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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상규 박사>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4)- 21세기의 능력(2)

 

기업가에게 중요한 이노베이션은 1을 2로, 2를 3으로 하는 능력이 아니라 0을 1로 하는 능력이다. 이노베이션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은 현실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끈기와 도전정신이다. 재일한국인으로서 IT업계의 성공모델이 된 손정의, 2000년대 이후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는 아마존과 구글의 성공노트에는 모범답안이 들어있다.

 

이노베이션

 

논리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은 현실을 아주 새로운 것으로 개선하는 이노베이션을 위하여 전제가 되는 능력이다. 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를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OECD는 이노베이션(innovation), 개혁(reform), 변화(change)를 각각 구분하고 있는데 이노베이션을 ‘향상된 아이디어, 지식 등의 실행’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노베이션이란 용어가 우리에게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며, 발명과의 개념에서 혼돈이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인류 역사에서 발견과 발명은 일정한 카테고리에서 구분되어 왔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다윈 등 과학적 발견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레이엄 벨,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와 같은 기계적 발명은 구분되어 왔다. 그러나 ‘이노베이션’은 복수의 시퀀스로 나누어진 여러 가지 프로세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발명과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타르드(Tarde, Gabriel)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언어, 종교, 정치, 법률, 산업, 예술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사회현상에 선행하는 이노베이션에 대하여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것이 추가된다면 그것이 발명이라고 정의하고 모방이야말로 발명의 원재료가 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이노베이션 개념의 단초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 Joseph A)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발명과 구별되는 이노베이션의 특징에는 ▲새로운 재화, 즉 소비자 사이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재화 또는 새로운 품질의 재화 생산 ▲새로운 생산방법, 즉 당해 산업부문에서 실제 알려지지 않은 생산방법의 도입. 이것은 반드시 과학적으로 새로운 발견에 의할 필요는 없고 또한 상품의 상업적 취급에 관한 새로운 방법까지도 포함 ▲새로운 판로의 개척. 즉 당해 국가의 당해 산업부문에 종전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시장의 개척. 단 이 시장이 기존의 것인지 아닌지는 불문 ▲원료 또는 반제품의 새로운 공급원 획득. 이 경우에도 공급원이 기존에 있었던 것인지, 단지 잘 몰랐던지, 획득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던지 등은 불문 ▲새로운 조직의 실현, 즉 독점적 지위의 형성 또는 독점의 파괴 등의 다섯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위의 관점에서 보면 이노베이션의 개념은 발명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도 포함되어 있으며 과학·기술과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고 기술 중심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즉 이노베이션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것, 어떤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 것, 대부분이 기술적인 것이며 상품이라는 형태로 시장을 통하여 보급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노베이션은 테크놀로지에 좌우되었으므로 주요무대는 선진국이었다. 선진국의 독무대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환경이 이노베이션을 창조하는 과거의 경험도 많다. 한 예로 1930년대 미국 남부에서 생산성이 향상된 것은 고온 다습한 지역에 에어컨이 보급된 결과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이노베이션의 중심은 선진국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송금 시스템의 혁신을 이룬 나라는 다름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뒤떨어진 아프리카의 케냐였던 것처럼 이노베이션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2000년 이전에는 대량의 IT 투자가 이루어져 IT 제품 및 서비스가 개선되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2000년경부터는 생산성의 원천이 테크놀로지 그 자체가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서로 결합하는 능력 및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기업문화와 팀워크 등이 조직의 강점으로 변화기 시작하였다. 그러므로 협동을 중시했던 문화적 전통을 복원하여 우수한 테크놀로지와 결합한다면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을 능가하는 이노베이션을 이루어낼 수 있다.

 

기업가에 중요한 이노베이션은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소프트뱅크를 창설한 재일한국인 3세 손정의의 도전정신은 비근한 예이다. 고교 재학 중 미국에 간 손정의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교에서 유학하였다. 그는 음성기능이 달린 자동번역기를 발명하였는데 이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하여 프로젝트팀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자신에게 가진 돈이 없어 노벨상 급의 우수한 연구자들이 주위에 많은데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지금은 돈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발명품을) 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성공보수로 드리겠습니다’라고 연구자들을 설득하여 프로젝트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손정의는 보통 비즈니스맨처럼 1을 2로, 2를 3으로 하는 능력이 아니라 0을 1로 하는 기업가로서의 능력을 가진 것이다. 돈도 인맥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이국에서 자신의 사업 성공의 토대가 된 프로젝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이노베이션이었다.

