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집값 상승 원인은 공급부족”... 매입임대 정책 모호

  • 등록 2024.09.11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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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공개 질의서 통해 ‘8.8 부동산 대책’ 쟁점 정부 입장 공개
非아파트 공급 지속 매입·그린벨트 해제지역 5~6년내 분양 계획

 

지난달 8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하 8.8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효과보다는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경실련은 정부가 진정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8.8 대책' 진행하는 지에 대해 주요 쟁점을 4가지로 나눠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앞서 정부는 서울·수도권에 42만 7000호 이상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하며, 빌라 등 비아파트 신축매입임대를 11만호 이상, 특히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임대를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공개질의 내용은 ▲정부 출범 전후로 벌어진 집값 하락의 원인과 최근의 집값 상승의 원인 ▲매입임대 주택 공급물량 확대 결정과 관련된 예산내역 및 회의결과 ▲비아파트 시장 공급상황 정상화의 의미 ▲ 그린벨트 해제부터 준공까지 세부내용 및 그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 등이다.

 

대통령실은 공개질의서를 국토부로 이관했으며, 국토부는 답변회신 요청일인 9월 5일경 답변서를 보내왔다.

 

●정부의 집값 상승 원인 분석, 시민단체와 심각한 괴리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 집값 하락 원인 및 최근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해, 대선 전후 집값 하락 원인은 고금리, 유동성 축소 등 거시여건 변화와 시장 과열기에 도입되었던 과도한 규제 정상화를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벌어진 집값 상승의 원인은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 금리인하 기대, 시장의 공급부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는 집값 상승 원인을 공급부족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실련은 “전임 정부의 대규모 공급정책인 3기 신도시 개발, 2.4 대책 등이 실행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집값 하락이 이어진 사례를 보듯 공급부족이 집값 상승 원인이 아니었음을 방증하는데 현 정부는 아직도 공급 부족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답변서에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현상’을 집값 상승 원인 중 하나로 들고 있는 점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전세사기 문제가 세입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모자라 집값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정부는 근본적인 전세사기 예방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입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 관련 예산내역 및 회의결과’와 관련한 답변은 더 애매모호하다. 정부는 “2024년 예산은 매입임대주택 공급 추이를 고려하여 기재부 협의를 통해 추가 재정 소요안이 구체화 될 계획이고, 내년에 소요재원을 국회 심의를 통해 세부 예산내역을 확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매입임대주택 예산에 대한 추계나, 예산 마련 방안 등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대답처럼 들릴 수도 있다.

 

현행 매입임대 방식에 따르면 ‘시세대로’ 집을 사들이기 때문에 혈세를 낭비하게 된다. 경실련 분석 결과를 보면, 매입임대 25평 다세대 주택 한 채를 매입하는 가격은 5.7억으로 SH 위례지구 25평 한 채를 짓는데 드는 분양원가 3.4억 보다 2.3억 더 비쌌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정부가 수요자로서 주택을 매입하는데 수 조원을 시장에 뿌려대면 기존 집값은 크게 자극을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예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이토록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매입임대제도를 정부는 어떤 의도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한 질문에는 “非아파트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지속 매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서 공급정상화란 非아파트 공급이 특별히 감소한 지역을 적정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인데 정부는 “적정수준”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명확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는 매입임대제도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이대로 매입임대정책이 추진된다면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것이며, 다세대를 시작으로 아파트까지 가격이 올라 결국에는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부터 주택 준공까지 주택의 종류, 공급주체, 공급내용 등은 무엇이며,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지방소멸 가속화 부작용’에 대해서는 “현재 세부 공급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5~6년 내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방도 신산업 및 국가적 중요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부지로 그린벨트를 적극 활용하고 주거안정과 균형발전의 실현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그린벨트해제에 대한 계획도 매입임대 등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한 상태나 다름없어 보인다”며 “이미 언론에서도 수 차례 지적했듯 그린벨트 해제는 지금 당장 집값을 잡는데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오히려 투기심리만 자극하여 부동산 가격상승만 상승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실련은 “수도권도 모자라 전국의 환경을 파괴시켜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기후위기 등의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어떻게 이런 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집값 잡는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환경만 파괴하는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지금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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