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전공에 대한 사실상의 폐과 수순을 밟으면서 당사자인 전공주임교수나 학생들과 협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발이 확산되던<M이코노미뉴스 4월 3일, 4월 4일 자 보도> 한신대학교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4일 오후 4시 20분께 대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회에서 해당 과에 대한 신입생 모집중단 안에 대한 보류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M이코노미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학교 본부는 지난달 5일 ‘자유전공학부 신설(100명)과 각 학과 모집 정원 감축(일부 학과 제외), 종교문화학과의 신입생 모집 중지’ 등을 골자로 하는 ‘2025학년도 학제개편안에 대한 전공(구성원) 의견 수렴’이란 문서를 배포했다.
다음날인 6일 공문을 전달받은 종교문화학과는 같은날 학생회 임원회의를 연데 이어 9일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이후 총학생회를 비롯해 신학인문융합계열 전공주임 교수들(8개 학과)과 각 과들의 연대 성명이 줄을 이었다.
이런 가운데 3월 16일 류성민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교·강사 15명으로 구성된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폐과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약칭 종문 비대위)’가 구성, 18일부터 본격 대응에 들어갔다.
이들은 대자보 및 현수막 부착은 물론 온·오프라인 서명운동 등을 펼치면서, 사실상 폐전공 조치인 종교문화학 모집 중지안을 철회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할 경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26일 열린 대학평의원회 심의에서 학교 본부가 제시한 학칙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 종교문화학과는 설립된 지 3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종문 비대위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는 두 가지 안에 대한 팽팽한 논의가 있었다. 하나는 종교문화학 최소 인원 20명을 배정한 학제 개편 수정 요청 및 4월 말까지 절차 재진행이고, 또 하나는 원안대로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키되 종교문화학 전공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것으로, 표결 결과는 4대 6이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종교문화학 전공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교무회의 결정을 통해 학칙 개정안을 심의하는 내용에는 문제가 있지만, 학교가 현실적으로 처한 상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또한, 류성민 종문 비대위원장도 “학과의 폐지나 모집 중지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이라며 “학생들과 충분히 얘기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학내 여러 회의체들을 통한 공개적 논의나 의견수렴도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종문 비대위 구성원들과 총학생회 등 20여 명은 4일로 예정된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회 현장을 찾아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폐과 저지’를 위한 피켓 시위를 벌였고, 종교문화학과 신입생 모집중단 안에 대한 보류 결정이라는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날 학생들은 “한신대학이 존경받았던 것은 기독교 전통 법인 학교에 신학과와 종교(문화)학과를 동시에 두어 기초학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한신대학교를 지키고 앞으로도 학문 탐구에 매진하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호소했다.
종문 비대위는 “이사회는 종문과 신입생모집 중단에 대해 논란과 반발이 심해 결정에 난항을 겪고, 다섯 명의 이사를 특별위원으로 위촉해 학생회와 재학생, 교수님과의 면담 등을 거쳐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비록 부결이라는 최상의 결과는 아니지만 총장과 대학운영본부의 종교문화학과 신입생모집 중단안에 브레이크를 걸어 우리의 목소리를 재대로 들려줄 시간을 얻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선에서 부단히 뛰어준 학생회와 재학생들, 그리고 지지를 해주고 함께 행동해 준 총학생회와 인문계열 재학생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여러 도움을 주신 모든 동문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폐과 철회에 대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 만큼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