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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호주 애버리지널 아트의 세계



호주원주민 그림인 애버리지널 아트전이 오랜만에 서울로 나들이했다. 원시미술은 구석기인들이 남긴 동굴벽화에서 유래한다. 호주의 애버리지널 아트는 아득히 먼 원시인들의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원주민의 미술이다. 애니미즘(Animism)의 정신세계와 미적 표현을 볼 수 있는 애버리지널 아트를 소개한다.


호주 원주민의 영혼과 아픔을 표현하는 회화 작품들이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애버리지널 작가들의 작품들은 2009년 대규모 전시회와 2011년 한·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소개됐다가 6 년 만에 한국에 다시 소개된다. 제4회 한·호 정경포럼이 서울 에서 개최되면서 마련된 호주 애버리지널 아트전은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내에 있는 인사갤러리에서 11월20일부터 12월10일까지 열린다. 


애버리지널 아트는 원시미술에 속한다. 원시미술은 우리 인류가 문명의 시대로 접어드는 청동기 시대 이전, 석기시대의 그림과 현존하는 호주와 아프리카의 원주민, 아메리카 인디언, 에스키모의 회화들을 말한다. 석기 시대의 인류는 태양과 동물, 식물, 자연 재해와 더불어 살아갔기 때문에 그만큼 그들의 영혼은 원초적 생명성으로 충만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무수한 점들과 상징, 기호들의 표현으로 이뤄진 애버리지널 아트에서 잊혀진 원시인류들의 영혼과 미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구석기 시대의 미술은 태양과 사냥하는 동물과 물고기를 그대로 그리는 사실화였다. 신석기로 넘어오면 단순하고 추상적인 상징과 기호 그림으로 바뀐다. 유럽인들이 처음 애버리진 아트를 접했을 때 그들은 신석기 시대의 상징과 기호 단계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호주원주민은 18세기에 약 250개 언어 그룹으로 나눠져 있었다. 각 언어들은 서로 통하지 않았다. 지금은 120~145개 언어그룹들이 남아 있으나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백인 들의 학살과 전염병으로 급감했던 인구는 현재 7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높은 출산율로 증가되는 추세다.


 아홉 명의 원주민 화가 참가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9명의 원주민 화가들이 참가했다. 이들 중 가장 중심인물은 미니 푸웰리다. 미니 푸웰리는 1910년 경 호주 북부 노던 테리토리의 유토피아에서 태어나 2006년 작고했다. 그녀는 놀랍게도 나이 80세 무렵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단박에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죽기 전까지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했다.


그녀의 거주지인 유토피아에서 여성들이 의식을 행할 때 하는 바디 페인트 디자인을 강렬한 색깔과 힘찬 선으로 표현했다. 그녀의 그림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녀의 딸인 바바라 위어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바바라 위어는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백인문화 동화정책에 따라 강제적으로 여러 백인 가정으로 입양돼 양육됐다. 18살에야 그녀의 어머니 미니 푸웰라를 찾았고 나중에 그녀 고향이자 원주민 지역인 유토피아로 돌아갔다. 




원주민 화가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45세가 되어서야 그림을 그렸다. 그녀의 ‘풀 씨앗들(Grass Seeds)’, ‘나의 어머니 땅(My Mother’s Country)’ 등의 작품은 타이틀에서 보듯이 식물과 종족의 꿈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글로리아 페티야리도 1945년 유토피아에서 태어났다. 글로리아는 ‘숲속의 약(Bush Medicine)’을 상징화했다. 아다버드는 산의 악마 도마뱀의 꿈을, 팬지 나판가디는 뱀의 꿈을, 샌 드 헌터 아핏자라는 애벌레의 꿈, 토니 패트릭은 어린 소년들 의 꿈을 표현했다. 


애버리지널 아트가 어느 정도 시세로 거래되는가에 대해 인사갤러리 김태흥 대표는 “이번에 전시되는 작가들은 호주 국내는 물론 미국과 아시아, 유럽 갤러리에서 소개되고 거래되 고 있는 상위급 화가들”이라고 말했다. 미니 푸웰리의 대작인 경우 3~4만 달러짜리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저렴한 그림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호주 갤러리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원주민 작가들의 그림 값이 작품별로 나와 있었다. 


