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비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인 올해 초 영국을 향해 "북해 풍력 발전기를 없애고 원유·가스 개발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2007년 처음으로 풍력 사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 고금리, 보조금 등 경제성 문제로 인해 주춤하는 추세다. 미국 등 세계 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도 해상풍력 특별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한국풍력에너지학회 이상일 학회장을 만나서 갈길 급한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Q. 회장님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풍력에너지학회를 소개해 주시고 그 역할과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한국풍력에너지학회는 풍력 에너지 개발을 위한 학문적이고 기술적인 연구개발과 정보를 보급하는 주체입니다.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풍력산업의 활성화, 더 나아가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공익법인으로 풍력 에너지 관련 지속적인 연구 및 기술 개발을 통해 패스트팔로워에서 벗어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풍력산업 발전 전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산/학/연 핵심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제안, 기술 및 산업 발전 전략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국내 풍력산업에서 요즘 가장 주목되고 있는 해상풍력사업의 현재 상황을 평가해 주세요.
탄소중립과 RE-100으로 대표되는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가 향후 재편될 가 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해상풍력은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규모 발전단지 건설이 가능해 신재생 에너지 공급원 확보에 유리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글로벌 풍력 시장은 신규 설치 용량 117GW, 누적 설치 용량 1,021GW를 달성했습니다만, 우리는 2023년 기준으로 누적 풍력 설치 용량이 2GW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지난해 100MW 규모의 제주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준공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으나 현재 풍력 에너지 산업 현황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지원하고 공공 주도형 풍력발전단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개발이 지연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Q. 국내 해상 풍력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총체적 역량을 조기에 갖추어 가는 것이 중요한데요. 현 단계에서 기술과 금 융, 기자재, 시공 등의 측면에서 하나씩 짚어가면서 어떤 스탠 스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해상풍력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먼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개발돼야 합니다. 대규모 단 지가 구축되면 국내 공급망을 이용한 풍력산업 생태계와 밸류체인(value chain)이 구축되고, 대규모 발주를 통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국내 풍력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기술 및 시공 역량이 경쟁력을 갖출 것이고 금융권의 투자도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입니다.
또한 그 지역으로 기자재 기업들이 이전할 것이고, 조립장, 보관장, 유지보수센터, 배후 항만 등 산업인프라가 구축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지역기업의 참여 확대와 지역 인재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입니다. 향후 RE-100 대응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이전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해상 풍력산업은 다양한 밸류체인과 공급망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미개척 산업 분야로, 인구소멸 지역이나 낙후된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국회에서 발의된 해상풍력 특별법이 탄핵정국 때문에 전 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회의 통과 전망 등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해상풍력 특별법은 풍력산업계에서는 꼭 입법화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법안입니다. 현재 탄핵 정국에서 신속한 입법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와 국회가 이 법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 입법화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입법화 과정에서 여러 가 지 내용이 조율되겠지만 정부, 사업자, 지자체, 지역주민 등의 역할을 정의하고, 난개발을 막고, 정부/공공 주도형 해상풍력 추진과 수산업 보호, 이익 공유, 주민 수용성, 인허가 이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법안이 제정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상풍력의 모든 이슈를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이슈 등 일정 부분 국내 해상풍력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Q. 해상풍력사업의 어려움 중 하나가 주민 수용성인데요, 학회장님께서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탐라 해상풍력단지의 예를 들어 말씀하셨는데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해상풍력 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주민 수용성 해결이 중요하나 아주 어려운 이슈 중의 하나입니다. 제주도에 건설된 탐라 해상풍력도 처음 1단계 사업에서는 지역민의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한 걸음도 나가질 못했습니다. 그러다 완공했는데 최근에는 약 100MW 규모의 탐라 해상풍력단지 2단계 사업을 마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1단계 사업을 진행한 마을은 인기 좋은 관광지가 됐다고 합니다. 노을질 무렵 바다에 서 있는 풍력 발전기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면서 그 지역의 팬션은 예약이 안 될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 해상풍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앞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Q.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발전 용량과 현재 어느 단계에 이르고 있는지요?
국내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확보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총 83개, 27.1GW(기가와트)로 발전사업 허가 용량의 약 58%(15.7GW)는 전남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만, 실제로 완공된 거는 0.1%밖에 안 됩니다. 2030년이 목표인데 앞으로 남은 기간은 5년이라 걱정입니다. 저는 일단 심어야 한다고 봅니다. 10여 년 전에 중국으 로 출장가서 풍력 관련 부품을 쓸 게 있나 확인해 보니까 없었습니다.
당시 1GW 정도되는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대부분 돌지 않고 서 있어 이유를 물으니 안 돈다는 겁니다. 뭐가 고장인지 모른다는 거예요. 그러나 대단위 풍력 사업을 하면서 고장이 나면 폐기하고 새로 설치하기를 반복하다가 지금 중국은 세계 1위입니다. 전 세계에서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을 따라갈 국가가 없습니다. 우리가 부지런히 기술을 개발해서 중국을 따라 잡아야 합니다.
