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사라졌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아니라 붕어도 나오기도 힘든 세상이다. 과거에는 잘살고 못 살고를 떠나 모두가 친구였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깊 은 우정도 쌓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금수 저와 흙수저로 편이 나뉘고 근원적으로 부자와 가난한 집안 의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구조로 변해버렸다.
금수저 를 물고 태어난 돈 많은 아이들은 강남 학군이나 외국인학 교 등으로 그들만의 그룹을 형성하고, 못사는 아이들은 임 대주택 단지나 변두리지역의 학교를 다니며 그들끼리 어울린 다. 어쩌다 못사는 집의 아이와 어울리기라도 하면 아이의 엄 마가 나서서 수준에 맞지 않는다며 친구 사이를 갈라놓는다. 대한민국에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생긴 배경이다. 내 자식만 생각하고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몰상식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나라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다.
오직 내 자식만을 위한 이기심
실제로 한 학교에 틱 장애가 있는 학생이 전학 왔는데 학부모 들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그 학생은 다시 전학을 가야만 했다고 한다.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의 품에서 자란 아이가 자라서 과연 누굴 위하고 남을 배려하겠는가? 이 아이들은 세상이 돈을 가진 자기와 같은 존재를 중심으 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 를 이해조차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재산의 정도를 떠나 같은 반 친구끼리는 사이좋게 어울려 다니면서 서로 돕고 이끌어주면서 친구의 소중함도 배우고 사회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 이들은 엄마들이 만들어 놓은 신분의 장벽으로 인해 그러한 배움조차 불가능해졌고, 장벽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자기 자식만큼은 품안에서 키우면서 그 아이가 세상풍파를 견뎌내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은 대부분이 한 자녀, 두 자녀 가정으로 오직 귀하게만 키운다. 온 가족이 자식 한 명을 두고 황제처럼 떠 받들어 키우다 보니 사회에 나오면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이 와 전혀 상관없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엄마의 이기적인 교육 방식은 아이들의 미래조차도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 바라보고 어떤 문제든 대신 나서서 해결해주는 전지전능한 엄마가 있는데 굳이 열심히 일 할 이 유조차 못 느끼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금만 힘든 일 을 시켜도 버텨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조종하는 헬리콥터 맘
나약하고 책임감 없는 자식을 키워낸 엄마들은 각자의 교육 법이 옳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지나친 교육열이 자식의 미래 를 어둡게 하고 나라를 퇴보시키는 편법과 불법의 나라로 망 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엄마의 치맛바람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건전해야 할 스포츠 분야까지 뻗어간 지나친 교육열은 감독들까지 돌 돌 말아서 여러 형태의 스포츠 비리로 오염시켜 버린다. 공정한 규칙에 의한 스포츠 정신은 실종돼 버리고, 돈의 노예가 된 스포츠 비리의 주범에는 바로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있다. 미술과 음악분야도 엄마들의 돈으로 밀어붙이는 과열된 교 육이 점령해 버렸다.
어디 그 뿐인가. 예체능 과외그룹을 엄마들 스스로가 만들어 놓고 그 그룹에 남기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싸운다. 돈의 노예가 된 그룹 과외 선생들은 엄마들의 눈치를 살피며 비 위를 맞추는 데 급급하다. 철저히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그룹 과외는 일종의 신분사회의 두꺼운 벽과도 같다. 이를 조직하 고 운영하면서 학교와 학원을 따라다니는 엄마들을 일컬어 헬리콥터 맘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슬픈 의미가 담겨져 있 다. 즉, 모든 것을 아이들의 머리 위에서 조종한다고 해서 생긴 별칭이다. 이러한 엄마 밑에서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 가 과연 있을까?
언론에서 계속 터지는 예체능계의 비리는 헬리콥터 맘이 문 제의 뿌리다. 우리나라 예체능계의 고질병을 고치려면 그 뿌 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 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 무한경쟁 속에서 자기 자식만 성공 시키려는 엄마의 이기적인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은 한 대한 민국의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산업사회에서의 무한 경쟁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소통과 공 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기보다는 남과 어울리고 서로 도우면서 성공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것 이 배려와 화합의 정신이다. 이제라도 엄마들이 마음의 문 을 열고 상식을 지키면서 자식을 키워야 한다. 아이들이 건전 한 상식을 가지고 편법에 물들지 않으려면 그 시작은 가정교 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내 아들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엄 마의 심리가 바뀌어야 한다. 또 그러한 어머니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사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사설 학원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하면서 엄청난 돈을 거둬들이고 자신들을 위한 법과 제 도의 보완을 위해 권력층에 로비한다. 사교육비 부담이 줄지 않는 이유가 이러한 권력과 돈의 유착 때문이다. 엄청난 사교육비에 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금 의 교육 제도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 면 우리의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기 힘들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달라져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