해도 정부는 107조원 을 만들 수 있다. 110만명에게 연봉 3,000만원을 주고 고용해도 30조원밖에 들지 않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5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해도 25조원이면 된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이 문제인데, 12조원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렇게 해도 10년 동안 정부에서는 1,600조원을 확보 하면서도 국가부채 수준은 70%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임원혁 처장은 담대한 개혁정책의 추진과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간 시너지를 통한 성장 동력 확충이 중요하 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개혁 입법을 추진해서 제대로 되면 좋은 것이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유권자들이 ‘정부가 추진을 했는데, 의석수가 부족해서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 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Y-1, 국민 요구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방영된 ‘대통령에게 묻는다(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에서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강자 의 경제였다면 이제는 공정한 경제로,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 는 그런 시대였다면 이제는 그런 것이 없는 공정한 사회로,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에서 함께 잘사는 경제로 발전시켜 나 가겠다는 것이 저의 목표”라며 “물론 우리 정부가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확실히 임기가 마칠 때쯤이면 그런 시대가 우리에게 이미 왔다는 것을 국민 이 피부로 느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국민은 추운 겨울에도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 간절한 바람을 등에 업고 많은 축복과 기대 속에서 출범했지만, 지난 2년 동안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여전했고, 중소기업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국민의 소득 역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경제 패러다임 변화,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어려움이 더 가중된 측면도 있다.

 

이제 남은 3년. 임기 말 레임덕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남은 시간은 1~2년 정도라도 봐도 무방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시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이 유는 명확했다. 각종 불공정을 해소하고 일한 만큼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것, 부정과 부패에는 철퇴를 가하고 정의와 공정이 지켜지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현 정부의 심판대가 될 21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국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현 정부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국민의 요구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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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국 너마저! 국내산으로 둔갑한 수입농수산물 단속
중국산 대구와 미국산 장어, 러시아산 명태 등을 국내산으로 표기해 판매한 음식점들이 적발됐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지난 2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수입 농수산물 취급 업소 130여 곳을 대상으로 원산지 둔갑 행위 등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8곳의 업소에서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불법행위가 적발된 일반음식점의 경우 대부분 중국산 대구, 미국산 먹장어, 러시아산 명태(황태, 코다리) 등을 국내산으로 표기하고 영업하다 적발됐다. 적발 업체 가운데 재첩국을 제조·가공하면서 국내산과 비교해 2배 정도 저렴한 중국산 재첩을 섞거나 모든 원재료를 중국산으로 사용했음에도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업체도 있었다. 모 업체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중국산 재첩을 국내산과 섞어 10t 규모의 재첩국을 만들어 판매해 4000여만 원의 부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이력을 확인할 수 없는 중국산 양곡류를 대량으로 국내에서 유통한 업체도 다수 적발됐다. 양곡류 도소매업소 6곳은 불특정 다수에게 한글 표시사항이 없는 팥, 검은콩 등 중국산 양곡류 17.5t을 판매해 적발됐다. 이들이 소매업소에 판매한 양곡류의 시가는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