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숙 칼럼] 부동산 가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2021.06.05 12:16:28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누구나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열심히 저축하거나 아니면 은행 대출을 이용해서 자금을 마련하고 나면, 발품을 팔아서 괜찮은 집을 찾아 나선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게 되면 최종적으로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치면 내 집 마련의 긴 여정은 일단 끝이 난다.

 

그런데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도 전에 가계약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선점하려는 이유에서다. 특히, 매물이 거의 없고 매수희망자가 많은 경우는 가계약금을 입금한 사람에게만 집을 보여주겠다는 집주인도 더러 있다.

 

가계약금을 지급하고 나서 정식의 매매계약체결까지 순조롭게 계약이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매도인 또는 매수인 어느 일방의 변심으로 매매계약 체결이 불발되는 경우에는 가계약금을 반환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가계약금은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돈일까?

 

가계약금의 법적 성격

 

가계약금을 민법 제565조 소정의 ‘해약금(解約金)’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견해에 의하면 가계약도 계약이 성립된 것이므로, 매도인이 변심하면 배액을 상환해야 하고 매수인이 변심하면 가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지 않고 계약의 교섭 과정을 증거한다는 의미에서 증거금(證 據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위 견해에 의하면 정식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이상 가계약금은 반환해야 한다.

 

가계약금 관련 판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가계약 내지 가계약금의 지급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그 법률상의 의미와 구속력의 정도에 관하여 정립된 법리는 아직 없다. 가계약금에 관한 법원판결을 보면, 2억 7천만 원의 매매 대금 중 가계약금 300만 원을 지급하였다가 매수인의 사정으로 계약을 파기한 사안에서, “매매의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 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가계약제도는 매도인보다 매수인을 위한 장치이다.

 

본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 정해지고, 매수인은 그 기간 내에 본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요구에 구속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매매계약 체결요구를 거절 할 수 없다. 매수인은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 요구권을 가지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여 해약금의 법리에 따라 가계약금의 반환을 부정하였다(대구지 방법원 서부지원 2018가소21928).

 

다만 주의할 점은, 법원에서 가계약금의 반환을 부정한 전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는 사실이다. 즉,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된 것으로 인정되어야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대법원 2000다51650),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 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여(대법원 2005 다39594), 적어도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의 특정, 그리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사항 정도의 합의가 있어야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해당 물건을 선점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계약금만 일부 입금하였다면, 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없으므로,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매도인은 가계약금을 반환해 주어야 할 것이다.

 

분쟁의 방지를 위한 방법

 

당사자 간에 분쟁을 방지하려면 가계약금의 성격을 사전에 명확히 약정하는 것이 좋다. 문서로 하지 않더라도 구두 약정도 계약에 해당하므로, 가계약금을 보낼 때 어떤 의미로 보내는 것인지, 계약 불발 시 반환이 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매도인이 변심하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 때문에 가계약금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부득이하게 가계약금을 지급 하더라도 금액을 최소화하는 게 낫고, 그보다도 분쟁을 피하고 내 돈을 지키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계약서를 작성한 후 계약금을 보내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겠다.

 

편집부 기자 sy104@m-eco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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