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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피아니스트 이기정 교수의 제자 사랑

“CEO피아니스트가 돼라”


서울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피아노 연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에 20년째 세종대 음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기정 교수, 완벽한 연주 솜씨와 왕성한 음악 활동으로도 유명하지만 그의 제자 사랑은 남다르다. 청년들의 일자리 가뭄이 일상처럼 된 요즘, 그는 제자들의 일자리 터주기와 멘토링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3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이기정 교수의 독주회가 열렸다. 그의 독주회가 끝나자 리사이틀홀 앞에는 백여 명의 제자들이 독주회를 잘 마친 스승을 축하했다. 제자들의 꽃다발을 받고 환한 웃음을 띤 이기정 교수는 제자들과 같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이기정 교수는 오랜만에 제자들과 수다스런 대화로 그동안 무겁게 짓누른 독주회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모습이었다. 피아니스트 이기정 교수를 이상용 편집 주간이 만나봤다.

 

 Q. 독주회를 하면 큰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무척 힘들겠습니다. 이미 정년까지 교수직이 보장된 테뉴어 교수는 독주회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

 

A. 저는 거의 해마다 독주회를 합니다. 독주회의 목적은 자기계발이지요. 연주자가 연주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연주자가 연주를 하지 않으면 강의를 안 하는 것과 같지요. 교실에서 레슨만 해서는 제자들에게 본을 보이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자들은 첫 무대에 설 때 심리적으로 굉장히 긴장합니다. 그럴 때 교수가 무대에 서야 제자들에게 권위를 보여주고 무대 경험을 섬세하게 상담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Q. 사실, 연주자가 나이 들면 실제로 무대에서 연주회를 갖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A. 저는 다른 교수들에 비해 연주회를 많이 가지는 편입니다. 우리 피아니스트들은 헝가리의 피아니스트이지 작곡가인 리스트를 미워해요.(웃음) 리스트가 악보를 외워서 피아노를 연주하고부터는 우리 피아니스트들은 독주회에서 외워서 하게 됐습니다. 다른 악기 연주자와는 달리 피아니스트들은 악보를 외우는 게 큰 부담이지요. 마치 결혼식을 치르는 것처럼 독주회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하고 긴장하지요.

 

Q 독주회 선곡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베토벤의 전원 소나타를 선곡한 의도가 무엇인지요.

 

A. 베토벤은 32개의 소나타를 작곡했는데요. 피아니스트에게 바하의 평균율은 구약성서라고 한다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신약성서라고 불립니다. 저는 피아니스트로서 평생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독주회마다 한 곡씩 넣어서 전부 연주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20곡 정도의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열정 소나타는 벌써 여러 번 쳤었는데, 전원 소나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드뷔시의 판화는 올해가 드뷔시 서거 100주년이어서 선정했습니다.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는 동료교수로 있는 두 분이 독일에서 공부하신 실력이 있는 연주자들이어서 같이 하고자 했습니다. 이들 세 곡은 고전파, 낭만파, 인상파 음악을 각각 대표하는 음악으로 각 시대별 연주곡들의 아름다움을 고르게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Q. 피아노 연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하면 피아노 연주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A.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코스웍을 3년 했고요, 독주회 같은 리사이틀을 4번을 했습니다. 음악 이론, 음악 역사, 피아노 리터리처 등 세 과목의 시험을 봅니다. 또 리사이틀을 할 때마다 논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연주학 박사 학위란 한 마디로 실기와 이론을 겸비해야만 합니다. 그걸 다 통과하면 DMA(Doctor of Musical Art in Piano Performance)라는 학위를 받습니다. 노스웨스턴 음대에서 한국 유학생으로는 제가 처음 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강사로 뛰고 있을 때 세종대에서 교수를 뽑았습니다. 교수 1명을 뽑는데, 100명 이상의 피아노 전공자와 박사들이 지원했습니다. 노스웨스턴대는 명문 종합대학이기도 하지만 음대도 규모가 크고 공부를 세게 시키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 제가 세종대 교수로 임용된 것은 노스웨스턴대의 명성 덕도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웃음)

 

 Q. 콩쿠르에 많이 입상했는데, 본인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됐던 콩쿠르는 뭐였던가요?

 

