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열차 승무지부와 KTX 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이 사법농단 수사의 변호사를 자처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KTX열차 승무지부와 KTX 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사법농단과 관련해 지난 20일 대법원이 내놓은 ‘KTX 여승무원 해고사건에 대한 해명자료’를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해당 자료에서 ‘KTX 여승무원 사건은 새로운 법리 선언이 예정된 사건’으로, 관련 대법관 전원이 심혈을 기울였고, 재판연구관실의 집단지성에 의해 심층연구와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즉, ‘재판거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KTX열차 승무지부와 KTX 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스스로 자정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법농단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 그리고 재심만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해명자료에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노무도급의 요소가 파견보다 우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와 불법파견 모두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에 대해 “승무업무가 철도공사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다는 실질적인 증거였던 열차팀장의 진술, 각종 규정, 업무매뉴얼, 지침을 모두 무시했다”면서 “그야말로 재량적 판단이었으며 정치적인 판단이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11월19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사법부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이자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판결로 KTX 승무원 판결을 꼽고 있다.
이들은 “이 판결로 해고 승무원들은 12년 동안 거리에서 싸워야 했고, 목숨을 잃었으며, 현직 KTX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이 돼 나쁜 노동조건에 시달렸고, 승객들은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하지 않는 위험한 KTX에 타게 됐다”며 “당신들이 정당화해준 우리 시대의 지옥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성을 스스로 버리고 정권의 눈치를 보며 판결한 당사자들이 어디에서 ‘집단지성’ 운운하며 피해자들을 우롱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KTX열차 승무지부와 KTX 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KTX 승무원 판결의 주심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이 아직 대법원에 남아있는 것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검찰 수사와 판결을 위해 의혹을 받는 관련 대법관 및 법원인사들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법원이 사법농단 수사의 변호사를 자처하고 나선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검찰 수사와 제대로 된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대법관 및 법원인사들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 김명수 대법관이 사법살인의 변호사가 되기를 자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사법농단이 피해자로서 진실이 밝혀지고 잘못된 것이 바로 잡힐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KTX열차 승무지부와 KTX 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법원 표지석을 향해 준비한 국화꽃 33송이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표지석을 향해 국화꽃을 던지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14명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을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