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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무원 초과근무, 시간으로 보상?...어이없는 공무원들

“도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나왔나”...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 놓고 비난봇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정부가 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 감축과 연가 100% 사용목표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소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인데 정작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근무환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아 초과근무 하는 상황에서 쉬면 쉰만큼 처리할 일이 쌓이기 때문에 정책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일과 삶의 균형, 일명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월평균 초과근무 70.4시간, 저출산·과로사 유발해...‘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 발표

인사혁신처(인사처)와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6일 공직사회의 체질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사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소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 조성의 모범이 돼야한다”며 “주 5일 근무제가 공직에서 시작돼 민간부문에 정착됐듯이, 근무혁신이 공공부문과 민간까지 확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처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48개 중앙부처 공무원의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비(非)현업직 31.5시간, 현업직 70.4시간이었다. 현업직은 경찰, 세관 등 상시근무 체제나 토요일·공휴일 정상근무가 필요한 직무를 말한다. 한편 연평균 연가부여 일수는 20.4일이었는데 사용일수는 10.3일(50.5%)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러한 근무실태가 업무 효율성 저하, 저출산, 과로사 등 많은 사회문제를 유발한다고 보고 지난해 9월부터 관계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된 근무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종합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복무제도 혁신 ▲초과근무 감축과 연가활성화 ▲업무혁신 및 인력운용 효율화 ▲범정부 협업체계 구축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공직사회에 이러한 근무혁신이 정착되면 업무효율성이 향상되고 ‘일과 삶의 균형’도 이뤄져 초과근무시간이 2022년까지는 지금보다 약 40% 감축되고, 연가도 100%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과근무 시간보상·연가사용 활성화...“현실성 없어”

정부는 필요한 일은 효율적으로 수행하되,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제도를 정착시키는 등 최상의 근무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복무제도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그동안 초과근무를 한 경우 금전으로만 이뤄졌던 보상을 단축근무 또는 연가 등의 시간보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하계휴가뿐만 아니라 동계휴가제(1∼3월)를 운영해 연가사용을 활성화한다. 남은 연가를 이월해주는 연가저축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해 필요한 시기에 자기개발휴가(장기휴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저출산 문제해소를 위한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임신만하면 출산 시까지 전(全)기간 동안 근무시간을 1일 2시간 단축할 수 있다. 기존에는 임신 12주 이내 또는 임신 36주 이상인 여성공무원에게만 병원진료 등을 위한 단축근무를 허용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현행 5일에서 10일로 늘린다. 학교 공식행사에 한해 허용된 자녀돌봄휴가(최대2일)를 병원진료‧검진‧예방접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3자녀 이상일 경우 최대 3일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대책을 접한 일선의 한 공무원은 “일이 많아 초과근무를 하는데 시간으로 보상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며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절대적인 업무량이 줄지 않는 상태에서 초과근무를 시간으로 보상해봤자 어차피 그 시간만큼은 또 일해야 되는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뜻이다.

이충재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도 “총론적으로 봤을 때 초과노동을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방향성은 좋지만 공무원의 현실여건을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정부안대로면 쉬는 사람이 자리를 비울경우 옆 사람이 대신 일하라는 얘긴데 결국 안하면 자기 일만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처장도 “정부가 발표한대로 초과 근무하는 공무원이 많은데 왜 이 사람들이 남아서 일해야 되는지 생각해봐야한다. 업무가 많아 주말에도 일하는 마당에 초과근무시간을 2022년까지 40%대로 줄인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특히 현업공무원의 초과근무 시간은 월 평균 70시간이 넘는데 그 시간을 쉬라고 하면 일은 누가하라는 얘기냐, 뭔가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다”고 질타했다. 

연가사용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 사무처장은 “지금 당장도 인력이 부족해 단 하루 연가를 내기 힘든 상황인데 정부는 10년 동안 연가를 저축해 장기휴가를 가라고 한다”며 “올해 연가를 10일 저축해 내년 총 연가가 30일 생기면 한 달 동안 사무실을 비울 수 있느냐,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불필요한 일 버리고 스마트하게?...‘눈속임에 불과해’

정부는 관행적으로 해오던 불필요한 일은 과감히 버리고,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해야 할 필요한 일은 적극적으로 찾아서 스마트하게 일하는 업무혁신을 추진키로 했다. 보고서는 핵심정보 위주로 작성하고, 일방적 전달형 회의는 최소화한다. 또 모바일 전자정부, 정부 클라우드 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한 업무환경 확산을 통해 장소의 제약 없이 보고하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

일 처리가 한 사람한테 집중되거나 지연되는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관별로 업무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특히 일상적·반복적 교대근무 등에 ICT와 첨단자동화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경찰은 드론을 통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 자동구분기를 도입해 불필요한 근무시간을 줄이는 식이다.


정부가 이처럼 초과근무 시간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스마트한 업무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또한 현실성 없는 ‘허언’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쳤다. 초과근무가 생기는 이유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관행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박 사무처장은 “불필요한 업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줄인다고 했지만 실제 일은 더 늘어났다”며 “그런데도 불필요한 일을 없애면 공무원들이 초과근무를 하지 않게 될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를 들어 지자체 단체장들은 다음 재선을 위해 주민들에게 자기 홍보를 하려고 불필요한 일들을 없애지 않는데, 그런 일에 많은 공무원들이 동원되다보니 자기 일은 근무시간 외에 하게 되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 위원장도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지자체의 경우 국민들의 복리증진이나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일보다는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 사업’이 많다”며 “이런 것을 먼저 줄여야 근무혁신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기존의 법과 제도는 그대로 놔둔 채 용어만 살짝 바꿔 마치 새로운 것 인양 다른 업무를 만들어낸다”며 “그렇게 되면 기존업무는 그대로 남고 새로운 용어로 포장한 업무가 새로 생기는데 이런 것부터 줄여주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도 근본적인 업무혁신 방법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각 정부기관의 정보가 연동이 안 되면 공무원이나 국민들이 모든 업무를 일일이 처리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이런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스마트한 업무환경 확산 등 다 좋지만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하는 기본적인 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건비재원 확충위한 ‘꼼수’ VS 예산절감이 목적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발단은 어디일까. 노조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공무원들의 실질적인 ‘워라벨’을 실현하기 위한 방침이라기보다는 재원확충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의 속내는 추가근무수당이나 연가보상비를 줄여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인건비 재원으로 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하고 2020년까지 공공부문에서만 모두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이를 집행할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한 후 기존 공무원들의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면서까지 재원을 마련하는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박 사무처장도 “정부가 일자리 마련을 위한 재원확충 방편으로 연가보상비나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예산을 줄이려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을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실질적으로 공무원들에게 휴가를 가도록 하고 초과근무를 안 시키려면 소방이나 경찰인력 말고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을 충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지만 인사처 복무과장은 “근무혁신은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만성화된 초과근무를 해소해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려는 것으로 예산절감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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