A. 5회 도쿄국제피아노듀오 콩쿠르였습니다. 그곳에서 국제적인 음악 교류, 콩쿠르 운영형태 등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일본은 미국보다는 유럽과 교류를 많이 하고 있어서 도쿄피아노듀오 콩쿠르에 유럽 음악인들이 심사위원 등으로 참여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한 저로서는 유럽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시야를 넓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Q. <해설이 있는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를 한 적이 있던데요, 초중고 학생들의 음악교육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A. 처음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 자신이 애기 엄마이기도 했지만 클래식 음악은 어릴 때 들어야 평생 듣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예술의 전당에서 55일 어린이날에 어린이 음악회를 하곤 했습니다. 1996년에 어린이 음악회를 예술의 전당에서 했는데, 그게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면 어린이들이 저를 일제히 쳐다보며 반응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요,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음악회를 했던 것 같습니다. 10년 정도 하니까, 나중에 어린이음악회가 우후죽순이라고 할 정도 많이 열려 이제 내가 안 해도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연주자와 음악가들이 그리 많은데도 클래식의 대중화가 왜 답보상태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A. 우리나라는 클래식 시장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을 저녁 8시에 직접 와서 들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고, 클래식 음악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거죠. 또 초대공연이 많아서 돈 내고 연주회를 보는 습관이 안 들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관객은 없어도 우리나라는 피아노 강국입니다. 조성진의 나라, 선우예권의 나라로 외국에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음대로 유학 문의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중국 음대도 2020년부터 박사학위가 없으면 교수가 될 수 없답니다. 그 바람에 중국 학생들의 유학도 부쩍 느는 추세입니다. 중국 학생들은 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으로 많이 가지만 아시아쪽으로는 한국을 선택합니다.

 

Q. 피아노 연주에서 한국식 독창적 연주기법이 가능합니까?

 

A. 한국적 소재로 작품을 많이 쓰시는 이영조 선생님의 곡을 연주하면 한국적인 연주법이 나타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제가 독주회를 할 때 이번에 뺐는데, 한국 창작곡을 하나씩 넣어 왔습니다.

 

Q. 클래식 한류가 상당히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지요?

 

A. 클래식 한류가 이미 시작됐다고 봅니다. 정경화 선생님이 지금 줄리아드 음대 교수로 있잖아요. 미국의 많은 음대에 한국인 교수가 최소한 한 사람 이상 포진해 있습니다. 미국인 클래식 전공자가 줄고 있고, 한국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기도 합니다만 한국 음악 교수들이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한국 음악가와 유학생들에 대해 크게 의식하고 있습니다.

 

Q. 세종대 피아노 전공 졸업생들의 진출은 어떤지요?

 

A. 졸업 이후 진출은 세종대 출신들이 명문대 출신들보다 전반적으로 더 낫다고 봅니다. 제가 1999년부터 세종대 교수로 있는데, 피아노 전공 졸업생들은 회사에 취업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각각 학원을 운영한다든가 프리랜서로 많이 뜁니다. 연주자 겸 선생님으로 활동을 하는데 세종대 출신들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웬만큼 잘 헤쳐 나갑니다. 교회나 각종 행사 등 틈새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섭니다. 명문대나 유학을 갔다 온 사람들은 교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건 안 하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저의 제자들은 뭐든 다 합니다.

 

프리랜서 피아니스트들이 얼핏 보이기엔 불안정해 보이지만, 요즘 일반 회사에 취업해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잖아요. 음악가 직업은 직장인들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학원을 하든 가르치든 오후 1시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수입도 보통 직장인들보다 낫고 근무 시간 융통성 있고 여러 모로 괜찮아요. 단지 소속감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아쉽게 여깁니다.

 

그래서 제가 제자들의 소속감을 주기 위해 세종대와 제 이름자를 따서 ‘SJM아카데미 앤 소사이어티를 만들었습니다. 100여 명의 제자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제자들은 이 단체 이름을 경력이나 명함에 쓰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콩쿠르를 만들었습니다. 작년 11월 제1회 전국음악콩쿠르를 삼익아트홀에서 개최했습니다. 미취학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로 나누고, 참가 부문은 피아노와 동요 등입니다. 첫 번째 콩쿠르였는데 성공적이었어요. 거기서 모은 기금으로 음악회도 열고 제자들의 해외 콩쿠르나 공연 등에 보조했습니다.

    

A. 앞으로 계획은?

 

A. 제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일이나 연주자로서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음악회를 혼자 하기는 힘들잖아요, 제자들과 힘을 합쳐 음악회를 지속적으로 가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실력도 향상되고요. 피아노 교육이란 피아노를 놓고 1 1로 가르치니까, 스승과 제자는 끈끈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들은 졸업하면 연주자와 선생으로서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잖아요. 독립 CEO나 다름없지요. 그래서 SJM아카데미나 음악회의 활동을 통해서 제자들이 한 사람의 CEO로서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좋은 스승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걸 나의 제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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