한국에서 애버리진 아트는 마치 생소하고 새로운 것인양 여기지만, 이미 19세기에 유럽과 미국에 소개돼 서양의 추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일본과 호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호주에서 갤러리도 운영 한적 있는 동양화가 백지희 씨는 “심플하고 칼라풀한 기법은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시작들은 모두 건조가 빠르고 부착력이 강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작품으로 면봉으로 찍는 점묘를 구사했다”고 특징을 밝혔다. 또 “점묘를 하기 때문에 번지지 않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고 그림수정이 불가능한 만큼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그림을 가까이 가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에 따라 차이가 난다든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캔버스 전면을 치밀한 점묘로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캔버스를 깨알 같이 꼼꼼하게 꽉 채우는 것 같습니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특징은 현대 미술과 일맥상통 


애버리지널 아트는 그들 특유의 상징물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서 현대 미술과 일맥상통한다. 호주 원주민 문화에는 그들의 주거지와 물구멍, 부메랑, 꿀 개미, 알, 동물들의 길, 비, 구름, 뱀, 창, 별, 애벌레, 얌 식물 등을 표시하는 상징물을 잘 간직하고 있다. 


작가들은 이들 기호와 상징들을 독창적으로 배열하고 형상화함으로써 미적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예술이란 영혼과 숙련된 테크닉이 만나 독창적인 미적 세계를 창조한다고 정의 내릴 때 애 버리지널 아트는 원초적 예술의 정수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 그림들을 보고 색감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하자, 김태흥 대표는 “브라운색과 보라색이 그들 특유의 칼라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광활한 호주 대륙과 사막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즘 서울 근교의 산을 올라가면 온통 브라운색의 향연이다. 한국 작가들의 그림 중에서 따뜻하고 정감넘치는 브라운색을 발견할 수가 없을까. 


김 대표 :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양 3국의 현대 회화들 중에서 우리나라 작가들의 그림들이 가장 색깔이 없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화가들은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 나라 것들을 열심히 받아들이다 보니 모방이 많았습니다. 우리 전통이 거의 없는 것이죠. 이에 비해 일본과 중국은 자신들의 전통적 기초 위에 독자적 세계를 줄기차게 추구하는 까닭에 세계적인 작가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 라 작가들은 한국적인 게 없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의 유행을 열심히 배우고 따라 해서는 그들과 별로 구별이 안 된다는 겁니다. 한국은 미술교육이 가장 발달한 나라에 속하는데 칼라가 부족합니다. 한때 민중미술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짧았고 프로파간다로 변질된 것 같습니다. 




백지희 :  우리나라 전통, 즉 조선시대 이전 그림들을 보면 풍부한 색깔들과 놀라운 기법들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1989년 국전 특선 작가로서 동양화가 전공입니다. 일본과 호주에서 그림 공부도 했고 작품 활동도 하고 있는데 요, 근래에 다시 한국에 와서 옛 그림을 보고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작가들은 우리나라 옛 그림들의 좋은 점들을 못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원광대에서 문화재복원 모사에 대해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데요, 겸재 정선과 영조 어진을 보면 참 배울 게 많이 있거든요. 한국에 와서 우리의 전통에 완전히 푹 빠졌어요. 그래서 원광대에서 문화재 복원 모사를 공부하게 됐어요. 우리나라 작가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미술에 눈을 돌렸으면 합니다. 


김태흥 대표는 “이번 전시회 작품들은 호주 원주민의 대표 작가들입니다.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작가들로서 선택만 잘 하면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대형 갤러리들의 유행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는 바람 직하지 않습니다. 갤러리든 소장자든 자신의 전문 장르와 취향에 중심을 잡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한국 미술 시장이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은 좋 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소나 조각품이 우리나라에 물밀 듯 들어오면서 한국의 청년 조각가들이 설 땅을 잃어버린 점이 무척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김태흥 대표의 지적에 공감을 한다. 한국 문화시장의 편식은 결국 도를 넘은 상업성 추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는데, 이번 애버리지널 아트 전시회는 한국 미술시장의 다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디지털의 전면 공습, 극도의 합리성 추구, 물질만능주의에 지쳐가다 못해 녹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에서 보여주듯 넉아웃 되고 방전돼버린 한국인의 심성을 회복시켜주는 데는 현대 추상화로는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 애버리지널 아트는 탈진된 현대 한국인들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회복시켜주는 ‘주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마음속에 꽁꽁 숨어버린 생명성의 씨앗과 영혼의 소리를 불러내올 수 있기를 바란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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