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글로벌 진출에 사활 거는 전략 택해야

2021.09.10 09:27:18

- 콤포지션 경제학(28)

 

미국은 내수시장이 크긴 하지만 세계 시장과 연계돼 있어야 현재의 부를 유지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로 세계 시장과 자유롭게 무역을 해야한다. 특히 한국은 국내 시장이 좁아 세계 시장과의 접근력이 떨어지면 경제 규모를 유지할 길 없고,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도 즉시 쪼그라든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은 필수과목이고 내수는 선택 과목이다. 한때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수출보다는 이제는 내수를 키울 때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런 말들이 쏙 들어갔지만 우리나라는 갈수록 내수가 감소하고 있고 현재의 경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내수도 수출 지향형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자국 시장만으로 충분하고 덤으로 세계 시장을 접근할 수 있다면 미국을 질적인 면에서도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미국을 추월하는 초강대국으로 가는 최선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중국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협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도 당했고 지금 호주가 호되게 당하고 있다.

 

미국이 거대한 해양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 목적 때문이다.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과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만약 대양을 장악하지 못하고 내수만 지향한다면 미국 경제는 반토막 날 수도 있다. 미국과 가까이 있는 캐나다는 불모지가 너무 많고 멕시코 아래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과의 경제발전의 격차가 너무 크고 그들 나라의 의식 수준과 거버넌스 환경이 요원하고 사이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므로 미국 경제가 아시아와 유럽과 거리를 두고 고립주의를 선택하는 건 ‘자살행위’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유럽 중시 외교를 할 것으로 말을 했으나 지금은 아시아 중시 쪽으로 돌아선 듯 하다. 아프간에서 발을 빼고 중국 견제에 동맹들과 함 께 힘을 집중하겠다고 최근 거듭 강조했다.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취임 후 곧 깨달은 것 같다. 조선이 망할 징조는 스스로 바닷길을 폐쇄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도 기본적으로 봉금 정책으로 일관했다. 중국이 아무리 내수 시장이 크다고 해도 외국과의 적극적인 무역과 교류를 하지 않자, 문명과 경제의 쇠퇴를 피할 수 없었다. 하물며 조선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에서 최고로 경계해야 할 말은 소중화 의식과 같은 폐쇄적 자만심이다. 현대 한국은 절대적으로 해양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영은 숙명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은 우리나라의 숙명을 압축한 명언 중의 명언이다. 앞서 언급한 바 대로 한국 경제는 내수가 작으므로 글로벌 경영을 하지 않으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국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국가에 못지 않게 기업들은 물론 공공기관, 시민단체들도 글로벌 진출 전략을 가지고 자신의 자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누구나 무한정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해외진출과 국가 간, 국제기구 간 협력을 내적 방향과 동등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진출 대상국은 국내 정치가 안정적이고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크지 않아야 한다. 이 지구 상에서 국내 정치가 안정적인 나라가 그리 많지도 않고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없는 나라는 더욱 드물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리스크가 덜한 곳을 선택해야 수출하고도 돈을 못 받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인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갑작스런 중국 내 정정 불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진핑 체제가 강화되는 것은 공산당 체제의 본질적 속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질 수록 당의 장악도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합리적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을 보면 ‘시진핑 체제가 왜 저렇게 독재체제를 강화하는가?’라며 ‘뜨악하다’라는 평가가 주류다. 만약 등소평이 현재 시진핑 시대에 지도자가 됐다고 상상해 보면 그도 시진핑과 같은 정책을 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현 체제에서 경제 자유도가 더 확대돼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거대 기업들과 기업주들의 힘이 커지면 체제를 흔들 위험성이 농후하다. 시진핑 주석의 최근 정책 방향은 그것을 좌측으로 좀 돌려 놓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 중국이 온전한 시장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면 중국의 혼란상은 커지고 그 것은 한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중국의 정치체제가 안정돼야 한다. 미국 전문가들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안전지대에 있는 사고에 젖어 있다. 처음에 강력하게 국제 분쟁에 개입했다가 아니다 싶으면 뒤로 빠져버리는 행동을 반복 했다. 이번 아프간 철수에서만 그랬던 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럴 요량으로 그랬을 리는 만무하고 분쟁의 인접국들의 처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을 하는 관성이 있다.

