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홍수에 최소 95명 사망...8시간 동안 20개월치 내려

  • 등록 2024.10.31 17: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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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으로 지중해 '역대급 온난화' 지목
당국, 재래식 자연재해 대응에 비판 쇄도

 

스페인 남동부에 연이틀 폭우가 쏟아지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이번 홍수가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페인 당국이 새로운 기상 여건에 적응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발렌시아를 비롯한 남동부에 전날부터 폭우가 계속되면서 최소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발렌시아 지역으로 무려 92명이 사망했다.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 2명이, 남부 안달루시아에서도 1명이 사망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강이나 하천이 범람하면서 급류에 떠밀려 실종된 이도 많아 구조 과정에서 추가 희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 된다. 

 

스페인 기상청은 발렌시아에서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이 지역의 지난 20개월 치 강수량보다 많다고 밝혔다.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선 밤사이 4시간여 만에 318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발렌시아의 통상적인 10월 강수량(72mm)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폭우와 함께 토네이도가 발생하고 우박도 떨어져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이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인 '고타 프리아'(gota fria·차가운 물방울)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발생한 찬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하면서 폭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종합적 영향 때문에 강우, 가뭄, 폭풍, 더위, 추위 등 기상 현상이 극단화하고 그 빈도도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스페인의 경우 지구 기온 상승으로 지중해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해수면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중해는 지난 8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폭풍이 더 많은 수증기와 함께 더 많은 에너지를 얻으면서 강력해졌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리처드 앨런 영국 레딩대 기후과학과 교수는 "이번 폭우는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 위로 차가운 공기 방울이 966km 넘게 이동하면서 발생했다"며 "엄청난 양의 습기가 스페인의 산맥을 타고 이동하면서 지속적인 폭우와 심각한 수준의 갑작스러운 홍수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폭우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면서 스페인 당국의 재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스페인 기상청이 전날 아침 발렌시아 동부 지역에 '적색경보'를 발령했지만, 지역 당국은 같은 날 저녁이 다 돼서야 대응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 등 주의령이 내려진 때도 전날 오후 8시 이후였다고 한다.

 

AFP는 이는 너무 늦은 조치였다며 "상황을 모른 채 자동차를 몰고 나간 사람들은 도로에 갇히고 거센 급류에 휘말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과 같은 폭우에 대비할 치수 시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파울러 영국 뉴캐슬대 교수는 "우리의 인프라는 이러한 수준의 홍수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며 "이번 폭우는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또 하나의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완화(mitigation) 노력뿐만 아니라 뉴노멀에 피해를 최소화할 적응(adaptation)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정철우 기자 butyou@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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