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이 열린 가운데 오전 10시 최순실 씨가 출석했다.
오전시간 내내 국회 측 변호인들이 최순실 씨의 정부 고위직 인사개입, 미르재단·K스포츠재단·더블루K 재단설립·운영 관여 등에 대해 집중 심문한 가운데 최 씨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한테 물을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일 없다”는 등 시종일관 모로쇠로 일관했다.
특히 고영태·차은택의 진술과 관련해서는 “고영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조작된 것이라 그것에 대한 진술은 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재단설립·운영과 관련해서는 “나는 모른다” “보고받은 일 없다”는 등 고영태·차은택 씨에게 떠넘기는 발언을 반복했다.
국회 측은 먼저 청와대 방문건에 대해 질문했다. 최순실 씨는 청와대 출입은 인정하면서도, 얼마나 자주 갔는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통령 의상을 도맡아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했다”면서 “대통령이 부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으로부터 의상비를 받은 적은 “있다”면서도, 금액·횟수 부분에 대해서는 ‘사생활’ 이유를 들어 “진술이 곤란하다”고 전했다. 대통령 순방의상과 관련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측 변호인은 이어 2013년 2월경 박근혜 대통령과 정호성 전 비서관, 최순실 씨의 취임사 관련 대화 녹취록을 재구성하면서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은 어때요?’ 하자 증인은 ‘문화체육, 사실은 그건데 너무 센가’ 이에 대통령은 ‘너무 노골적으로..’라고 말한 대화가 있다”면서 “이 대화가 사실인가” “이권 개입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국정철학 부분인데 앞뒤 다 자르고 제가 다 지시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이권 개입은 논리의 비약이고, 어떤 이권을 염두에 둔 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취임 후 문화체육 관광사업을 보면 VIP 지시사항이라는 것을 보면 87건에 이른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적으로 참여 했다는데 증거가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변호인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자, “그건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 씨는 이어진 심문에서 이권과 관련해서는 “개인이득 취한 적도 없고 관여한 적 없다”, 인사개입, 정책 관련해서는 “누굴 추천한 적도 없고, 김기춘 실장 자체를 모른다” “다른 것은 관심 없었고, 연설문에 표현만 봤다”고 답했다.
또 압수된 PC 등 다수의 증거와 녹취, 고영태·차은택 씨 등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 관련해서는 “자기들이 한 이야기는 빼고 녹취를 유도한 것” "입수 했다는 PC도 누구 것인지 모르겠다“는 등 시종일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30일 첫 검찰 출석시 작성된 피의자 심문조서 내용도 인정하지 않았다. 최 씨는 “독일에서 오자마자 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확실히 다 못 읽어봤다”면서 “너무 강압적이고 압박적이어서 대한민국 검사들이 제대로 수사를 할 의지가 있나 생각이 든다. 너무 압박과 강압적인 수사를 받아서 지금 특검에도 못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시종일관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던 최 씨는 세월호 당시 오전에 뭐했느냐는 질문에 “저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최 씨의 증인 심문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오후 2시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된 안종범 전 수석의 증인심문은 오후 5시로 일정이 미뤄졌다.
오전 증인심문을 마치고,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씨가 국회측이 주장하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정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사실을 증언대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고,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위증의 처벌을 받지 않겠나”라면서 “어느 쪽이 진실을 이야기 하는 지에 대해서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