 

아프간에서 미국이 나오니 중국이 아프간에 매장돼 있는 엄청난 희귀광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전하고 있다. 그런 경제적 이득보다는 아프간이 테러 온상이 되고 내전 발발, 난민 발생 등으로 인접국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압박해 중국을 봉쇄하는 대열을 강화한다면 아시아 전체의 안보와 경제를 불안정에 빠뜨릴 수 있다. 중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시진핑 체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압박이 거세면 내부 결속은 커지기 마련이다. 중국을 압박하는 것보다 오히려 풀어주는 것이 중국의 민주화를 유도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중국 체제가 이전과는 달리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잡은 이상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현명하게 할 필요는 있다.

 

중국 투자는 신중하되 내국 기업과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매출의 최대치는 중하위권이 적당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하는 것이 정도다. 중국 경제의 경쟁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나라들의 경계는 높아질 것이므로 한국 경제의 기회는 그만큼 커진다. 중국의 예봉을 피하고 포기하면 그 시장을 영원히 가져오지 못할 우를 범할 수 있으므로 중국과 경쟁을 절대로 회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글로벌 평화와 질서 구축 역할

 

세계는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가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패권 다툼에 예전 강대국들도 편승하고 있다. 영국과 이란과 일본이 그들이다. 지금 강대국들은 한결같이 내정이 불안하다. 그들의 처지를 보면 글로벌 평화를 지향해야 하는데 오히려 협소한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무역 및 산업 국가인 한국은 양측의 눈치를 보지 말고 유엔과 제3세계의 중소국가들과 연합하여 글로벌 평화와 질서 회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의 위기에 서 있는 세계는 패권전쟁을 벌일 여유가 없다. 특히 한국에게 세계 시장의 안정은 경제의 사활과 연결된 문제다. 중소국가들도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으로 안정된 세계 시장의 접근이 가능해야 무역을 하고 교류를 해서 경제 향 상의 기회를 얻는다. 다시 패권 시대로 돌아가 소규모 분쟁이라도 벌어지면 난민만 계속 발생할 것이다. 유럽은 아프리카 난민도 버거운데 시리아 난민에 이어 아프간 난민의 발생으로 국경 폐쇄 조치까지 내리고 있다. 21세기에서 ‘세계 평화’는 현실적인 당면 문제로 부상했다.

 

추격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면 자만하기 쉬워 자만은 퇴보의 징조

 

요즘 우리나라 수출이 잘 되고 각종 인프라가 선진국들보다 겉보기에 더 잘 갖춰진 듯 하자, ‘세계에 우리나라만 한 데는 없다는 말이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도 부쩍 자화자찬하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생각들이 일시적으로 그치는 것은 괜찮으나 습관적으로 남발하면 국민에게 자만심을 갖게 할까 우려된다.

 

‘자만심’은 추격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뒤에 자라나기 시작한다. 자만 하면 가장 나쁜 것은 배우기를 게을리하고 분명히 우리 보다 나은 점이 있는데도 무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중국 기업들의 혁신 모델을 보면 즉시 벤치마킹해야 한다. 베트남 기업들이 참신한 비즈니스를 하면 우리 기업들도 배워야 하는데도 머뭇거린다.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새로 열리는 수조 달러 시장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요즘 유럽에서는 거의 배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보다 뒤에 있다고 여기는 후발국들이 열심히 하는 모델에서 배울 게 더 많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한국 경제와 기업은 부지런히 추격하고 더불어 혁신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추격할 게 없다는 순간 퇴행한다.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벤처 기업의 창조 정신이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격 정신도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의 개개인들도 글로벌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기회 닿는 대로 유학을 가고 해외 취업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1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기자 medi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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