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옥철!”

2018.10.06 12:51:00

수요 과소평가·민자사업 특성 겹쳐 ‘지옥철’ 탄생
2018년 상반기 6량 열차 17편성 확보 계획…9월 기준 10편성뿐
6량화 작업 지연…3단계 구간 개통 연기로 이어져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옥철.’ 사람들은 지하철 9호선을 이렇게 부른다. 출퇴근 시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는데, 열차가 태울 수 있는 사람은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고생스럽기 때문. 실제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내리기 위해서는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 승객으로 꽉 찬 열차 안에서 밀리고 밀려 자칫 출입문과 멀어진 때는 벌써부터 마음이 불안해 출입문 쪽에 더 많은 승객들이 몰리다 보니 ‘지옥철’ 승객의 불편함은 한층 더하다. 지하철 9호선은 지난해 말부터 6량짜리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이같은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의 높은 혼잡도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6월까지 6량 열차를 17편성으로 늘리고 연말까지 모든 열차 편성을 6량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겨우 10편성 확보하는 데 그쳤다. 또한 열차 부족으로 인해 이번 달로 계획됐던 3단계 구간 개통은 12월로 연기됐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일 아침,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 열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은 지하철 9호선 환승 통로를 향해 약속이라도 한 듯 뛰기 시작한다. 9호선 승강장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데, 뛰어서 에스컬레이터로 가지 않으면 다른 환승객들에 밀려 에스컬레이터 탑승부터 승강장까지 내려가는데 한참 걸리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서 시간을 지체해 9호선을 놓치면 승강장에서 또 한참 기다려야 한다. 에스컬레이터 진입부는 불과 몇 초 만에 환승객들로 꽉 찼고, 환승객들은 서로 뒤엉킨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먼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환승 게이트를 통과해 9호선 승강장에 도착했다면 이제부터는 ‘지옥’의 전초전이다. 승강장은 9호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과 9호선에서 내린 환승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 승강장은 다른 노선 승강장과 마찬가지로 8량 열차 길이에 맞춰 지어졌지만, 운행되는 열차 길이가 4량, 길어봐야 6량이기 때문에 승객들이 승강장 일부분에 몰리게 된다. 스크린도어 앞은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든 줄이 길게 늘어져 있고,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그 사이를 비집고 승강장을 빠져나가기 바쁘다. 이를 뚫고 재빨리 줄을 서야 오는 열차를 어떻게든 탈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눈앞에서 열차를 놓치기 십상이다.

 

 

승강장에 9호선이 들어오면 ‘본격적인 지옥’이다.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한다는 안내가 나오자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조금씩 앞으로 밀착한다. 그러는 동안 급행열차 탑승줄과 일반열차 탑승줄의 구분은 사라진다. 열차에서 승객이 내리고 나면 대기선에 섰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밀기 시작한다. 대기줄 앞에 있어 그나마 편하게 열차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서’ 열차에 탑승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아우!”, “윽!”, “어머! 어머!”, “으아악!”하는 소리가 나고, 승객들은 ‘구겨져’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너무 많은 승객이 타 출입문을 닫기 어려운 데도 사람들은 열차 안으로 밀고 들어간다. 이번 열차를 놓치면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한참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다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천만한 상황이 매일 반복된다.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요원이 배치되기는 했지만, 크게 하는 역할은 없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다행이다. 급행열차의 상황은 더 심하다. 급행열차는 적게는 2개 역, 많게는 4개 역을 지나쳐 지정된 역에만 정차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다. 반면, 일반열차는 모든 역에 정차할 뿐만 아니라 급행열차를 보내기 위해 역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급행열차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혹자는 “발이 열차 바닥에서 떨어진 상태로 9호선을 탔다”는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지하철 9호선 ‘지옥철’ 풍경이다.