 

이노베이션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의 과정과 끈기,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초중고 12년간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과는 무관한 암기중심의 교육(지금의 학교교육이 무용하다는 주장이 아니다. 미래사회의 인재를 위해서는 교육내용과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에 집중하고 대학졸업 후에는 안정된 직장에 청년들이 몰린다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이노베이션을 기대할 수 없다. 직장에 들어가 안정만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에 곧잘 동화될 것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폐쇄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사회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국가의 미래는 밝지 않다.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이 있어야 이노베이션이라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

 

최근 TV 등 미디어는 상업화와 프로그램의 쾌락주의 경향, 특정 직업군 중심의 콘텐츠가 두드러지고 있다. 민영방송의 사업구조는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대신에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광고를 하는 것이 기본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요사이 산업경제구조가 변화하면서 민영방송의 사명에 변질이 생기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채널 대부분은 자체 방송제작능력이 없고 공중파나 종편의 철지난 프로그램을 싼값에 사서 재탕 그리고 삼탕하여 아슬아슬하게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다른 방송도 마찬가지인데 외국의 글로벌 매체와 같이 창조적이고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특정 직업군에 소속한 사람들의 입담에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된 프로그램인 의료, 음식, 여행, 오락 등에 출연하는 패널은 전문가인지 연예인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진지함은 찾아볼 수 없는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는 지겨울 정도의 광고시간을 편성하여 방송인지 광고채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시청자는 상품 광고의 대상일 뿐인 상업주의 방송 전성기라는 생각이 든다. 제4차 산업혁명이 아이콘이 되어 있는 전환의 시대에 방송은 국민들에게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모험심과 창조성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부터 2~30년 전의 TV는 지금과 달랐다. 민영방송은 CM을 내보내는 대신에 양질의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을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하였으며 이것은 20세기에서 가장 뛰어난 발명 중 하나였다. TV에서 내보내는 CM이 비록 상업주의적이었지만 국민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며 광고가 일상생활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 적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의 상품 광고 대부분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옮겨가고 그 자리를 값이 싼 광고가 대신 차지하고 있으며 광고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연예인들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려는 상업주의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민영방송의 사회적 사명에 변화가 생기는 현실에서 미디어의 콘텐츠, 광고 등을 냉철하게 판단하여 가장 타당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능력은 비판적 사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한 가지는 ‘석학’ 또는 ‘석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이념 편향적인 방송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양분하려는 움직임이다. 정치에 변동이 생기면 노출하기를 꺼리다가 자신들의 이념이 동조하는 정치로 바뀌면 네트워크를 통하여 정치, 역사,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레토릭을 만들어내고 있다. 걷는 사람의 영역인 횡단보도와 인도를 질주하면서 사람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배달 오토바이의 행위와도 같다. 그런 영향인지 요사이는 초등학생들까지 구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아동의 발달단계에 맞춰 정치적 교양을 양성하는 것은 학교교육이 추구할 방향인데 과연 우리 학교교육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선거연령의 하향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논의 중에 성장단계의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나 교사의 생각이나 의견에 좌우되기 쉽다’는 논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을 받은 국민들은 점점 늘어나 교육기간이 길어지고 학습경험은 많은데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세계는 교육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념과 가치의 혼란이 가속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비판적 사고는 시행착오가 없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비판’이라는 단어는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안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비판을 비방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비판한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인지 ‘당신은 비판에 능하다’는 말보다는 ‘당신은 칭찬에 능하다’는 말이 더 친숙하게 들린다. 이러한 태도는 비판과 비판에 대한 비판이라는 변증법의 과정을 통하여 학문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학술적 공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비판적 사고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사고’라는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뜻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는 우리의 인식과는 그 내용이 매우 다르다. 비판적 사고는 증거를 토대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고하는 작용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사고과정을 의식적으로 곰곰이 생각하고 성찰하는 숙려적 사고이다. 그리고 보다 좋은 사고를 하기 위하여 목표 및 문맥에 맞추어 실행하려고 하는 목표지향적 사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비판적 사고에는 분석적, 커뮤니케이션, 창조성, 개방적 태도, 문제해결태도 등이 불가피한 요소이다.

 

