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청년 문제 정부의 종합대책 필요하다

  • 등록 2024.10.29 15: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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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부터가 막연 하고 부정확하고 좀 헛된 거품 또는 환상이 끼어 있다는 느낌이다. 보통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면 고연봉과 높은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여기는데, 그 정도로 많은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려면 엄청난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야 한다. 현재 수익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에서도 일정 기간 그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 개나 될 것 같은가.

 

 

세계 경제는 경쟁의 강도는 약해지지 않은데 지정학적인 편가름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갈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볼륨이 축소할 거라는 점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고 모든 무역 및 공급망 상황이 불확실하다. 코로나 시절 실적 좋았던 기업들도 지금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과 수익이 회복되고 있다고 해도 내일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서 기업으로서는 위기 국면을 가정하고 사내 유보와 캐시 확보와 같은 안전 장치를 시급히 강구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결코 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좋고 괜찮은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없는 게 경제 현실

 

쉬는 청년 문제는 사회 불평등과도 연결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쉬는 청년들이 점점 증가하는 문제는 사회 문제로 변질되고, 경제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도 점차 나이가 들 수밖에 없어 결국 군중 속으로 흩어질 것이다. 일찍 빠져나올 수록 정상 경로 찾기가 그만큼 더 빠를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쉬는 청년들이 일자리 공급 시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자들을 증가시킬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증가 숫자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경제 문제와 사회 문제를 동시에 유발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에서 흔히 목격되는 현실이다. 장기간 쉬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견디기 어렵다. 주위의 시선이 따갑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느리게 성장하기

 

집안 환경, 재능과 두뇌 등의 조건에서 유리하거나 뛰어난 점은 없어도 장기적으로 노력하면 종국에는 건실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실, 20~30대 청년 시기에 급격한 성공은 그 성공을 컨트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맞이할 수 있 다. 또 그 시련을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힘들고 도전적인 일은 회피하고 그저 ‘소걸음 천리’ 걷듯 가는 것도 요즘 사회에서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기술자와 노동자와 기업가의 길

 

기술자나 전문가가 되려면 관련 분야의 교육훈련을 적어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전문대나 폴리텍이나 기술 기능계 학원을 다니며 해당 분야의 기본 지식과 기술과 기능을 습득해야 한다. 자격증이 있다면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한 공부도 좋은 입문자가 되는 길이다. 노동자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배우고 익힌다.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 학교에서 문해와 인성 교육을 받는 것 외에 일과 관련해 배울 거는 없다. 사무직도 특별한 기술과 전문 지식을 요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노동자와 같은 카테 고리에 속한다.

 

사무직도 근무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야만 한다. 기술 및 전문직업의 입문코스를 밟지 않은 졸업생이 현장에 가지 않고 바깥에서 맴돈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청년 시기에 오픈AI사의 샘 올트먼 CEO,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처럼 처음부터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성공까지 거머쥐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매우 드물지만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든지 첨단기술 논문을 쓴다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들이 취업을 하지 않고 그걸 이용해 프리랜서로 일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굉장히 희소한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경로는 기존에 있는 직업, 직장, 일을 타고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이미 세상에서, 시장에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은 직업과 직장, 일을 하면서 기존의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충 분히 습득하고 숙련하여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경제 환경은 변하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하게 된다.

 

그럴 때 자기만의 진로와 전문성을 개척할 때가 된 것이다. 아마도 이른 사람은 30대 중후반부터 그런 길을 모색하기 시작할 것이나 40대, 50대, 아니 60대에 자신의 진로와 전문성을 개척해도 전혀 늦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천천히 가 는 방식이말로 자연 속 생물들이 생존을 이어왔던 ‘진화’ 의 문법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증명된 경로라고 할 수 있 다. 이런데도 청년 시기에 무슨 시험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은 성급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쉬는 청년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존재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중서부와 북부의 제조업 기지, 오늘날 러스트벨트로 더 알려진 지역의 공업력에 힘 입어 최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예외가 없듯 이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이 이를 악물고 제조업을 일으켜 값싸고 품질과 디자인이 월등한 자동차 등 제품을 미국 시장에 마구 수출했다.

 

뒤를 이어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도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러자 러스트벨트에서 대규모 실업 자가 발생했고 그 현상은 장기화됐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새로운 경제 환 경 변화에 따라 손놓고 있었던 게 아니다. 실리콘 밸리의 첨단산업과 금융업으로 상당 부분 전통적인 제조업의 빈곳을 대체했다.

 

러스트벨트의 장기적 몰락은 전적으로 외부의 탓만은 아니고 강성 노조의 타협 없는 투쟁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요즘 중국에는 탕핑족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 란 메이와족이 새로 화제가 되고 있다. 최악의 청년 실업률 때문에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백수로 지내거나, 저임금 노동자로 지내는 청년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중국이 새로운 경제 환경 변화를 맞이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국 러스트벨트 노동자들 과 란웨이와족은 시간대와 원인은 각각 다르지만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러스트벨트는 후발 공업국들의 도전에 밀려나 생겨난 것이고, 중국은 대외 관계가 악화되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했다. 즉 외부 환경의 변화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국은 앞서 말한 대로 실리콘밸리와 금융업으로 일부 대체했다.

 

중국의 탕핑, 란웨이와 청년들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내야 한다. 러스트벨트 공업지역 노동자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것이 아니고, 일부 사람들은 더 경 쟁력을 키워내 살아남았고, 일부는 실리콘밸리에 합류했다.

 

우리나라의 청년들도 새로운 외부 경제 환경의 변화에 노출돼 일부는 취업을 한 상태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고, 일부 청년들은 취업을 미루고 새 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환경 변화를 돌파하는 것은 각자 개인의 몫이 크다.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은 미국 러스트벨트 당시에 비해서나, 현재의 중국 청년들의 현실에 비해 양호한 상태라 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일자리에 관한 한 개인의 진로 결정, 노력과 처지, 일과 상황에 대한 관념 등의 요인이 훨씬 중요하고, 이것은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과 중국의 사회경제적 요인 등 외부 환경이 개인의 노력을 압도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 개인의 노력으로 외부 환경을 극복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를 보낸 기성세대들은 경제 성장 이후 새로운 경제 환경 변화나 갑작스런 쇠퇴 시기를 맞이한 신세대들의 처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 정부와 기성세대들은 청년 세대들의 달라진 행동과 관념에 당황하고 효과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는 예산 지원금이나 실업보험금 등 돈으로 해 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임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도 안 될 것 같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과 직업, 인생에 대한 관념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IMF 외환 위기 때 대량실업이 발생했고 당시에 새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 당시 청년들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졌다. 이 작업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 종교계까지 나서서 힘을 모았다.

 

그때 있었던 여러 가지 시도들을 다시 먼지를 털어내고 참고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쉬는 청년들의 문제를 초기에 해결해 내지 못하고 방치하면 경제적인 문제를 너머 사회적인 현상으로 고착될 수 있음을 선진국의 현재 모습에서 얼마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초기에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를 보고 결코 즐겁지 않았다. 주로 강남에서 원하는 가구가 많다고 하는데, 강남에서 새벽에 시내버스를 타면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나이든 여성분들이 많이 타신다. 이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의 일자리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숫자가 적었을 때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 국내 노동자들을 소외시 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들이 지금 외국 노동자들과 이민 노동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의 사례를 반면 교사를 삼아 내국인들의 일자리,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단기적 대책과 함께 장기적인 대 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상용 주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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