 

강서-강남-강동 잇는 ‘황금노선’

 

지하철 9호선은 서울시의 최초 민자 도시철도로, 2009년 7월24일 개화역에서 신논현역까지 1단계 구간이 개통됐다. 7년 뒤인 2015년 3월28일에는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이 개통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0년 8월23일에는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역-종앙보훈병원역) 개통을 위한 공사가 시작돼 올해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지하철 9호선 운영은 2개의 주체가 각각 나눠서 하고 있는데, 1단계 구간은 베올리아트랜스포트코리아와 현대로템의 합작회사인 (주)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하고, 이 회사는 열차 관리·운영을 다시 ‘(주)서울9호선운영’에 맡겼다. 2단계 구간은 서울메트로(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인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가 맡았다. 올해 12월 개통 예정인 3단계 구간도 서울메트로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지하철 노선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지하철 9호선은 서울 강서지역과 강남지역, 강동지역을 한 번에 잇는 유일한 노선이다. 지하철 노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던 강서구 지역을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중심지와 연결함으로써 여의도, 강남에 집중돼있는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또한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신논현역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30분, 일반열차를 이용해도 1시간 안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업무 통행 수요도 확대됐다. 김포공항에서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까지 갈 수 있어 연결성도 좋다.

 

이같은 연결성과 접근성 우위를 바탕으로 지하철 9호선의 이용객은 개통 초반부터 크게 늘었다. 열차 개통 불과 50일 만에 일일 이용 승객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개통 1년 만인 2010년 7월에는 8,000만명을, 두 달 뒤인 9월8일에는 1억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24만2,000여명이 이용한 꼴이다.

 

잘못된 수요예측·민자사업·4량 열차…예견된 ‘지옥철’

 

일 평균 이용 승객 24만명은 2005년 기획재정부가 지하철 9호선 수요예측을 위해 추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2014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 일 평균 승객수다. 결국 타당성 조사에서 수요예측이 너무 적게 된 것. 지하철 9호선 수요예측과 관련된 타당성 보고서를 보면 9호선 1단계 구간 건설기본계획을 세우는 단계였던 2000년 7월 서울시의 ‘교통수요 예측조사’에 따르면 2009년 1단계 운영시 승객수는 37만3,867명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4년 뒤인 2004년 2월 서울연구원이 다시 예측한 2009년 1단계 운영시 승객수는 31만2,438명으로, 2000년 7월 예측보다 6만1,429명 줄었다.

 

2005년 5월에는 맥쿼리가 9호선 투자자로 결정되면서 기재부와 재정보전 협상에 들어갔다. 지하철 9호선 사업이 민자로 추진되는 만큼 사업 운영간 적자가 발생하면 재정으로 보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재부는 다시 한번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한국교통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는데, 그 결과 2014년도 1단계 구간 교통수요는 24만588명으로 예측됐다. 수요예측 시점을 2014년으로 잡았는데도 예상 승객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최초 교통 수요 예측치보다 약 14만명 적은 것이다.

 

민자사업으로 시작된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민간사업자는 비용은 최소화하고 수익은 최대한 늘리려고 한다. 지하철 9호선 운영이 다단계 하청구조로 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 기관사들도 지하철 9호선을 ‘지옥철’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3조2교대로 쉴새 없이 열차 운행을 해야 하기 때문.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하철 9호선 노동자 중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12명이고, 개통 9년 동안 기관사 148명 중 88명이 그만뒀다고 한다. 화장실을 다녀올 수 없을 정도로 휴게시간이 부족해 물을 먹지 않고 8시간씩 열차를 운행하는 일도 있었다. 2015년에는 과로로 인해 여성 기관사가 운전을 마치자마자 실신하는 일도 있었고, 기혼여성 기관사 3명 중 2명은 유산을 경험했다.

 

또한 9호선 공공운수노조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9호선 기관사는 1~8호선 기관사들보다 월 평균 3~4일씩 더 근무했다. 선로 1km당 운영인력은 1~4호선 66명, 5~8호선 40명인데 비해 9호선은 25명으로 가장 낮았다. 직원 1인당 수송실적은 26만명으로, 1~4호선 16만명, 5~8호선 15만명에 비해 10만명 정도 많았다. 인력부족으로 1개 역에 1명만 일하는 곳은 25개 역 중 최대 15개에 달한다.

 

결국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교통 수요를 과소하게 평가한 것과 사업 운영 주체인 민간사업자의 ‘이윤추구행위’가 ‘지옥철’의 결정적인 근본 원인인 것이다. 게다가 당초 6량 열차를 운행하기로 돼 있던 기본계획이 2007년에 4량 열차에서 6량 열차로 확대해나가는 것으로 개정되기도 했다.