‘비판적 사고에 관한 위원회’(Committee on Critical Thinking)는 비판적 사고의 기능을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확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 ▲명시적/비명시적 가정을 인식하는 능력 ▲적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설을 형성하고 선택하는 능력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고 추론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문제해결적 측면에 관한 비판적 사고에 관하여 오랜 기간 연구를 한 에니스(Robert Ennis)는 비판적 사고의 정의를 ‘무엇을 신뢰하고 무엇을 행할 것인가의 결정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이고 성찰적인 사고’로 정의하고 있다. 그의 정의 안에는 ▲가설의 형성 ▲문제를 별개의 시점에서 볼 것 ▲질문할 것 ▲별도의 해답을 생각할 것 ▲계획을 세울 것 등의 창조적인 사고도 포함된다. 즉 21세기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 혁신, 창조성 등의 저변에 깔리는 것이 비판적 사고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판적 사고의 과정은 ‘정보의 명확화 → 추론을 하기 위한 토대 검토 → 추론 → 의사결정 및 문제해결’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논리적이고 유연한 발상과 창조성의 발달이 전제조건이다. 어린 나이에 받는 학교교육에서 어른들과 다를 바 없는 고정된 사고를 가지고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습관만을 기른다면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의 우리사회의 모습은 밝지 않을 것이다. 19세기에 선진국에서 국가제도로 도입한 근대적 공교육은 글을 읽게 하거나 경제적 효율이 높은 노동자 양성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양질의 교양 있는 시민을 양성하여 민주국가의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여기에는 대화. 상대방의 존중, 합의 등 비판적 사고 과정이 들어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정부기관 및 글로벌 기업 등이 스폰서가 되어 21세기 능력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21세기형 능력의 학습과 평가 프로젝트’(ATC21S)와 ‘21세기 학습을 위한 파트너십’(P21) 등 글로벌 싱크탱크는 공통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21세기형 능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비판적 사고가 얼마나 중시되고 있을까? ‘2009년 개정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교육목표’에는 ‘비판적 사고’라는 용어가 들어있었는데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끈기

 

문제해결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이노베이션은 끈기가 없으면 이루기 어렵다. 미국과 아시아의 청소년 중 누가 더 끈기가 있을까? 1990년대 초에 일본과 중국의 교육에 관하여 연구한 스티븐슨(Stevenson, H.W)과 스티글러(Stigler, J.W)는 아시아와 미국 아이들의 끈기를 알아보려고 했다. 실험의 목적은 각 나라의 아이들에게 답이 나오지 않는 수학문제를 내어 얼마나 긴 시간을 사용하여 풀려고 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연구는 완성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아시아의 교사들이 여러 명의 아이들에게 시험한 후 이 실험은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아이들은 문제가 어려워 풀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미리 정한 시간을 초과하여 계속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에서도 동아시아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끈기만이 아니라 강한 탐구심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실패한 때에도 그 실패에 자극되어 더 열심히 하지만(실패할 때에 동기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이 반응은 성공에 동기가 더 부여되는 서구 아이들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우리나라 아이들과 비교한 직접적인 연구결과는 발견하지 못하여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 아이들과 서양 아이들의 비교연구를 소개하였지만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였고, 노벨상을 받은 석학들은 공통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동양인의 경우 실패할 때에 동기가 더 생긴다고 하는데 세계를 변화시키는 우수한 발명이나 업적은 서양인에게서 많이 나올까라는 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깊이 있는 연구를 한 경험자에 의하면 서양인의 공부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는 오래된 지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세계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지식 욕구를 자극하며 ▲인간은 최후의 승리를 손에 넣기 위하여 탐구하고 발견하는 유일의 존재이며 ▲우수한 능력을 가진 자에게 배우는 특권을 부여한다는 세 가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학습내용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자는 본래 배우고 싶다는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향학열이라는 것은 주로 개인에게 갖춰져 있는 은혜이며 공부를 잘 할지 못할지는 그 개인의 타고난 자질이며 이러한 자질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은 지능과 능력은 타고난 것이며 능력은 일정불변하다는 생각이 성장하면서 강하게 자리 잡는다고 한다.

 

반면 동아시아인들은 사람의 능력이 태어날 때 각각 다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능력보다는 모든 일은 노력하여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자녀의 학교성적이 부족하면 학교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자녀의 공부 부족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서양과 아시아 아이들의 끈기에 관한 연구에서는 지능은 노력에 의해 개발된다고 보는 비율이 유럽계 미국인은 36%, 아시아계 미국인은 45%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인의 경우 사람마다 능력을 타고 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신념이 더 강하므로 서양인에 비해 타고난 능력을 덜 중요시한다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대기만성형 사고는 높이 사야 마땅하지만 공부보다는 다른 영역에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자녀를 어릴적에 발견하지 못하고 공부에만 끈기를 강요하여 학습에 흥미를 잃고 원하지 않는 학문을 전공하고 평생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불행도 없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2018년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보면 자녀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를 읽을 수 있다. 지금 바로 생각할 수 있는 처방전은 시대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아동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경로에 좌표가 될 수 있는 진로 프로그램일 것이다.

 

◀김상규

도호쿠대학 대학원(석사과정)에서 공공법 정책을, 와세다대학 대학원(박사과정)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저서로 『민족교육: 일본의 외국인 교육정책과 재일 한국인의 교육적 지위』(2017년), 교육의 대화(2017년)가 있으며, 재일본대한민국민단문화상(2011년)과 한국교육학회 운주논문상(2016년)을 수상했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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