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추락하는 정치

  • 등록 2024.09.02 08: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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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정말 뜨겁고 습한 여름이었다. 열대야는 19.2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폭염일수는 22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 환자 3133중에 29명이 사망했고, 가축은 105만 양식장의 어류는 2,500마리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자주 내린 소나기로 인해 습도가 높아져 한증막 같은 여름 한 철을 보냈다. 이런 폭염은 예년과 달리 9월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 하니 기록은 더 세워질 가능성은 높다.

 

올해는 ‘이제 기후변화가 시작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많은 국민에게 주기에 충분했다. 기후변화의 시작이 이렇게 심한데, 앞으로 전개될 재앙적 변화에 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국민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후변화 체감도가 확연히 떨어진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기후 위기는 세계적 비상사태’임을 인식하고 있고, 이웃 나라 일본도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50% 미만의 국민만이 기후가 세계적 비상사태라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국민의 체감도가 낮으니, 정부의 정책과 대응은 느슨해 매년 기후 악당 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적인 환경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기후 악당들에게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Award)’은 대한민국이 단골 수상국이다.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 환경단체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로 구성된 비영리법인 기후 해결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3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지난해 12월 19번째로 기후변화대응 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CCPI)를 발표했다.

 

CCPI는 각 국가의 최신 정책과 이슈를 반영해 매년 발표하는데,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4부문으로 나눠 각각 평가하고, 점수를 합산해 국가별 종합점수를 낸다.

지난 발표에서 한국은 전체 67위 중 64위에 머물렀다.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1∼3위를 비워두었기 때문에 실제 조사한 64개국 중의 61위였다. 대한민국 아래에 있는 나라는 아랍 에미리트연합,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이었다. 중동 3개국이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사실상 꼴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적극적인 정책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국가와 정부의 몫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은 오히려 큰 걸음으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며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총량의 75%를 다음 정부로 넘겼다. 윤석열 정부 임기 기간인 2027년까지 매년 1.9% 감축하고 2028년 이후에 연평균 9.3%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실질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특히 심각한 것은 에너지 분야다. 당장에 EU는 2026년부터 탄소 국경 제도를 도입한다. EU 수입업자는 한국산 제품에 포함된 탄소량만큼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므로 수출경쟁력에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은 4.2기가와트였는데, 2022년 3.0기가와트로 줄었고, 23년도는 2.5기가와트에 그쳤다. 100킬로와트 이하 소형태양광 우대제도도 폐지됐고, 24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예산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후퇴하는 사이 세계는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고,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를 80%로 설정했다. 영국은 70%이고, 일본은 38%다.

 

한국의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는 21.6+알파인데, 이마저도 현재 진행 상태로는 어려워 보인다. 독일과 한국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독일은 한국의 4배 정도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셈이다. 날로 강화되는 탄소 국경에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다른 대안은 없다. 국민이 나서서 요구하고,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세대를 살아갈 후배와 후손들에게 너무 참혹한 미래를 넘겨주는 꼴이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주는 고통을 반면교사 삼아 추락하는 정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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