 

 

관련해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6일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출·퇴근 지옥철 9호선은 다른 지하철 라인에 비해 열차 편성 수 및 운행 시격이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면서 “일일 승차 인원이 비슷한 6호선과 비교하면 열차 편성수는 비슷하지만, 9호선은 1편성에 4량, 6호선은 1편성에 8량 열차가 편성되고, 출·퇴근시 열차 운행 간격은 9호선 6~8분, 6호선 3.5~4분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9호선의 일 평균 이용객은 약60만명이나 2005년 타당성 보고서는 일 평균 24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곡지구 등 강서구 인구증가(인구증가율 1.09%, 서울 내 1위) 및 인천·김포 등에 대한 수요가 과소평가됐다”며 “발주에서 구매까지 보통 3~4년 정도가 걸리고, 지하철 2단계 개통으로 인한 수요 증가 대비 열차 투입은 제자리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2015년 3월 혼잡도 240%…부랴부랴 차량 증차 계획

 

서울시는 2단계 구간 개통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지하철 9호선 혼잡도가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해 부랴부랴 조기 증차 등을 포함한 ‘혼잡완화대책’을 발표한다. 2009년 1단계 구간 개통 당시 24편성(4량/편성, 1편성은 열차 1대를 말함)에서 2011년 36편성으로 12편성 늘렸지만, 교통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열차 혼잡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3월 당시 일 평균 승객 수는 44만명. 하루 이용객의 25.1%가 몰리는 출근시간대(07~09시) 혼잡도는 240%에 달했다. 지하철 9호선 열차 1량에 정원이 158명인데, 그의 2.4배인 374명이 탑승했다는 말이다.

 

이에 서울시는 당초 2018년으로 계획했던 증차 시기를 2017년으로 1년 앞당기기로 하고, 2015년 3월 차량 70량을 발주했다. 1년 뒤 1차로 차량 16량이 도입되자 그해 8월 4량 급행열차 4대를 긴급 편성해 가양역에서 신논현역을 왕복하는 ‘셔틀형 급행열차’로 투입했다. ‘셔틀형 급행열차’ 투입으로 지하철 9호선의 혼잡도가 190%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원의 두 배 정도가 열차에 몰리는 만큼 이용객들의 불편은 여전했다.

 

 

9호선 안전과 공영화 시민대책위원회가 5월 한 달간 서울시민 2,057명을 대상으로 ‘9호선 이용간 가장 불편한 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가 “복잡해서 불편하다”고 답했다. 17%는 “도움을 청하고 싶을 때 직원이 없다”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고 했고, 15%는 “열차 지연”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결국 전체의 68%가 ‘열차 탑승 및 편성’에서 큰 불편을 느낀 것이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49%는 “인력, 차량, 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 25%는“민간이 운영하는 다단계 하청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9호선 문제 해결을 위해 응답자의 92%는 “서울 지하철1~9호선 통합과 공영화”에 동의했다.

 

올 6월 6량 급행 17편성·연말 45편성 전량 6량화 발표했지만…

 

지하철 9호선 혼잡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지난해 2월, 당초 2018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6량 증량을 2017년 말로 앞당기고, 2018년 상반기까지 6량 열차 17편성, 2018년 말까지 45편성 전량을 6량화하겠다고 밝혔다. 회당 4량 편성을 운행하는 것보다 6량 편성을 운행하는 것이 차량 혼잡도는 낮추는데 획기적 효과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8년 6월까지 6량 열차 17편성을 도입하면 혼잡도가 130~14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먼저 출·퇴근시간대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2017년 12월30일 6량 급행열차 3편성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후 6량 편성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9월 기준 지하철 9호선 6량 편성은 총 10대. 올해 6월까지 6량 열차 17편성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차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화역에 위치한 ‘메트로 9호선 김포차량기지’에는 운행에 투입되지 않은 차량들이 그대로 철로에 서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 민자철도운영팀 박태욱 주무관은 “차량을 납품받을 때 6량 전체를 납품받는 것이 아니라 2량씩을 납품받아 기존의 4량 열차에 연결해 6량으로 증량하는 것”이라며 “운행에 투입해야 하는 열차와 예비열차를 제외하면 한 번에 3~4편성밖에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은 “또한 납품받고 완성차 검사 후 예비주행, 증량, 본선 시운전, 국토교통부 안전차 필증, 철도안전체계 변경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국토부, 철도기술연구원과 이 과정을 2개월 안에 마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6량 열차 17편성분, 2016년 이미 납품돼 있었다?