Q. 말씀을 듣고 보니 해상풍력사업의 갈 길이 바쁜 거 같습니다. 최근 나오는 부정적인 언론보도들이 국내 해상풍력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만?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이익 단체 간에 부정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좋아질 겁니다. 여러 언론들이 국내외 신재생 에너지정책과 탄소중립 그리고, RE-100에 대해 상세히 다루면서 해상풍력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었고, 미래 세계 경제와 국제 무역 흐름에 대한 전망과 국내 에너지 안보 등을 다루면서 언론인들이 스스로 학습과 고찰을 통해 점차 해상풍력의 필요성에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긍정적인 언론 지형으로 바뀌는 추세가 점차 가속화될 것입니다.
Q. 말씀을 듣다 보니까 세계는 풍력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우리가 지엽적인 문제로 사업이 추진력을 잃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국 풍력산업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조언해 주십시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한 경험이 아직 부족합니다. 대규모 발전단지를 구축하다 보면 주민 수용성 문제를 포함하여 크고 작은 이슈들이 발생하는데 이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해상풍력 시장 확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현재 완공되어 운전 중인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실질적으로 탐라해상풍력단지 30MW, 서남권해상풍력단지 60MW, 작년에 완공한 한림해상풍력단지 100MW 정도입니다. 이 단지는 첫 사업시작부터 상업운전까지 대략 8~10년 정도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국내 풍력산업 발전은 고사하고,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가 살아남는 것조차도 어려울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해상풍력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규모 시장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국내 공급망을 이용한 풍력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발주를 통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 풍력산업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 풍력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마중물로써 시장을 이끌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해상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400MW~1,000MW(1GW) 급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착수되어야 이를 토대로 국내 공급망과 밸류체인이 구축되고, 비용 저감으로 이어져 경제성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364.8MW 규모의 낙월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이 새로운 이슈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낙월해상풍력사업은 100여 개의 국내 기업이 참여하여 해상풍력 관련 국내 공급망 구축과 시공 기술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풍력산업계에서 기대가 큰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해상풍력 공급망을 성장시키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였던터라 프로젝트의 일정 지연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해상풍력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는 시장 수요를 활성화하고,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인프라와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해상풍력산업과 관련된 법적 해석을 명확히 하여 불필요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해상풍력 산업이 안정 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시장과 공급망이 서로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Q. 학회장님께서는 작년 학술대회에서 인허가의 원스톱 창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하려면 반드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기후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인허가는 산업부·해 양수산부·환경부·국방부 등 최대 10개 부처에서 집행하는 29가지 법률에 근거한 인허가를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해상 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 발전단지 규모는 20.8GW인데, 상업 운전을 개시한 해상풍력발전단지는 0.1GW로 전체의 1%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99% 는 인허가 절차 중에 있다는 얘깁니다. 더군다나 인허가 확보 시 주민 수용성 등을 조건부로 인허가를 발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렇게 되면, 그 관문 을 넘기 위해서 개별적으로 어민들과 접촉해야 합니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사업 추진이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의 인허가를 통합 평가하고, 인허가를 일괄 발급해 주는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국회와 함께 법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육상 풍력 또한 소음 민원 때문인지 최근 새로 건설한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육상 풍력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육상 풍력은 여전히 세계 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산악지역이 많고, 주거지가 밀집된 지역이 많아서 육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려면 환경 문제와 소음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주민 수용성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그러나 해상풍력에 비해 비용 이 저렴하고, 유지 보수가 용이하고, 빨리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육상 풍력의 경우는 기존 개발된 소형풍력터빈 중심으로 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Q. 말이 나온 김에 부유식 풍력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십시오.
부유식은 수십 킬로의 선을 깔아야 하는 거라서 비용이 고정식보다 많이 듭니다. 고정식을 다 하고 난 이후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풍력 이후의 시대는 수소가 주도할 거라고 봅니다. 수소를 거기서 만들어 바지선으로 빼 올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전 세계는 부유식에 대한 기술적 확신이 없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부유식으로 간다는 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Q. 산업부 등 풍력 관련 정부 부처에 바라는 바는 어떤 건지요?
산업부는 해상 풍력산업의 주무 부처로 어느 부처보다도 해상 풍력산업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다만, 해상풍력 특별법 등과 같이 아직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법령을 통해 유권 해석을 내려야 할 경우는 해상풍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인허가 원스톱 시스템 또는 해상풍력위원회(가칭) 구성 시에도 주무 부처로서 산업부가 주도적으로 대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군산대학교 풍력에너지학과 교수로 있는 이상일 학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는 풍력산업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새로운 먹거리를 내 힘으로 한번 해보겠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 그는, 해상풍력 시장은 우리의 성장 동력이라면서 나무 심듯이 심어야 한다고 속도전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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