 

이같은 설명에 대해 박기범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 위원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2016년에 6량 열차 17편성분의 차량이 이미 들어와 있었지만, 차량 점검 및 시운전 등에 들어가는 인력·시간·비용 문제와 각 운영 주체와의 협조 문제 등으로 6량화 작업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현재까지 완료된 6량 편성은 10대인데, 2016년 이미 6량 열차 17편성분 차량은 들어와 있었다”며 “차량을 컨트롤 하는 도시기반시설본부와 1단계 구간 운영사인 (주)서울9호선운영, 2단계 구간 운영사인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간 협조가 잘 안 돼서 6량화 작업이 지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2017년 5월까지 6량 열차 17편성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인 34대 차량의 납품이 완료됐다. 1단계 구간 운영사 쪽에는 6량 열차 8대 분량(16대 차량), 2단계 구간 운영사 쪽에는 9대 분량(18대 차량)이다. 관련해서 서울시는 2017년 2월2일 ‘9호선, 금년 말부터 6량 열차 투입으로 혼잡도 해소’ 보도자료를 통해 “2016년 8월 이후부터 2017년 1월25일까지 차고지에 입고된 추가 30량은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증량(4량 → 6량) 작업에 투입해 이 중 6량 3개 편성을 올해 12월 초에 우선 운행한다”면서 “잔여 24량은 2017년 5월까지 추가 입고돼 70량 증차가 완료될 예정이며, 이러한 차량을 통해 2018년 6월까지 6량 열차를 월 2편성씩 추가 투입해 이용객이 많은 급행열차로 운행함으로써 혼잡도(급행 기준)를 현재의 190%에서 130~140%까지 50%p 이상 낮출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합해보면 서울시는 2017년 5월까지 17편성 6량화 작업을 위한 물량이 확보되니 1년이면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 6월까지 6량 열차 17편성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물량이 모두 확보됐을 시점부터 현재까지 1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6량화가 완료된 것은 10편성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 6량 열차를 23편성(운행 중 열차 포함)까지 만들 수 있는 분량의 차량은 확보가 돼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에 대해 “현재 6량 편성 10대 중 (주)서울9호선운영에서 만든 것은 1대에 불과한데, 여기는 민간회사다 보니 6량화 작업에 들어가는 많은 인력, 비용 등을 서울시에서 지불하지 않으면 굳이 자기 돈 들이면서 6량화 작업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면서 “서울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여기에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혼잡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해 나중에 안전사고가 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서울시가 발표한 계획과 지금 상황 사이의 오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라며 “노조에서 발표 당시부터 계속 지적을 했던 부분이다. 결국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민간에 사업권을 줬으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3단계 구간 개통도 연기돼

 

지하철 9호선의 6량화 작업 지연은 이번 달로 예정됐던 3단계 구간 개통 연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3단계 구간은 강남지역과 강동지역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서울시는 그동안10월 3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강동구에서 김포공항까지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3단계 구간 개통을 갑자기 12월로 연기했다. 이유는 6량 열차 확보 지연 때문. 당장 올해 6월까지 완료하려고 했던 6량 열차 17편성도 이뤄지지 않았고, 열차 추가 투입 여력도 없는 상황에서 3단계 구간을 개통하면 9호선 혼잡도가 더 올라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선로 구간은 더 늘었는데 추가로 투입되는 열차가 없으니 배차 간격은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승객도 늘어나게 될 테니 혼잡도가 더 심해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서울시가 개통 시기를 연기한 것이다.

 

서울시는 내부보고서를 통해 “10월27일 개통시 영업시운전(9월2일)부터 6량 급행열차 부족에 따른 혼잡도, 열차운행계획 변경에 따른 안내·홍보부족으로 개통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영업 시운전시 일일 운행횟수는 502회에서 458회로 44회 감소되고, 출근첨두(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때)에는 72회→56회로 16회 감소해 혼잡도 증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3단계 개통일을 12월1일로 확정하고 개통 계획에 대한 보도자료를 사전에 배포해 예상되는 반발을 최소화”하자며 “증량 일정 및 혼잡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9월14일에 최종 검토 회의를 진행하고 추진계획 발표”하자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3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1일 열차 운행횟수가 8% 정도 감소하는데, 6량화가 완료되면 수송능력이 크게 늘어 운행횟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선로 구간이 늘어난 만큼 배차 간격이 늘어나기 때문에 6량화를 통해 수송능력을 늘리려 했던 서울시 입장에서는 6량화가 지연되는 모든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서울시 입장에서)‘지옥철’이 더 심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향후 개통 일자를 확정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이라고 밝힐 뿐 말을 아꼈다.

 

출·퇴근 시간 일반열차만 운행하면 어떨까?

 

‘지옥철’ 9호선의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거론되는 안(案)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급행열차 운행을 멈추고 모든 열차를 일반열차로 운행하는 것이다. 이는 박영선 의원이 6·13 지방선거 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제안한 것으로, 박 의원은 “많은 분들이 보다 빠른 출·퇴근을 위해 급행열차를 선호한다. 하지만 급행열차를 운행할 경우 일반열차는 급행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구간정차를 해야 한다”면서 “일반열차가 급행열차보다 도착시간이 느린 것은 단순히 급행열차의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일 김포공항에서 종합운동장까지 일반열차 68분, 급행열차 39분이 소요돼 29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열차로만 운행하면 급행 대피와 열차 지연 시간을 감안했을 때실제 차이는 13분이고, 급행 포화로 열차를 못 탈 경우를 감안하면 8분 차이에 불과하다”며 “결국 지금처럼 급행열차와 일반열차를 동시 운행하면 일반열차 이용객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급행열차 이용객은 매일 지옥철을 경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제안에 박 주무관은 “구조적, 운영적인 문제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출·퇴근 시간대에 일반열차만 운행을 하다가 급행열차 운행 시점이 왔다고 해서 바로 급행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일반열차는 급행열차 운행을 위해 대피해야 하는데, 급행열차 운행 시점이 돼서 급행열차를 바로 운행한다면 일반열차는 계속 대피하고 있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효율적인 운영방식을 도입해도 일반열차가 급행열차를 피해야 한다는 자체는 바꿀 수 없다. 노선 설계를 그렇게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9월 초에 혼잡구간에 대한 혼잡도를 조사해 본 결과 열차 내부가 혼잡하기는 했지만, 혼잡도는 155% 정도로 나타났다”면서 “시민들이 ‘지옥철’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출입문 쪽에 승객이 몰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간지점으로 가면 그렇게까지 혼잡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열차가 역에 진입했을 때 한 번에 못 타서 대기하는 인원이 있었지만, 이번 조사 때는 그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3단계 구간 개통 시점까지 17편성 6량화 완료할 것”

 

결국 ‘지옥철’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운행 중인 열차의 길이를 늘여 승객 수송능력을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 6량화 작업 능력을 감안했을 때 당초 올해 상반기 완료가 목표였던 6량 열차 17편성 작업은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 말까지 차량 270량을 확보하고,2019년 이후에는 294량까지 늘려 6량 열차 49편성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이 계획도 지난해 2월에는 2018년 말까지 294량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해 말발표해서는 270량 확보로 줄어들었다. 박 위원장은 “차량을 납품받아서 4량 편성에 연결해 6량으로 증량하면 기존 열차에 2량을 더하는 것이지만, 차량에 대한 검사를 모두 다시 해야 한다”며 “최대 3개 편성을 한 번에 작업할 수 있는데, 작업에는 적어도 2~3개월 정도 걸린다. 현재 10편성이 6량화돼 있으니 7편성 더 만들어야 하는데, 최소한으로 잡아도 6개월 이상 걸리니 올해 안에 17편성이 이뤄지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3단계 구간 개통 전에 6량 열차 17편성 작업을 완료하고, 내년까지 전량 6량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주무관은 “3단계 구간 개통 시점까지는 6량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도시기반시설본부와의 회의를 통해 그때까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주말에도 작업을 하고, 주 2회 실시하던 야간 시운전을 주3회로 늘리는 한편, 영업시간 중에도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재 기자 seoyun100@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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